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말썽 많이 피워서 속 썩이더니, 이렇게 마지막까지 가슴 찢어지게 만드네
오빠. 어제 분명 우리 엄마아빠 용돈도 드리고 여행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도 드리고 했잖아. 오빠가 갑자기 이렇게 허망하게 가버리면 어떻게 해. 오빠의 마흔한 살 생일이 이제 고작 며칠밖에 안 남았는데.
유품이라고 받은 핸드폰에는 왜 이렇게 우리 쇼니 사진이 많은 거야. 내가 저장하지도 않은, 나도 잊어버렸던 기억들이 가득해서 덕분에 오빠 기다리며 외롭지 않았어. 오빠의 마지막 선물 고마워. 우리 딸, 오빠의 하나뿐인 조카의 어린 시절 너무 이쁘더라.
현실남매라며 평소에는 무심하다가 나 필요할 때면 쏠랑 연락해서 내 원하는 것만 해달라고 졸라대는 철없는 동생인데 이제 난 어떻게 살라고 그래. 우리 엄마 아빠는 어떻게 하라고.
그래도 오빠, 엄마 아빠는 이 와중에도 내가 쓰러질까 봐 걱정하시더라. 물이라도 먹고 정신 차리라고. 일어설 힘도 없으면서 나를 부축해 주는 아빠와, 나를 다독여 주는 엄마.
그렇게 끔찍하게 자식 아끼는 게 부모야. 내가 이 슬픈 와중에도 오빠 핸드폰 사진첩에서 우리 딸 보며 웃음이 나는 것처럼. 근데 어떻게 그런 부모 마음을 이렇게 아프게 해. 내가 오빠 너무 밉다고 하니까 엄마가 오빠 미워하지 말래. 좋은 말만, 좋은 것만 가져갈 수있게 단 한순간도, 1초도 원망하지 말고 미워하지 말고 그저 좋은 곳으로 갔기를 편안했기를 기도해 달래. 엄마 아빠도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이 힘든 세상 너무 힘들지 말고 편히 쉬라고 하나님께서 먼저 데려간 거라고..
꿈인가? 갑작스럽게 이별하는 바람에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런 슬픔이 너무나도 낯설고 슬프다.
오빠 쿠팡맨이잖아. 내가 뭐 필요하다고 하면 집 앞에 갖다 놓고 가고, 낚시 가서 물고기 잡으면 꼭 우리 집에 들렸잖아. 손질하기 싫다고 안 먹을까봐 손질까지 해서 갖다주고. 오빠가 잡아준 물고기들이 아직 냉장고에 가득한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 바빴어. 정말 너무하다.
오빠 가족은 나와 엄마아빠뿐이니 엄마가 화장해서 바다에 멀리멀리 뿌리시겠대. 먼 훗날 오빠 납골당에 찾아오는 사람 없으면 쓸쓸할까 봐. 오빠는 우리 가족 마음속에 굳건하게 있으니 어디든 멀리멀리 흩어져서 자유롭게 살라고.
오빠의 마지막 사진은 딱 오빠 같은 사진으로 내가 골랐어. 친척들도 그 사진 보고 딱 오빠의 얼굴이래. 항상 환하게 웃고 있는. 엄마도 그게 제일 좋대. 웃는 얼굴로 보내고 싶다고. 정말 사진 속에서 금방이라도 나올 것 같은데. 미안해. 너무 미안해. 오빠가 준 사랑만큼 내가 오빠한테 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기억할게.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퍼주고, 조카를 이뻐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허허 웃어버리는 유쾌한 오빠의 모습과 웃음 모두 다 기억하고 싶어 이렇게 남겨. 그러고 보니 오빠는 정말 잘 웃는 사람이었구나.
난 오빠에게 웃어주었던 적이 있던가? 어릴 때는 하도 많이 싸워서 오빠랑 따로 사는 게 소원이었었고, 성인이 돼서는 각자 살기 바빴지. 내가 오빠한테 뭘 해준 건 단 하나도 없네. 난 정말 이기적인 동생이었구나.
오빠 친구들이 소식 듣고 나한테 전화 와서 나 혼자 장례 감당하기 어려울 테니 도움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하라고 하더라. 다 대기하고 있다고. 맨날 바보같이 사람들 좋아서 여기저기 쫓아다니는 줄만 알았는데 오빠 친구들 잘 사귀었더라. 그 동안의 헛헛한 웃음이 쓸쓸한 웃음이 아니라니 정말 다행이었어.
오빠가 그렇게 좋아하는 가족이란 게 이런 거구나도 느꼈어 오늘. 사실 친척들도 결혼하고 나니 멀어지게 되어 남이라고 생각했는데 다 같이 똘똘 뭉쳐 슬퍼하고 마음껏 울 수도 있고 기댈 수도 있고 정말 오빠 덕분에 원 없이 껴안고 울며 소통하고 있어.
오빠 핸드폰 스케줄 보니까 친척들 생일은 왜 그렇게 죄다 저장해 놓은 거야. 참.. 그렇게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 혼자 있으니 정말 너무 외롭겠다. 조금만 기다려. 이제 오빠 편안히 쉴 수 있도록 장례 치르러 갈 거야. 그럼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들, 가족들 많이 많이 모일테니까, 오빠도 외롭지 않을 거야.
그리고 고마워. 엄마 아빠가 먼 훗날 이 세상을 떠나게 되신다면 아마 오빠 만날 생각에 기분 좋게 가실 수 있을 것 같아. 기다렸다가 나중에, 아주 나중에 엄마 아빠 하늘에서 만나면 또 그 환한 웃음으로 꼭 안아줘. 아니 지금이라도 좋으니 엄마 아빠 꿈에서 한번 나타나주면 안 될까? 마지막까지 이렇게 이기적이네 나는.
고마웠어 오빠. 많이 보고 싶고 생각날 거야. 기억할게. 우리의 시간 속에서 계속 살아 숨 쉴 수 있게.
엄마 아빠 걱정 말고 편히 쉬어. 고생 많았어 그동안.
사랑해. 결혼도 안 했는데 누가 오빠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주겠어. 내가 많이 할게. 사랑해 오빠. 너무 늦어서 미안.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