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tter Oct 20. 2024

너는 완벽해!

fuckin' perfect

바야흐로 12년 전 나는 엄청난 개성의 소유자였다. 나의 자아형성이  진행 중이었을 때, 나는 내가 요절할 천재에 누구보다 특별한 사람이고 싶었다. 그래서 겉모습은 누구보다 화려하고 독특하게 꾸미고 다녔다. 머리는 늘 노란색이었으며 그때 당시 빈티지에 미쳐있던 나는 벽돌색 스키니진이며, 빨간 호랑이가 그려진 티, 체리색 닥터마틴을 신고 언젠가 나도 힙합퍼 스트릿사진을 찍힐지도 모른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자의식 과잉인 채로 돌아다녔다. 그러나 겉모습의 자신감과는 다르게 마음은 황폐해져만 갔다. 그 당시 나의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나는 내 외모를 정말 정말 싫어했었다. 작은 눈, 뚱뚱한 몸, 삐뚤삐뚤한 치아 등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나는 열심 나를 더 독특하게 꾸몄다.

어느 날 알게 된 노래 'Dear Mr. president' 가사를 찾아보다가 Pink라는 가수를 알게 되었다. 목소리를 듣고 처음엔 흑인 가수인 줄 알았으나 찾아보고 놀랐다. 짧은 머리에 너무도 강하고 멋지게 생긴 사람이었다. 홀린 듯 그의 노래들을 찾아들었고 그 와중 발견한 곡이 오늘의 주제곡인 'fuckin' perfect'였다. 이 곡은 지금까지도 내 삶에, 내가 너무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 힘을 얻고 싶을 때 듣게 되는 노래가 되었다.


노래의 전반적인 내용은 "너를 너무 싫어하지 마, 너는 완벽해!"이다. 저 부분이 나에게는 너무 위로가 됐다. 내가 가지고 있던 결핍들은 모두에게나 인정받고, 사랑받으며 아무도 나를(나조차도) 미워하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그 외에도 이 노래는 거의 모든 가사가 '나도 너와 같았어,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을 버리고 우리 자신을 바꾸지 말자. 우린 완벽해!'라고 계속 말하고 있다.


이 노래 라이브 중 핑크가 기타 연주자와 어쿠스틱버전으로 마치 불상 같은 머리를 한 채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있다. 파워풀한 그의 목소리에 너무 편안하게 앉아서, '그러지 마 너를 너무 싫어하지 마.' 계속해서 말해주는 이 영상을 정말 자주 봤었다. 내가 너무 싫을 때,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을 때 이 영상을 보면 마음이 너무너무 편안해지면서, 그래 나는 나다, 누군가를 위한 내가 아니다 나는 내 자체로도 멋지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 생각들을 환기시켰었다. 아직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이영상을 찾아보며, 맞아 핑크 언니가 나한테 그랬었지! 하면서 그런 생각들을 없애려 하곤 한다.


스무 살의 나는 왜 그렇게 나 자신을 싫어했을까... 지금 나는 내 모습이 너무 좋다. 여전히 뚱뚱하고 눈은 작지만, 어릴 적 결핍들로 인해 나름대로 갖게 된 신념이나 생각들은 외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도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렇게 될 수 있던 거에 핑크언니의 역할이 50% 이상이라고 생각할 만큼 이 노래뿐만 아니라 핑크의 여러 노래들이 나를 위로해 줬다. 가장 대표적인 곡으로 이 곡을 썼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른 많은 핑크의 곡을 소개하고 싶다.


글을 마치며, 완벽한 우리의 모습을 응원하러 가보자!

https://youtu.be/I1-Yl50nCX4

매거진의 이전글 불행하지 말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