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하는 사람들에게만 있는 '이것'
나의 MBTI는 I 중에서도 극 I다. 혼자 여행할 땐 7일 넘게 묵언수행 수준으로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아도 편안한하다. 누군가한테 사진 찍어달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늘 풍경사진만 있다. 그런 내가 지난 7년간 컨설팅회사를 다니며 300명 이상의 사람들을 만났다. 최소 짧으면 30분에서 2시간 정도 그들과 만나 대화를 이끌어 가고, 여러 시장동향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모두 취준생이라면 대부분 한 번쯤은 지원해 봤을 우리나라 30대 대기업 부장급에서 대표까지 업계를 이끌어가는 내놓으라 하는 분들이셨다.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에서도 뼈가 굵으신 그분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조심스럽고 긴장됐다. 조금이라도 허술해 보인다거나, 잘 모른다는 인식을 주는 순간 미팅의 퀄리티가 떨어지기 마련이니까. 인터뷰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인터뷰 준비에 쏟았다.
매우 바쁜 사람들이었기에 미팅 약속을 잡는 것부터 쉽지 않았고, 그들과 미팅하는 시간에는 궁금했거나 듣고 싶은 이야기들을 남김없이 뽑아내야 했다. 주로 업계 및 산업동향, 기술 트렌드 등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예상한 대기업 임원의 이미지는 젠틀하면서도 적당한 카리스마와 성품으로 임직원들의 존경을 받는 따뜻한 리더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부서별, 업계별, 물론 개인별로 성향은 천차만별이었다. (당장 우리 회사 상무님만 봐도 이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
하지만 면접에서 첫인상이 중요하듯, 나 역시 미팅으로 그분들을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열심히 버티고 있지만 머지않아 보이는 분들과 미래가 기대되는 분들이다.
전자의 경우는 대체로 네가 뭔데 감히 나의 시간을? 이런 자세를 시전하고 미팅에 참여한다. 이런 분들과의 인터뷰는 여러 질문과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내가 잘 알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어야만 겨우 이야기가 풀렸다. 아니 그때서야 관심을 줬다고 하는 표현이 더 맞겠다. 일부는 '어떻게든 원하는 정보만 얻고 빠지자'라거나, '이 업계는 말이야~'하며 인터뷰라기보단 훈수느낌의 대화를 이어나가는 분들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아 이 사람 나를 대놓고 '개무시'하는구나 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런 분들은 본인의 귀중한 시간을 할애해 놓고, 저러고 싶을까 나 역시 두 번 다시 미팅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그들은 빠르면 1년 길어도 2~3년 내로 나에게 연락이 왔다. 내 기억 속에서는 이미 그들을 까맣게 잊어 한참이나 생각하고 떠올려야 했다. 대게는 회사를 관두게 되어 우리 회사에 일자리가 있는지 묻는 전화였다. 주로 다른 프로젝트에 자문역할등을 할 수 있는지, 혹은 업계에 이직 가능한 네트워크가 있는지 문의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이분들은 '밉상'이었지만, 기억하고 연락해 주셔서 감사했다. 정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도와드리려고 했고, 나의 필요에 의해 자문역할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1회성으로 끝나는 일들이어서 그분들의 이른 노후를 도와드릴 만하진 못했다.
반면 미래가 기대되는 분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없는 '진심'이 있었다. 그것이 일에 대한 태도이든, 어린 사람에 대한 매너이든, 시간에 대한 가치이든 그들은 늘 '진심'이었다. 본인이 대표고 내가 햇병아리여도, 혹은 5분밖에 시간을 내지 못하더라도 이 시간을 최대한 가치 있게 보내고자 하는 열의가 있었다. 이 미팅을 함께하고 있는 이 사람에게 내가 얻어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무엇인지. 혹시라도 미팅이 불충분하면 다른 직원을 통해서라도 이 만남이 의미가 있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어떻게 보면 전혀 상관없는 사람일 수도 있는 내게 진심으로 대하고 배우려고 하며 조언도 하는 그들의 이런 태도는 회사업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이 분들은 직장 내에서 평판도 좋으시고, 일도 잘하셨다. 계속해서 더 높은 자리로 승승장구하는 소식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으며, 은퇴 후에도 산학협력 교수로 재직한다거나, 좋은 인맥을 바탕으로 개인사업을 시작하는 등 준비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곤 했다.
그렇다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진심'은 일에 미쳐 24시간 일 얘기만 한다거나, 팩폭을 날려대는 부장님의 솔직함과는 거리가 멀다. 혹시나 이 글을 보고 진심으로 쓴소리 더 해야지 다짐하는 박 부장님 계시다면 오해는 말아주세요.
챗GPT에 진심이 뭐야? 아래와 같이 대답한다.
1. 진심은 마음속의 솔직한 감정과 의지를 정직하게 표현하는 것. 진심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그로 인해 더 깊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지속시킬 수 있습니다.
2. 진심은 다양성을 수용하고 포용하는 태도를 함께 포함합니다. 다른 이의 의견이나 감정을 경청하고 이해하며, 서로 다른 측면을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과 이해를 가능케 합니다.
즉, 진심은 삶 전반에 걸쳐 꾸준한 태도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진심은 자연스럽게 타인과의 관계, 업무, 인간관계 등 모든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2번이 더 와닿는다. 그래서 승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궁금한 이상무님 계시다면 감히 말씀드립니다. 우선 업무에서도 다양성을 수용하고 포용하는 태도를 보일 것. Small Action으로는 다른 이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