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안천인 Jul 18. 2021

내 친구 희영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용기

금정산성 막걸리를 한 잔 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이가 욱신욱신 아프다. 혹시 이물질이 끼었나 싶어, 다시 일어나 치실을 하고 꼼꼼히 양치를 해본다. 조금 나아진 듯 하지만 밤새 욱신거린다. 날이 밝으니 구청에서 PCR 검사 안전사항 확인 차 연락이 왔다. 보건소까지 거리가 멀지 않으니 도보로 이동하겠다고 했더니, 중간에 잠깐이라도 절대 다른 곳에 들리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다. 치과에 잠깐 들렸으면 좋겠는데 어쩔 수 없다. 치통으로 끙끙거리고 있는데, 오후 늦게 2차 PCR 검사 결과도 음성이라는 문자가 들어온다. 다행이다. 내일 낮 12시면 드디어 14일간의 격리가 끝난다. 먼저 아픈 이부터 치료를 받아야 하겠다. 집 주변의 치과를 소개받기 위해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더니, 집에서 먼 서면과 동래에 있는 치과에 다니 신다고 한다. 문득 해운대의 희영 군네 치과가 떠올라 카톡을 보냈더니, 빨리 오라는 연락이 왔다. 본래 자가격리가 끝나면 만나기로 되어 있었던 친구다.


치아에는 문제가 없는데, 조그만 치석이 원인이라고 한다. 다행이다. 도쿄 니혼바시의 사무실 부근 치과에서 매달 치과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코로나로 재택이 늘어나면서 3개월 정도 치과에 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다른 곳에 충치가 보이니, 내일 시간이 되면 치료하고, 와인이나 한 잔 하자고 한다. 웰컴 앤 땡큐다. 친구 사이인데 그럴 수 없다며, 간호사들에게 치료비를 받지 말라고 한 모양이다. 진료와 치료, 뢴트겐까지 찍었는데 경우가 아닌 것 같다. 다음날은 치과 마감 시간에 맞춰 충치 치료 후, 식사라도 대접할 요량으로 함께 멕시칸 요릿집으로 갔다. 친한 가게인 듯 콜키지가 없다면서 백팩에서 와인을 꺼내는데 이게 화수분이다. 코로나로 강의를 못해 준비했던 와인 재고가 많았다며, 안주 요리에 맞춰 단계별로 꺼내는데, 마시다 보니 5병이나 된다. 마침, 연락을 해 온 와인클럽의 후배님도 합석했는데, 한 병 더 늘었다. 제철 꼬막에 두 사람 모두 좋아하는 막걸리의 유혹에 자리를 옮겨 한 잔 더 마시며, 불금의 회포를 풀었다.


희영 군과는 특히 산행, 도보여행의 추억이 많다. 서울에 살고 있던 天仁과 부산에서 올라오는 희영 군이 목적지에서 만나 진안고원길, 소백산 자락길 등을 함께 걸었다. 800여 km 동해안 해파랑길을 완주하고, 230km  남해바래길 완주를 눈앞에 두고 있는 친구이다 보니 늘 산행 준비도 충실하다. 특히, 서울 촌놈들을 위로한다고 무거운 배낭에 부산 어묵을 잔뜩 넣어온다.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요리 솜씨도 좋아 정성까지 더해진 도보길의 어묵탕은 압권이다. 뛰어난 미식가이기도 한 그는 산행, 도보길 중간의 맛집까지 섭렵하고 있어 함께 다니면 늘 맛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희영 군은 역사 분야의 지식도 수준 이상이지만, 전국의 유명 사찰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 또한 가지고 있다. 언젠가 부석사에서는 우리 일행의 옆에서 희영 군의 사찰 설명을 듣던 대구에서 관광을 오신 분들은 너무 재밌다면서 팀을 이탈하여 우리와 함께 경내를 돈 적도 있다. 이렇듯 화제가 풍부하다 보니 희영 군과의 산행은 늘 즐겁다.


희영 군은 여러 분야에서 박식의  수준을 넘어 천재급이다. 치과의사이면서 부산의치대 관현악단 지휘자, 와인클럽 바인(Wein) 회원 및 강사, 뮤클 합창단 베이스, 서푼짜리 오페라 감상실 러시아 음악 강사, 사찰 전문가 등 치과의사 뒤에 따라붙는 직함이 많다. 그야말로 와인과 클래식을 사랑하는 덴티스트다. "돈과 명예를 위한 일이 아니라, 가정 주치의와 같은 친근감으로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치료를 하자”는 것이 그의 경영철학이다. 그러니, 부산을 넘어 대구, 경남에서도 많은 분들이 병원을 찾는다. 이태석 신부님 같은 인술을 펴는 의사 선생님이다.

낙오자는 과거를 자랑하고 진취자는 내일을 구상한다


天仁은 ‘낙오자는 과거를 자랑하고 진취자는 내일을 구상한다’는 고교시절의 슬로건을 떠 올리며 늘 자신을 채찍질 해왔다. 전 세계적으로 예가 없는 대통령 두 분, 삼부요인과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을 배출한 고교이다 보니 그런 슬로건이 걸려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성공하신 그분들도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겠는가. 1만 시간의 법칙,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이다. 1만 시간은 매일 3시간씩 훈련해도 10년이 걸리는 시간이다. 희영 군이 여러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박학다식의 이면에는 얼마나 많은 노력 또한 있었을까 생각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