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리스트] Celebrity

세상의 모서리에서 구부정하게 불호를 외치다

by 최윤주

이 글은 세상 어디를 뒤져도 읽고 싶은 만큼 충분히 길게 쓰인 <Celebrity> 불호평이 없어 직접 쓴 글이다. 발매된 뒤 근 3년이 지난 시점에 쓴 것임에도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숙성되기만 해 다소 과격하게 쓰였음을 미리 고백한다.


나 역시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닌지, 쓰는 과정에서 수정과 삭제를 반복하며 오래 생각을 거르고 주저도 해봤다. 하지만 날 서고 추레한 마음을 솔직하게 쓰지 않으면 사랑의 음각을 말한다고 할 수 없고, 양각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마음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해해 주는 사람이 한 명은 더 있을 거라 믿으며 공유해 본다.






<Celebrity>는 소수성을 위로하고 응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다. “세상의 모서리, 구부정하게 커버린 골칫거리 아웃사이더"의 이야기. “걸음걸이, 옷차림, 이어폰 너머 플레이리스트까지 마이너"한 별난 존재가 스스로의 별남에 지쳐 표정은 “전원을 꺼놓은 듯이” 어두워지고, “반짝거림”, “상상력, 아이덴티티까지 모조리” 깎여나가고 말았을 때. 구석에서 외롭게 어두워져 가는 존재를 향해 아이유가 외친다. “잊지 마”! “넌 흐린 어둠 사이 왼손으로 그린 별 하나”처럼 유일하고 아름다운 존재야. 네가 걸어온 서투른 발걸음을 이으면 그것은 “별자리”. 즉 오롯하게 너 자신을 “만나러 가는 길”. “헤매도 좋으니 결국 알게 되길.” 넌 나의 셀러브리티야! (그리고 댄스 브레이크 시작)


https://www.youtube.com/watch?v=0-q1KafFCLU

<Celebrity>의 뮤직비디오. 보고 오는 것을 권장한다.


상투적이다

늘 써서 버릇이 되다시피 한 것.


촌스럽다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데가 있다.


쉽다

1. 하기가 까다롭거나 힘들지 않다.

2. 예사롭거나 흔하다.


너무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



2021년 1월, 이 곡이 발매된 뒤로부터 2년 6월을 고민한 끝에 내게 남은 단어들이다. ‘흔하고 뻔하다'는 말만큼 상처되는 무신경한 평가도 없어 오래 고민해 봤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노래가 너무도 상투적이어서 견딜 수가 없다. ‘유일하고 아름답다'거나 ‘결국 꽃 피울 것이다’ 같은 메시지는 어딘가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명언을 연상시킨다. 그 메시지가 담긴 꽃이나 별, 겨울과 봄 같은 비유 역시 어딘가에서 이미 질리도록 들어본 느낌이고 말이다.


그런 말들이 세상에 섞여들지 못한 채 상처받은 존재를 정말 위로할 수 있을까? 언제고 누구에게나 통용 가능한 무난한 표현들로 말이다. 내게는 저 가사들이 너무 반질반질하게 들린다. 내 생각에, 너무 많이 쓰여 반질반질한 말들을 가지고 상처로부터 타인을 구조하기란 쉽지 않다. 무신경하고 공허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중요한 위로를 이런 말로 건네는 사람에게, 나라면 속내를 털어놓고 싶은 마음 같은 건 들지 않을 것 같다. (내 이런 평가가 야속할까. 하지만 나는 이 노래가 줄곧 야속했다.)


애당초 걸음걸이, 옷차림, 플레이리스트가 독특한 게 그렇게 존재론적(?) 위로가 필요할 만큼의 소수성인지 의문이다. 물론 주류와 비주류는 상대적으로 나뉘며 상처와 위로는 주관 위에서 이야기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옷차림과 음악 취향은… 굳이 따지자면 탈부착 가능한 영역이지 않나? 물론 어떤 이들에겐 옷차림이 정체성과 직결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석하기엔 위로라며 보여준 “왼손으로 그린 별 하나"가 마음에 걸린다.


대체 이걸 어떻게 읽어야 소수성에 대한 긍정으로 읽을 수 있을까. 감이 잡히지 않는다. 오른손으로 그린 능숙한 별만이 아니라 왼손으로 그린 서툰 별도 매력 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왼손잡이가 그린 별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인가. 어느 쪽이든 왼손잡이인 나에겐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참고로 세계 왼손잡이 인구는 10% 정도. 열 명 중 한 명이면 세상의 모서리에 들어가기엔 너무 많아 보인다. 그렇다면 국내 기준으로 5% 정도? 그러나 칸도 가고 월드투어도 도는 사람이 이럴 때만 국내에 머물 리는 없지 않을까.


그리하여 이런 의심이 드는 것이다. 지금 내게 위로를 건네는 이 사람, 평생 오른손만 써본 것이 아닐까. 한국인의 5%, 세계인의 10% 안에 드는 나도 딱히 비주류는 아니지만, 나보다도 더 지독하게 주류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마이너한 음악 취향이 약점인 존재를 노래하기에 <Celebrity>는 너무도 Major(왠지 영어로 써야 할 것 같음)하다. 국내외의 잘 나가는 작곡가를 잔뜩 섭외해 만든 곡이라는 사실과 함께, 대중에게 먹히는 것만이 목적이라는 듯 중독성 있게 쉽고 경쾌한 멜로디가 그 주류성의 증거다. 앞서도 말했지만, 가사 역시 곡해의 여지없이 직접적이고 곡을 구성하는 이미지 역시 단순하다. 아이유 본인도 “독립 영화보다 상업영화에 가까"운 대중성을 갖춘 앨범을 의도했다고 인터뷰(2021년, <W Korea> 4월호)를 통해 밝힌 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쉽고 경쾌한 게 곧 대중적인가? 대중은 단순하고 뻔한 것을 좋아하는가? 그래서 “diet”, “quiet” 같은 라임도 순순히 들어줘야 하는가? 아이유 팬이기 이전에 콘텐츠업 종사자로서, 나 역시 나름대로 대중에 대해 고민했고 너무 단순화하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가끔 세상은 대중을 쉽고 자극적인 것에만 반응하는 촉수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시선이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모르겠다. <Celebrity>가 발매 후 두 달 넘게 차트 1위를 차지하고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 수가 1억 5천만을 넘어선 마당에 내가 대중에 대해, 이 노래에 대해 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가사가 너무 예쁘다는데, 위로를 받았다는데, 곡이 너무 좋다는데… 그냥 모든 것은 이 노래의 완성도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내 음악 취향이 minor(왠지 소문자로 써야 할 것 같음)한 탓이 아닐까. 종사자로서도 아이유 팬으로서도 끝장난 모양이니 세상의 모서리에 구부정하게 앉아 울 때가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종사자로선 그렇다 쳐도 어째서 아이유 팬으로서도 수명이 다했을까. 그건, 어쩌면 이제 내가 아이유의 위로를 올곧게 들을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순순히 위로를 받아들이기에 이제 아이유와 나의 처지가 너무도 달라졌기 때문에 꼬아 듣게 된다. 아이유 자체가 하나의 주류 장르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에서, 왼손잡이에다 음악 취향도 minor한 내가 구부정하지 않게 그녀를 듣기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는 것 같다.


그런 와중에 하필 뮤직비디오는 너무나 화려해서, 메시지와 이미지의 간극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Celebrity>의 티저가 공개됐을 때 ‘셀럽 아이유의 고독함 같은, 자기만을 위한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내게 셀러브리티라 해줘 놀랐고 위로가 되었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야경이 펼쳐진 고층 호텔에서 고독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나, 레드카펫 위 카메라의 플래시 세례를 맞는 모습 어디에 나를 이입할 여지가 있는 걸까.


의문이 가장 증폭된 것은 “발자국마다 이어진 별자리/그 서투른 걸음이 새겨놓은 밑그림" 구간이다. 아련한 눈빛으로 별을 바라보며 손을 뻗는 아이유를 중심에 두고, 전구를 든 주변 스태프(?)들이 뱅글뱅글 돌며 별자리 역할을 해주는 장면. 행성을 중심으로 도는 위성도 그것보다는 주목받았을 것이다. 지금도 그게 카메라 안에 잡히지 말아야 했을 이들이 조명 조절 실패로 찍힌 것인지, 희미하게나마 반짝이는 작고 평범한 개인들을 표현한 것인지 헷갈린다. 전자여도 문제지만, 후자라면 당황스럽다. 아무리 봐도 아이유가 주인공인데, 과연 한 명 한 명 특별한 존재로 기억될 수 있을까. 차라리 다 함께 강강술래를 하지. 멋은 없었어도 공평하긴 했을 것이다.



문제의 장면. 뒤에 스태프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찍혀 있다. (출처: <Celebrity> 공식 뮤직비디오, 2:13 구간)


꼼꼼히 뮤직비디오까지 보고 나면, 그래서 결국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던 것인지… 더욱 모르겠다. 대체 간주에 댄스 브레이크는 왜 넣은 것인지도, 발매 후 3년간 분기에 한 번은 가던 길을 멈춰 세우고 되물었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단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게 지금 내 최선이란 것만 알 뿐이다.




목, 일 연재
이전 06화대감집 팬은 이렇게 덕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