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의 영혼은 36.5도
어떻게 하면 진심을 담을 수 있을까. 어떤 인사를 해야 하나 며칠 동안 고민했지만 도저히 글이 써지지 않아 두서없이 적는다.
오빠가 자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어제까지 부모님 용돈 챙겨드리며 살뜰히 퇴근길 전화해서 안부를 전하던 오빠였다. 이제 막 본격적으로 개인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꽃을 피우고자 꿈을 꿨던 오빠였다. 향년 42세로오빠는 깊은 잠에 빠졌다.
오빠를 보내기에는 너무나 짧은 3일이었다.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고, 하루 빨리 오빠를 편하게 쉬게해주기 위해 많은 기도가 있었으며, 우리 가족에겐 평생에 기억에 남을 슬프고도 위로가 넘치는 시간이었다.
든든한 오빠 친구들 10명이 누구보다 먼저 달려와 어려움은 없는지 살펴봐줬고, 오빠의 부의함을 책임지며 발인까지 함께 했다. 10년 만에 연락이 닿은 지인도, 경황이 없어 미처 연락을 못 드린 지인도 어떻게 소식을 전달받아 한 걸음에 달려와주고, 하나같이 위로해 주었다.
보통은 운구를 들 6명을 찾기 힘들 때도 있다는데, 우리 오빠는 어릴 적 친구와 직장동료까지 12명이 마지막까지 함께 해줬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모든 것이 서투르고 낯선 것들 투성이었지만, 우리 가족 모두에게 쏟아지는 사랑과 위로는 넘쳐났다.
잘 나가는 오빠 친구들 사이에서 어찌 보면 다른 길은 선택한 오빠는 내가 보기엔 모임에서 항상 깍두기 같았다. 늘 바보같이 퍼주기만 하는 짝사랑 같은 우정이라고 나 혼자 나쁘게 생각했는데 나 스스로가 너무나 불쌍하고 기만한 생각이었다. 나보다 더 슬퍼해주고 위로해 주는 오빠 친구들이 있어 내 마음이 얼마나 따뜻하고 든든했으며 위로가 됐는지 모른다.
엄마는 내게 갑작스럽게 떠난 오빠가 조금이라도 미안해하지 않도록 오빠를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말은 하나도 하지 말고 좋은 말들만 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난 오빠가 원망스러웠다. 내가 오빠한테 뭐 얼마나 대단한 거 바랬다고 마지막까지 내게 이런 무거운 짐을 지어주는지, 애통하고 미웠다.
자식상이라 부모님은 상주를 하실 수가 없었고 내가 상주였다.
고인과 상주 이름 두 개가 적혀있는 안내판을 보니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오빠의 유골함도 온전히 상주인 내 차지였다. 수 십 명의 사람들이 오빠를 둘러싸고 있었지만 오빠를 뿌리는 것도 오빠의 유골을 옮기는 것도 상주인 내 몫이었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나 정말 오빠가 없구나. 혼자구나.
오빠의 유골함을 받아 꺼내니 입관 때의 차가움과는 정반대로 오빠의 유골은 당황스럽게도 참 따뜻했다.
손바닥에 전해져 오는 그 따뜻한 온기를 잊을 수가 없다. 그저 뭐든지 허허허 웃어버리는 실없이 잘 웃는 오빠의 웃음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오빠 친구들에게 사진을 찍고 싶다고 부탁했다.
다들 인상을 쓰고 있길래 우리 오빠처럼 좀 환하게 웃어주면 안 되냐고 부탁했더니 다들 저마다 노력하며 웃어주는데 그게 어찌나 재미났는지 모른다.
한번 상실을 겪고 나니 누군가의 슬픔을 허투루 대할 수 없다. 더 진심을 담아, 마음속 깊이 애도하고 슬퍼하고 위해주고 기도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빠가 떠나간 자리에 수많은 사람들의 위로와 마음이 넘치도록 쌓여있다. 이 많은 감사함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나도 오빠처럼 조금이라도 남을 위해서 애써보기도 하고, 웃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고자 노력해야겠다.
"우리 아들 참 잘살았네, 같이 위로해 주는 이들이 많은 우리 딸도 참 잘 살았네."
엄마 아빠가 나지막히 말씀하신다. 엄마 아빠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잘 살았어 아들. 정말 고생했어."
믿음이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물론 울컥울컥 눈물이 쏟아지긴 하지만 아빠는 모든 슬픔을 다 주님께 맡기니 마음만큼은 편안하다고 하신다.
엄마는 '주님, 우리 아들 잘 있죠?' 이야기하며 덕분에 조금이라도 더 간절하고 감사하게 기도할 수 있다고 하셨다.
쇼니가 말했다.
"엄마, 어쩌면 하늘나라에서는 우리의 10년이 1시간일지도 몰라. 우주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잖아.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마"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오빠가 우리 가족을 만나기까지 너무 오래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이내 마음이 놓인다.
오빠, 걱정말고 하늘에서 행복하게 기다려. 아들 노릇, 오빠 노릇하느라 고생 많았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