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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Jan 15. 2022

영국 유학) 12. 영국 도착, 그 이후(영어실력)

한국을 떠나던 그날은 훈련소를 입대하던 그날과는 비슷하지만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계속 뒤척이다가 새벽에  번이고 깨서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오랜만에 찾은 인천공항은 고요했다. 딱 보기에도 유학을 떠나는 차림새를 한 사람들만 같은 창구에 줄지어 있었다.


가족과 인사를 하고 소지품 검사하는 곳으로 들어가니 직원을 제외하고 검사받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굉장한 이질감이었다. 코로나 시국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출국 게이트 앞에 앉으니 심장이 벌렁벌렁거렸다. 내가 원해서 가는 유학이지만 이제 가족 없는 곳에서 모든 것을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하니 말이다.


영국에 도착해서 짐을 찾고 나와 우버를 잡는데 한참을 걸렸다, 약 40분.. 짐이 많다 보니 UberXL(스타렉스 사이즈)로 그것도 코로나 시국에 찾다 보니 그런 것 같았다.


내가 다니는 학교도 업계에서는 나름 유명한 학교지만 외국인 비율이 다른 학교들에 비해 매우 적다. 그래서인지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생활 전반, 정착에 관련된 안내가 많이 미진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학교를 다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사정은 비슷했다. 왜 유학원을 끼고 가는지 이해가 갔다.


나는 물론 엄청난 구글, 네이버 리서치로 거의 모든 생활 정보를 알고 있었지만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라면 쉽지 않을 것이다.


개강 첫 주는 정말 최악이었다. 정말 낙담했다라는 단어가 제일 적절하다. 매우 빠른 말 속도를 자랑하는 교수님과 동기들의 다양한 엑센트가 수많은 물음표를 만들어냈다.


나는 영국 발음 기준으로 영어공부를 했음에도 역시 일상생활에서의 무자비한 연음과 스피드는 당혹스러웠다. 미디어에서 들리는 영어는 상당히 친절한 편이다…


전공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아는 단어가 좀 있으니 그래도 50%까지는 알아들으나 Informal talk에서는 전혀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까지 유학 와서 가장 많이 한 말은 많은 유학생들이 그렇듯 "Sorry, I didn't get it"이다.


영어 리스닝에는 아래와 같은 이해 단계가 있다.


1. 단어조차 들리지 않아 이해가 안 되는 경우

처음 듣는 발음과 인토네이션 때문에 단어가 안들리거나 모르는 단어만 들릴 때의 단계다. 무슨 주제로 이야기하는 건지 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가장 우울한 단계다.


2. 단어는 들리나 맥락을 이해를 못 하는 경우

알고 있는 단어가 들리나 내가 모르는 관용적 표현으로 조합하여 사용하는 단계로 여전히 어떤 토픽으로 이야기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ex. Take it out, phase in) 추측하더라도 나중에 생각해보면 틀리는 경우가 많다.


3. 맥락까지 이해하나 문화적 공감대가 없어 할 말이 없는 경우

맥락을 이해할 정도만큼의 단어가 들리고 내용이 무슨 이야기인지 알고 있음에도 유럽인들만 이해하는 경우라 나는 딱히 할 말이 없는 단계다. 정확히는 무엇 때문에 웃는지 이해를 못하므로 어쨌든 이해를 못 하는 경우다.


(ex. 이것저것 물건을 많이 가져 다녀 필요할 때 꺼내는 경우에 한국은 도라에몽으로 비유하지만 서구권에서는 뮤지컬 영화의 주인공 Mary Poppins로 비유한다, 이 주인공은 무엇이든 꺼낼 수 있는 마법의 가방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나마 내용은 모르지만 이 뮤지컬의 제목이라도 알고 있어서 눈치로 이해했다.


4. 맥락도 이해하고 할 말도 있는 경우

세세한 단어가 모두 들리지는 않아도 맥락과 내용을 모두 이해하고 있어 가장 자신감 있는 경우다. 예를 들면 자신의 전공과 관련한 이야기나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ex. 팝송, 스포츠 등)에 대해서는 몇 단어만 듣고도 어떤 말을 하는지 충분히 짐작하여 이해할 수 있고 대부분 맞게 이해한다. 할 말도 많아 이럴 때는 수다쟁이가 되는 기적을 보이기도 한다.


나는 아이엘츠를 오버롤 6.5에 이치 6을 받아 낮은 점수는 아니었고 미디어를 통해 영어를 나름 많이 노출시켰다고 생각함에도 현지에 오니 어차피 안 들렸다...


한 학기가 끝나고 지금 느끼는 것은, 시험 성적은 현지 언어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릴 때 영미권 국가에서 살았다던가, 외국인 친구가 있어 평상시에 영어를 쓸 일이 많지 않은 경우는 유학을 와도 빠르게 적응할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나 같은 일반적인 경우에 점수를 따서 유학을 온다면 어차피 못 알아들으니 출국 전까지 책으로 영어공부를 하기보다는 전공 용어 공부와 유튜브로 업계 관련 영상을 열심히 보기 바란다. 그게 한국에서 연습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다.


특히 한국은 미국 기준으로 배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국 기준 단어는 다른 경우가 많다. 석사를 유학가는 경우에는 특히나 꼭 영국 기준으로 다시 공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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