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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다 쓴, 마음을 드려요

by 최윤주

이런 글을 정말로 써도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을, 기억하기로 일흔 번쯤은 했으니 실제로는 수백 번은 스스로 되물었을 것이다. 거짓말이다. 사실 몇 번을 물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지하철을 기다리며 5호선의 스크린 도어 앞에서, 2호선 열차나 간선버스 안에서, 길을 걷다가, 카페 한 귀퉁이에서나 침대에 누워서, 샤워를 하면서, 그러니까 기억하는 거의 모든 순간에 했다. 마침내 ‘이런 글’이 될 생각들을 지난 몇 년간 깨어 있는 아주 많은 시간들에 했고, 검열에 가까운 이 되물음은 그 끝에 늘 따라붙는 마지막 질문이었다. 그러니 실은 일흔 번이 아니라 칠백 번쯤, 어쩌면 칠천 번이나 그 이상을 했다고 해도 조금 부정확할 뿐 허풍은 아닐 거라고 말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버젓이 살아 있는 데다 현역으로 활동 중인 유명인을 상대로 한 권의 책을 쓰겠다니, 것도 좋은 이야기만 쓰지는 않겠다니, 칠천 번의 되물음 중 진지하게 37번 정도는 고소당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음을 고백한다. 변호사 선임료를 구할 수나 있을까, 책은 잘 팔리지도 않을 텐데 어떡하나··· 그럼에도 일기와 연서 사이, 가끔은 탄원서 같기도 한 이 괴상망측한 글뭉치를 기어코 세상에 내놓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자의식 과잉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아이유를 이렇게나 많이 생각하고 집요하게 지켜봐 왔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면 놀랄 것 같다. 나는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보내는 사람이고 동시에 여러 개를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해서, 어떤 생각을 하든 한 켠은 늘 그의 자리였다. 그러다 보니 평범한 수준은 진작 훌쩍 넘어서 버렸다. 스스로도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만나본 적 한 번 없는 사람을 향해 이렇게나 많은 마음과 생각을 할애한다는 사실이 솔직히는 자주 어색하고 불안했다. 나 또한 팬들의 ‘인정 투쟁’에 동참했으면서도, 목격한 것을 증명하기 위해 부러 확신에 찬 듯 진술하곤 했으면서도, 사실은 불안했기에 괜히 더 단호하게 굴었음을 지금은 인정한다. 어떤 날엔 너무도 선명하게 가득 차오르는 것 같았다가, 다른 날엔 꿈이나 신기루처럼 한순간 사라져 버리고 마는 ‘우리’ 사이를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내내 고달팠다.


대체, 이 모든 게 뭐였을까.


책 한 권만큼을 다 쓰고도 여전히 대답보단 질문이 많다. 이 책을 쓰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한 가지는 정확한 문장을 쓰는 것이었다. 하나의 문장을 열 번씩 고쳐 적어도 충분치 않다는 느낌만 들었다. 주어와 시제를 바꾸고, 문장을 잘랐다 붙이고, 다섯 문장을 한 문장으로 바꿔 쓰기도 해 봤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어느 측면을 겨냥해도 늘 놓치는 부분이 생겼다. 왜 우리 사이의 일은 눈으로도 문장으로도 끝내 전부는 잡히지 못할까. 왜 이렇게 다채롭고 제멋대로여서 나를 벅차게도 외롭게도 할까. 곧잘 우리라 이름 붙이기도 어색해지는 이 느슨한 관계에 대해, 이렇게 글을 쓰면 조금은 동여맬 수 있을까 싶었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사람에 관해선 언제나 인용 하나조차 쉽지 않았으므로.


이곳에 내가 뱉은 어떤 말들은 의도치 않게 이름 모를 누군가를 아프고 슬프고 성가시고 화가 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것은 명백히 내 책임이고, 엄밀히는 내 잘못이라고만 할 수 없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의도치 않았다고 해서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다만 혹여 생긴 생채기가 너무 크거나 깊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린 와중에도 기쁨과 재미와 부정할 수 없는 온기가 느껴졌으면 좋겠다. 한없이 깊고 짙은 애정과 미움 속에서 나의 친애하는 스타가 건네준 것처럼, 이 모든 것들이 결국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은 깊고 짙게. 그렇게 내 이야기도 다른 누군가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이 모든 조심스러움과 욕심, 염려, 다정은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고유명사의 주인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고소 건에 관해서··· 나는 조금 용기를 내어 내가 믿는 그를 믿어보기로 했다. 지난 십여 년간 눈이 시릴 정도로 바라봐왔던 그의 모습을 내가 완전히 오해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이런 책을 썼다고 고소를 할 사람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어서다. 그 확신은 확신이란 단어에 어울리지 않게 몹시 어렴풋한 형태지만, 우리 사이의 일이란 게 늘 그랬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그가 이 책을 읽는다면 조금은 재밌어해 줄 거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다면 아주 기쁠 것 같다.


그러나 그렇지 않더라도, 여기 이 책에 당신이 간절히 발견되고 싶었던 모습들 중 단 하나만이라도 쓰여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목격한 것들이 아주 틀리지 않았고, 그런 당신을 발견하지 못했던 이들에게 그 모습이 전해질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이 책에 걸 수 있는 가장 큰 욕심이자, 당신에게 줄 수 있는 유약하지만 질긴 어떤 사랑의 형태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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