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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훈 May 02. 2024

향기는 보이지 않아도


오늘 근로자의 날이라 쉼을 가지시는 가족들을 방문하고 집에 돌아온 뒤 오랜만에 아이들과 삼겹살 파티를 위해 고기를 사러 집을 나섰습니다.


이맘 때쯤이면 우리 동네엔 늘 아카시아 향기가 골목에서 집 앞 현관, 창문 너머로까지 바람을 타고 가득 흘러 들어 온 동네를 가득 채웁니다.


나도 모르게 아카시아 향기에 취해 연신 코로 깊은 숨을 들이쉬며 찾아낸 그곳은, 뒷동산 구석 자그마한 숲이었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은 이 곳에 수줍게 핀 아카시아 꽃송이들이 온 동네를 달콤한 향기로 물들이는 거였습니다. 


멀리선 알지 못했는데 막상 가까이 가보니 아카시아 향 홀로 빛나는 것이 아니라 이름 모를 크고 작은 다양한 나무와 흙과 풀들의 내음이 어우러져 함께 맛보는 후각의 향연이 그곳에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사마천의 '사기'에서 '복숭아 나무와 오얏나무는 말이 없어도 그 아래 저절로 길이난다'는 격언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사람 사는 일도 그러겠지 싶습니다.  


비록 모든 동네 사람들이 이 나무를 알진 못하겠지만, 이 나무가 이 곳에 존재하는 한 매년 이맘 때쯤이면 어김없이 그윽한 향기로 우린 늘 행복해질 테고, 매년 다시 찾아오게 될 행복의 근원을 저와 같은 몇몇은 그래도 기억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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