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삶>, 김영하
글을 다 읽고 다시 한번 차례를 훑어보았다. 챕터별 제목을 훑으며 기억에 남거나 마음에 닿았던 문장을 떠올려봤지만, 아쉽게도 또렷이 떠오르는 구절은 없었다.
메모해 둔 부분도 결국은 내가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들 — 아마 라디오나 팟캐스트에서였던 것 같다 —이었고, 작가 역시 같은 방송을 들었던 모양이다.
‘단 한 번의 삶’이라는 제목은 어떤 의미에서 붙여졌을까.
작가의 전작들, 오래 준비해 온 대답과 작별 인사는 흥미롭게 읽었고,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는 10페이지 정도를 남겨놓고 못 읽은 채로 남아있는데,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를 떠올리는 사람처럼 나 역시 그 책만 생각하면 끝내 다 읽지 못한 게 여간 찝찝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작가의 에세이 책은 재미있기 읽었기에 이번 책을 기대하며 기다렸던 나는, 다소 아쉬움을 느꼈다.
더군다나 작가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래서 구매에 망설임이 없었다.
“때로 어떤 예감을 받을 때가 있다. 아, 이건 작가가 평생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글이로구나.
내겐 이 책이 그런 것 같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책은 담담하게 부모님과의 기억, 가족사, 그리고 한때 이탈했던 자신의 삶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작가에게는 아마도 부모를 떠올리며 사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일이, 인생에 단 한 번 가능하거나 허락되는 일로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인상 깊었던 것은 작가의 말이 책의 맨 마지막에 배치되었다는 점이다.
모든 이야기를 다 읽은 뒤에 또다시 작가의 고백을 듣는 기분이랄까.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야 비로소 그 의미를 하나씩 되짚게 되는 과정은, 결국 단 한 번뿐인 삶을 돌아보게 하려는 이 책의 의도와 닮은 것이 아닐까.
인간은 보통 한 해에 할 수 있는 일은 과대평가하고, 십 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과소평가한다는 말을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새해에 세운 그 거창한 계획들을 완수하기에 열두 달은 너무 짧다. 그러나 십 년은 무엇이든 일단 시작해서 띄엄띄엄해나가면 어느 정도는 그럭저럭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십 년이 여럿 쌓였다. 할 줄 아는 것만 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도 변했다.
떠난 사람은 루저가 아니라 그냥 떠난 사람일 뿐이다. 남아 있는 사람도 위너가 아니라 그냥 남아 있는 사람일 뿐이다.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이탈한 자가 문득>, 김중식
부모에게 해를 가하지 않고, 부모의 지시를 따르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참으로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로 젊을 때는 확실한 게 거의 없어서 힘들고, 늙어서는 확실한 것밖에 없어서 괴롭다.
사공 없는 나룻배가 기슭에 닿듯 살다 보면 도달하게 되는 어딘가. 그게 미래였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온다. 먼 미래에 도달하면 모두가 하는 일이 있다. 결말에 맞춰 과거의 서사를 다시 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