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소매치기당했을 때 보다 더 울고 싶었던 순간

무계획 I의 나 홀로 유럽여행기 - 벨기에

by 맴맴

"어디가 제일 좋았어?"

유럽여행을 갔다 왔다고 하면 꼭 다들 한 번씩 묻는다. 개인여행과 출장으로 유럽에 여러 차례 다녀온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다.

"벨기에"

"응?" 파리나 이탈리아 스위스 이런데가 아니고? 벨기에 뭐가 좋았는데? 와플? 초콜릿?"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의아애하며 다들 묻는다.

물론 벨기에는 그랑플라스와 같이 어느 유럽 관광지보다 더 멋있고 압도적인 세계문화유산 등재된 광장을 비롯해 다양한 매력이 있는 나라다. 특히 그랑플라스 광장 가운데 서서 360도 천천히 둘러보면 '내가 이런 곳에 서있다니!!' 감탄이 절로 나오는 곳이었다. 내가 다녀본 어느 유럽 관광지보다 더 멋있고 압도적인 곳이었다. 하지만 이탈리아-로마, 프랑스-파리 에펠탑 등 도시 자체가 문화유산인 그런 곳들과 비교하면 '벨기에-오줌싸개동상'이 다소 초라한 느낌이 들긴 하다.

게다가 이 '오줌싸개동상'은 유럽 제일 썰렁한 관광지 3위 안에 들만큼 관광객의 기대를 저버리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체 어딨는 거야 하면서 길을 걷다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발견했다. 그들은 웃고 있었고, 난 여전히 동상을 찾지 못했다. 그냥 만남의 장소 정도로 착각했다. 하지만 그곳에 '오줌싸개동상'이 있다. 장담하건대 이 동상을 보면 바로 "겨우?" 또는 "이거라고?" 하는 무조건 반사 반응들이 먼저 튀어나오게 되어있다. 겨우 60cm 남짓한 이 자그마한 동상이 이곳의 대표 관광지라니 실소가 터져 나왔다.

매년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이 소년에게 옷을 보내준다고 하지만 그 소년은 좀처럼 옷 입기를 꺼려하는 것 같았다. 오줌싸개동상이 관광객을 붙잡는 시간도 아마 60초 길어야 5분 남짓일 것이다. 사진 찍는 것 외엔 그다지 할 게 없기 때문에 찍고 가는 용도로 최적이다. 그런 벨기에가 최고 기억에 남는 곳이라고 대답하니 가본사람이든, 안 가본 사람이든 의아해할 만하다.


오줌싸개동상을 뒤로하고 브뤼셀 시내를 돌아보고 브루게를 구경하는 기차에 올라탔다. 마침 숙소에서 아침을 먹는데 브루게에 간다는 분들이 있어 동행하기로 했다. 기차는 각자 예매했기에 개별적으로 이동하고 브뤼헤에서 만나기로 하고 서둘러 짐을 챙겨 나왔다.

브뤼헤 역에 도착해 동행을 기다렸다. 역 앞에 자전거 렌털 가게들이 눈에 띄었다. 일행이 도착하고 일행 중 한 명이 이 브루게는 자전겨 여행이 필수라며 자전거여행을 하자고 제안했다.

'아뿔싸, 나 두 발 자전거 타본 적 없는데' 혹시나 네발 자전거가 있을까 하는 마음에 렌털샵에 가보았지만 네발? 그게 무엇? 이런 반응이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혼자 도보여행을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일행은 계속해서 브뤼헤까지 왔는데 혼자만 자전거를 못 타면 속상하지 않겠냐고 자전거 타는 법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민폐 끼치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나는 괜찮다고 극구 사양했다.

"정말 정말 정말 괜찮습니다. 전 걷는 거 좋아해요ㅠㅠ"

하지만 이제 상황을 눈치챈 역 앞 자전거 렌털 직원까지 합세해 '두 발 자전거 타기'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오늘 처음 본 일행 세 명(이들 역시 각자 숙소에서 출발한)과 렌털샵 직원까지 총 네 명이서 낯선 이 가 자전거 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계속 설득하는데 더 이상 거절하는 것도 민폐인 것 같았다.

그렇게 낯선 이들과 나의 두 발 자전거 특훈이 시작되었다. (원래 두 발 자전거는 아빠가 가르쳐 주는 거라던데, 우리 아빠는 태워주기만 했네ㅠ)

아마 그들은 모두 내가 '일반적인 운동신경' 혹은 '본인 기준 운동신경'으로 예상하고 제안했을 터였다. 특히, 일행 중 가장 먼저 자신 있게 제안했던 사람은 키도 훤칠하고 몸도 다부진 게 운동을 즐겨하는 사람 같았다. 동양인지만 미국인인 그가 앞에서 끌어주고, 나머지 사람들이 번갈아가며 자전거 뒤꽁무니를 밀어 중심을 잡기를 도와주었다.

초등학교 8세 아이가 두 발 자전거를 배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시간이라는 글을 보았다. 우린 오전 10시에 연습을 시작했고 어느덧 오후 3시가 되었다. 어린아이 보다 못 한 몸뚱이를 가진 나는 그 사이 수십 번 넘어지고 일어났다. 하지만 무너진 내 마음은 좀처럼 일으키기 쉽지 않았다. 너무 미안했던 나는 10분에 한번 꼴로 그냥 제발 날 놔두고 너희들끼리 여행 가라고 울며불며 사정했다. 하지만 그 아시아계 미국인은 "너 보니까 조금 있으면 금방 탈 것 같아, 좀만 더 해보자!"며 계속해서 에너지를 들이붓는 말만 해댔다.

나는 그들에게 간단한 샌드위치라도 대접하며 고마운 마음을 표하고 다시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약속이라도 한 듯 뒤에서 아무리 몰래 손을 놓아도 바로 넘어지는 게 아닌가 ㅠㅠ 나도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그렇게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걸 느낄 때쯤엔 정말 목 놓아 울고 싶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다. 두 달 유럽여행 중 제일 한국 가고 싶었던 순간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망친(?) 하루를 보상받아야 하겠다는 그런 심리같이 더욱더 의지를 불태웠다. 자전겨 여행은 내일 해도 상관없으니 오늘 꼭 너 자전거 타기를 성공시키겠다고 달려들었다.

그들의 의지 덕분에 저주받은 내 운동신경도 드디어 반응을 했다! 5m, 10m 넘어지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나 좀 울어도 되겠니?ㅠㅠ'

포기하지 않고 도와준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스스로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눈물이 터질 뻔했다. 하지만 그럴 시간도 잠시 해가 지기 전에 빨리 브뤼헤 시내를 둘러봐야 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친구를 선두로 하여 나는 그 뒤를 조심조심 따라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일행은 날 배려해서 천천히, 앞 뒤에서 나를 에스코트해주었다. 조금 지나니 어색했던 발놀림도 어느덧 자연스러워지고 더 이상 자전거 타기가 무섭지 않았다. 그리고 빳빳했던 고개를 돌리니 브뤼헤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무거웠던 마음을 날려주는 시원한 바람과 아기자기한 풍차마을, 멋스러운 운하가 흐르는 골목길을 유유히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그 기분이란!!

짧은 하루였지만 아직까지도 내 유럽여행의 최고라 할 수 있는 곳, 스스로 자전거를 처음으로 타게 된 곳 그래서 평생 기억에 남는 곳, 바로 브루게다. 자전거로 구석구석 꼭 돌아볼 필요가 있을 만큼 실로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멋진 풍경 속에 빠져들어 자전거를 타고 있노라면 너무 행복해 계속 웃음이 났다.

그 뒤로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틈만 나면 자전거여행을 했지만 브뤼헤의 서정적 풍경을 따라올 수 없었다.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우리는 부둥켜안고 인사했다. 멋진 추억을 선사해 줘서 고맙다고, 재밌었다고. 오늘 아침에 만난 사이인데 몇 년 동안 함께한 단짝이랑 헤어지는 것처럼 못내 아쉬웠다.

아, 물론 인사하고 헤어진 그 이후로 동행들을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했다. 내일 새벽에 바로 체크아웃해야 한다고 했었는데, 아마도 나의 자전거 실력에 질려버린 게 아닐까 싶다..ㅋㅋ 연락처라도 물어볼걸..(질척)


역시 추억은 다르게 새겨지는 거지만.. 브뤼헤만큼은 그곳에 그대로 나의 기억 속에 유럽 최고의 여행지로 남아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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