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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숀앤펀 Jan 17. 2024

5년 연속 성장한 회사 시무식 때 사장님은 말씀하셨다

브런치를 시작하는 그대에게

 내가 속해 있는 산업은 10년 연평균 성장률 2%다. 좋게 말하면 아주 안정적인 산업이고, 나쁘게 말하면 그럭저럭 매출은 하지만 이렇다 할 서프라이즈는 없는 그런 곳이다.

그런 시장에서 우리 회사는 5년 연속 성장했다. 새로운 Country CEO분이 오신 후 첫해 2% 이듬해 4% 그렇게 쭉쭉 성장하면서 2022년엔 10% 2023년엔 13%까지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나갔다.

이렇게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이유는 글로벌 회사의 방향, 새로운 경영진의 전략과 임직원의 엄청난 고생과 헌신이 뒷받침해 준 덕분이었다.  

 그전까지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가던 곳, 연평균 2%인 시장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뤄내니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우선 업계에서 우리 회사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글로벌 회사의 저력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줬다. 또한 임직원들의 마인드셋이 달라졌다. 그동안은 '안주하는 회사'에서 '적당히 적당히' 했다면, 지금은 '성장하는 회사'에서 'Growth Mindset'으로 '이기는 문화'가 자리 잡혔다. 직원들은 매사에 '고객에 입장'에서 어떤 가치를 제공할지, 더 나은 '성장방향'은 없는지를 논의한다.

 기존에 업계 연평균 성장률이 2%로 고만고만한 산업이었다면, 우리는 두 자릿수 성장을 통해 업계 연평균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선두역할에 서 High Technology 산업으로의 변화에 대해 고민한다. 이렇게 새로운 CEO를 필두로 우리는 5년 동안 성장했다.


 우리는 매년 연말을 기다렸다. 매년 초 우리는 시장에서 싸워 이길 무기가 준비되어 있다. 전년부터 수십 차례 토의하고 수정하고 싸워가며 세운 전략들이 있었기에 새로운 해가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고속성장을 위해 열심히 페달을 밟던 우리들은 점점 지쳐갔다. 짧아야 근속연수 최소 10년 이상인 직원들은 소위 편안하게 일하다가, 갑자기 새로운 체제 새로운 업무방식 모든 것에 적응해야 했고, 일도 많아졌다.  

 회사의 몸집도 커지고 직원수도 더 많아졌는데도 해야 할 일은 끝도 없이 늘어났다.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고 휴직 들어가거나 퇴사하는 사람들도 발생했다.

 직원들 사이에서, 아니 나 조차도 '이만하면 됐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정도 성장하면 됐지, 가뜩이나 경기도 어려운데 2024년 한 해쯤은 매출을 '유지'만 해도 엄청난 거 아니겠어? 그전에 성장해 온 매출 그대로 유지하는 건데?'

 2024년 전략회의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풍겼다. 그동안 이기기 위한 무기를 준비했다면, 이번엔 방어하기 위한 방패를 준비하는 듯했다. 물론 결과적으로 이런 방패전략은 경영진에게 열 번쯤 반려당하고 결국엔 무기와 칼을 간 전략서만 승인되었지만 말이다.


 겉으로는 '무기전략'을 속으론 '방패전략'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경영진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들은 인사관리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으며, 채찍을 거둬들이고 당근을 뿌리기 시작했다. 분위기 쇄신에 들어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경기 역전당한 것처럼 한번 가라앉은 분위기는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았다. 그리고 2024년 1월 날이 밝았다.

 시무식에는 그 해의 사업 방향성과 시장 전략 등 관련 경영메시지이자 각오를 다진다. 새로운 CEO분은 거의 5년간 성장에 대해 얘기했고 그에 따른 전략, 회사의 책임, 역할 등등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도 성장 성장을 외친다면 직원들 다 떠나갈 것만 같았다. 새해인데도 다들 지친 얼굴이었다.

드디어 시무식에 신년사가 시작되었다. 사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여러분, 오늘 하루(=1)를 어제와 똑같이 보낸다고 했을 때 오늘 하루는(=1) 변함이 없이 유지되겠죠?"

그런 하루가 365일이 지나도 1의 365승은 1이니까요.

그런데 오늘 하루에 0.01만 후퇴한다면(어제보다 좀 덜 한다면) 오늘 하루는 어떻게 될까요?

이렇게 1년이 지났을 때 여러분들의 하루는 거의 0이 됩니다. 0.99에 365승은 00.03이니까요.

그런데 오늘 하루에 0.01만 변화를 주면 어떻게 될까요? 1년은 365일이니까 1.01의 365승은 37.78입니다.

여러분, 하루 1%만 더 노력해도 1년에 37.78%로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하신 말씀 같았다. 지쳐가는 직원들에게 어제와 똑같은 하루 보낼 생각 말고 하루에 1%씩만이라도 변화해서 성장해 보자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끝엔 37.78% 성장이 있었다..ㅠ 정말 너무하시네 ㅠ

 일동 아연실색해서 설마 저게 내년도 성장률이야? 하는 얼굴로 쳐다보고 있으니

"하지만 여러분 걱정 마세요"

하며 올해의 방향에 대해 말씀하셨다. 다행히 37.78%보다 훨씬 적은 숫자와 함께 우리가 올해도 해낼 수 있는 이유와 직원들이 기대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셨다.

역시 짬은 꽁으로 먹는 게 아니었다. 1%로 시작해 37%의 숫자까지 보여주고 그 보다 더 낮은 숫자를 제시해 우리를 안심시키는(?) 전략이라니.  그리고 하루의 1% 변화는 왠지 해볼 법하지 않은가?


 그래서 나도 시작했다 #갑자기 #분위기 #브런치

매일의 글들이 쌓이고 1년이 지나 나를 어딘가 다른 곳에 데려다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절대 퇴사하고 싶어서, 브런치로 다른 직업 찾고 싶어서 시작한 게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란다.

처음에 좋아하는 글 끄적거렸더니 단번 거절당했고, 그다음엔 끄적거림에다 생각을 얹어서 글을 썼더니 다행히 브런치 재수생으로 통과했다.

그런데 뭐라도 쓰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거였나. 수많은 브런치 작가들 정말 대단하다. 글쓰기 좋아해서, 책을 좋아해서 시작하게 된 브런치였으나 글감 찾다가 괴로워 미쳐가는 작가들, 글이 안 써져 화병 나 브런치 꼴도 보기 싫어하는 작가들도 여럿 보았다. 나 역시 남일이 아닌지라 브런치 작가 합격하니 덜컥 겁도 났다.

하지만 의미가 없을지라도, 아무도 안 읽어줄지라도, 아무 말이나 씨부려댔데도 우리는 오늘 또 글 하나를 해냈다 (#오글완). 그리고 이 하루하루가 우리를 1년 후 38% 성장궤도로 올려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브런치 새내기가 브런치 선배작가님들을 응원합니다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 1퍼센트의 성장은 눈에 띄지 않는다. 가끔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는 무척이나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극히 작은 발전은 시간이 흐르면 믿지 못할 만큼 큰 차이로 나타날 수 있다.

- 시간은 성공과 실패 사이의 간격을 벌려놓는다. 우리가 어디에 시간을 들였든 그것은 복리로 증가한다. 좋은 습관은 시간을 내편으로 만들지만 나쁜 습관은 시간을 적으로 만든다.

- 매일 글을 쓴다면 창조적인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다.

- 습관 추적은 1) 우리에게 행동을 일깨우는 시각적 신호를 만들어내고 2) 자신의 발전을 눈으로 보고 이를 되돌리고 싶지 않다는 내적 동기를 일으키며 3) 성공적으로 습관을 수행하고 기록하는 순간 만족감을 느끼게 해 준다.

- 누구나 어떤 일에 대한 동기를 느꼈을 때 그 일을 할 수 있다. 차이를 만들어내는 건 그 일이 흥미롭지 않을 때도 계속해나가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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