4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할머니 집에 가는 아버지
어렸을때 주말이면 우리 가족은 대부분 할머니 집을 방문해 할머니 할아버지와 돌아다녔다.
나와 동생이 중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는 한 달에 한번 정도만 갔고 그 수는 성인이 되고 나서는 두 달에 한번 정도로 바뀌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21년 여름, 아버지는 주말마다 할머니집에 가셨다.
아버지는 주말이 오면 할머니 혼자 계시는 집에 가서 같이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고 이곳저곳 돌아다니셨다.
벌써 25년이니 햇수로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주말이면 주말마다 할머니 집에 다녀오셨다.
아버지는 한주도 빠짐없이 할머니집에 방문했다.
주말뿐만이 아니다.
빨간 날이나 명절에도 할머니집에 우리와 함께 가거나 혼자서 다녀오셨다.
가끔씩은 퇴근을 한 금요일 저녁부터 가시는 경우도 있었다.
또 어떤 날에는 월요일 아침까지 있다가 할머니 집에서 출근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 집에서 할머니 집은 마냥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다.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반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한주도 빠짐없이 할머니집에 가셨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도 미래에 어머니가 혼자서 주말을 보내신다고 하면 자주 방문을 할 거 같았다.
하지만 그때쯤이면 나도 내 가정이 있고 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월화수목금 출퇴근을 하고 남아있는 시간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항상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주말마다 어머니에게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했다.
부모 자식이라는 관계성을 생각해도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른 형제들이 하는 것만 봐도 그랬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아버지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어졌다.
이해하기 힘들었다기보다는 싫어졌다.
할머니에게 아버지가 필요했던 것처럼 나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했다.
하지만 주말이면 아버지는 집에 없었다.
그 사실이 싫었다.
아버지가 집에 없는 주말.
우리 집은 너무나도 적적했다.
그 분위기가 싫었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 가족은 뭐든 함께했다.
20년이 넘게 함께 아침밥과 저녁밥을 함께 먹었고 주말에는 다 같이 시간을 보냈다.
여행도 할머니집에 가는 것도 외식도 모두 같이 했다.
그랬던 가족이 각자의 삶에 집중하는 게 외로웠던걸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서 또 한 번 마음이 바뀌었다.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나랑 아버지가 볼 시간보다 할머니랑 아버지가 볼 시간이 적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아버지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마음이 커졌다.
그리고 내가 아버지였다면 어떻게 행동을 했을까.
아버지도 누군가의 아들이니까.
그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4년이 넘는 시간 아버지의 주말은 오직 할머니를 위해서만 사용되었다.
아니 아버지는 그렇게 사용했다.
한 번은 아버지에게 물어봤다.
“아빠, 주말마다 할머니집 가는 거 힘들지 않아?”
“아빠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 할머니가 있을 때 최선을 다하고 싶어.”
나는 다시 물어보았다.
“할아버지가 있을 때도 그렇게 자주 가고 그랬는데도 후회해?”
“응. 항상.”
아버지의 후회를 하지 않을 최선을 응원하고 싶었다.
그런 최선에도 조금만 더 잘할걸 이라며 후회하실 아버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