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이신 할머니가 새벽에 집을 나가셨다

이 일상이 언제까지 지속이 될 수 있을까.

by 이이구

어느 평일 새벽 3시.

집안에 전화벨소리 하나가 울렸다.

그리고 우당탕 하는 소리.

실눈을 뜨고 바라본 거실에 급하게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다시 잠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아버지가 없었다.

아침밥이 차려진 식탁에 나와 어머니만이 앉아있었다.



“아빠는?”

“잠깐 할머니 집에 갔어.”

“언제?”

“어제 새벽에 갔어.”

“… 왜?”



어머니에게 새벽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새벽 3시에 갑자기 아버지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고 한다.

전화를 건 사람은 할머니였다.



“아들. 집에 가야 하는데 지하철이 너무 안 온다.”

“집에 간다고?”

“응. 그런데 지하철이 너무 안 와서 그러는데 데리러 좀 올 수 있나?”

“엄마 지금 밖이야?”

“응. 여기 역 안이야. 집을 가야 하는데…”

“엄마. 어디 집?”

“어디 집이기는 우리 집이지…”

“엄마,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어디 가면 안 돼.”



아버지에게 걸려온 할머니의 전화.

할머니의 기억이 어디까지 사라진 걸까.

그녀의 기억 속에 집은 방금까지 있었던 곳이 아니라 과거에 살았던 시골집이었다.


어째서 그 새벽에 일어나 옷을 입고 밖으로 나오셨을까.

우리로써는 그 이유를 상상할 수 없었다.

다만 눈을 떴을 때 집이 아닌 장소에 있다고 생각했을 때 덮쳐오는 그 불안감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런 신기루 같은 기억 속에서 할머니는 살고 계셨다.


그 전화를 받고 아버지가 어떤 마음으로 할머니에게 갔을까.

전철역에서 할머니를 찾은 아버지는 할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간 다음에 출근을 하셨다.

출근 때문에 할머니 집을 나설 때 아버지는 어떤 마음으로 집에서 나왔을까.

불안하고 발걸음을 떼는 게 힘겹지 않으셨을까.

혹시라도 이런 일이 한 번 더 벌어지면 어쩌지 이런 불안이 발걸음을 지연시키지 않았을까.


그 사건이 있고 퇴근을 하신 아버지의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

할머니는 괜찮으시냐고 물어보는 나의 질문에 집에 잘 계신다고 이야기해 주셨지만 그 표정에 슬픔과 당혹함을 지울 수 없어 보였다.


이날부터 할머니의 곁에는 항상 누군가가 있어야 했다.

언제 또 할머니가 집을 착각하고 나가실지 몰랐다.

집을 착각하기만 하면 다행이었던 새벽에 그렇게 나가셨다가 어떤 위험한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친척들 모두가 긴장상태였다.


할머니에게 혼자만의 시간은 허용되지 않았다.

할머니 집에는 큰아빠가 있는 날도 있었고 큰고모가 있는 날도 있었다.

둘째 고모나 막내고모가 시간을 내 할머니 집에 오시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가장 많은 시간을 할머니와 보내는 건 막내아들인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월화수목금은 출퇴근을 하기고 퇴근을 한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할머니 집에 가서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셨다.

그 누구보다 아버지는 힘을 냈다.

저번에 말씀하셨던 말을 보란 듯이 지키기 위해서.


“아빠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 할머니가 있을 때 최선을 다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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