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하는 그대에게
40에는 무언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줄 알 앗다. 내가 그리던 40의 내 모습은 적당히 성공한 직장에서의 커리어우먼과, 다정한 남편, 활달한 아이와 함께 늘 웃음이 넘쳐나는 행복한 모습이었다.
현실은 회사에서는 실무자에서 관리자로 넘어가며 아등바등, 아이는 돌봐줄 사람 부탁하기 바쁘고 남편 하고는 서로의 지친 하루하루에 보답은 핸드폰이지 서로가 아니었다. 그렇게 40이 코 앞이었다.
인생으로 치자면 아직 한낮의 시간 40대가 시작되는데 이대로 정신없이 시작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걸 알지만 그 어떤 것도 잘못됐다고 바로잡을 수 없어 일단 멈추기로 했다.
남은 육아휴직 탈탈 털어 쉬기로 했다. 아이와의 온전한 시간을 보내고, 무엇도 하지 않고 내가 왜 달렸던가 무엇을 위해 달렸던가 생각하며 보내기로 했다. 그리곤 떠났다. 20대 후반 30을 준비하며 나의 어른에 대해 고민하고 궁금해하고 두려워하면서 내 감정과 마주했던 그곳.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이었다.
모네가 거동이 어렵고 눈도 잘 안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으로 상처받고 여러 어려움과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기 위해 그린 그림이 거기 있었다.
한 세기를 지나서 다시 방문한 모네의 연못은 여전히 따뜻했고 잔잔했다.
이제 나는 이 그림 앞에서 무엇을 다짐해야 하나 그때의 불안과 설렘은 형태만 다를 뿐 계속 내 안에 있는데 어떤 위로를 받아야 하는걸가 고민하며 그림을 마주했다.
내 나이 곧 40. 불혹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랬다
저녁에 내일 아침은 굶어야지 다짐하고 다음 날 눈 뜨자마자 배고파서 뷔페로 뛰어간 나다. 통장 잔고보고 오늘은 좀 참아보자 했는데 여기까지 와서 와인을 안 마신다고? 아껴보겠다고 잔으로 시키다가 이럴 거면 병으로 시키는 게 훨씬 저렴했을 텐데 후회하는 나다. 한국 가면 더 많이 사랑해 주고 다정한 사람이 돼야지 다짐해 놓고 국제전화로 잔소리하느라 용량 다 써버린 나다.
이렇게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유혹에 흔들리고 후회하는 삶인데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부정하는 나다.
마흔이면 이제 얼굴까지 책임져야 하는 나이란다.
무슨 소리. 내 얼굴은 내 어플이 책임지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다만 한 가지 내 얼굴은 내 어플이 책임진다 해도 웃는 얼굴의 책임은 나한테 있다.
다리는 말 근육으로 키웠으면서, 웃음근육은 아직도 누가 실로 잡아 올리듯 영 어색하고 불편해 내 것이 아닌 기분이다. 너무 웃겨 활짝 웃고 싶어도 어색하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서야 웃곤 했다.
웃는데 돈 드는 것도 아니고, 무표정보다는 웃는 게 더 예뻐 보일 텐데 왜 그렇게 인색한 하루하루를 보냈는지 모르겠다.
40대 어떤 메신저로 살아갈 것인가 고민하며, 여러 가지 꿈을 노트에 적어본다.
100년 넘게 그 자리에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모네의 작품처럼, 지금의 멈춤은 내 인생에서 힘이 들 때 언제든지 꺼내어서 위로받을 수 있는 그런 시간과 기억들이 될 것으로 바라보며, 꽃처럼 피어날 40대를 차분히 준비해보고자 한다.
가치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가 달리는 이유를 안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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