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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Aug 09. 2021

도쿄올림픽, 일본과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선수의 인성교육과 최선을 다하는 자세는 필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쿄올림픽이 끝났다. 폐막식 날 도쿄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태풍 10호 ‘미리내’가 다행히 동쪽으로 비켜가면서 큰 무리 없이 폐막식 행사도 마무리되었다. 일본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며 금메달 27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17개 등 모두 58개의 메달을 따내며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왜 이런 희생을 치렀는가?


무관중 폐막식이 열렸던 국립경기장 주변에는 기념사진이라도 촬영을 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올림픽 개최를 반대했다는 40대 남성은 “TV도 거의 보지도 않았다. 내 눈으로 어떤 상황인가 보고 싶었다”라고 현장을 방문한 이유를 말했다. 마이니치신문(毎日新聞)은 “정부가 긴급사태를 선언한 뒤 세계인의 축제를 벌이면서 국민들에겐 ‘위기감을 가지라”라고 말한 것에 대해 “초등학생들도 모순이라고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이무라(飯村豊) 정책연구대학원 교수는 “선수들의 노력에는 경의를 표하지만 하루 코로나 감염자가 1만 5천 명에 이르며 의료 붕괴를 가져오는 희생을 치를 필요가 있었는지” 반문한다.

일본의 신용을 잃어버린 올림픽


저널리스트 아오키 오사무(青木理) 씨는 “역사적으로 이런 올림픽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차별, 인권, 역사 인식의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서, 올림픽 자체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떠해야 할지도 보여 주었다. 일본에 남은 것은 쓰레기뿐이다”라고 평가했다. “코로나도 힘들고, 빚도 힘들다. 곧 패럴림픽도 치르야 한다. 1년을 연기했던 판단이 과연 옳았는지를 포함해 많은 숙제를 받았지만, 현실적으로 과연 이 잔해들을 치울 수 있을지 무거운 마음이다”라고 지적했다. 대회 개막 직전 대회 관계자들의 사임, 해임이 잇따르며 일본은  ‘다양성과 조화’, ‘부흥’을 슬로건으로 내 건 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에 신용을 잃어버렸다.


스가 내각 지지율 28%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이 7, 8일 실시한 전국 전화 여론조사에 따르면, 9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스가(菅) 내각의 지지율’은 올림픽 개막 직전의 31%에서 28%로 출범 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스가 수상의 말대로 안전한 대회였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54%가 ‘그렇지 않았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에 대한 대처 자세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없다’가 66%, ‘백신 접종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늦었다’는 대답도 73%나 되었다. 임기 후 ‘재선 여부’에 대해서도 60%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신문은 스가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 비율이 70%로 높은 것은 코로나의 급격한 확산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가 내각은 국민의 안전보다는 올림픽을 먼저 생각했다고 비판받고 있다.  


경비 집행은 적정했나?


또 하나 코로나 확산과 함께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올림픽 개최 비용 문제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이 취소될 경우 천문학적 위약금 등을 우려해 개막을 강행했지만, 결국 올림픽으로 떠안아야 할 비용이 역대 올림픽 중 최고 수준이 될 전망이다.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일본이 올림픽 개최비용이 애초 예상의 3배에 이르는 3조 4천억 엔(약 31조 원)이라는 추산이 나오고 있다. 주간지 ‘슈칸 초스트’는 “올림픽 이후에도 사용될 시설의 개보수 비용이 7349억 엔, 올림픽 관련 사업 등의 부대비용도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지적했다.


도쿄 시민 가구당 450만 원 세금 더 내야

총비용은 도쿄도 1조 4519억 엔, 중앙정부 1조 3059억 엔,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7060억 엔 등 올림픽 지출 경비가 약 3조 4600억 엔에 이른다. 세금부담액을 인당으로 계산하면 도쿄도민은 10만 3929엔(약 110만 원), 4인 가족이라면 1가구 약 42만 엔(약 450만 원)을 도민세 등으로 내야 한다. 도쿄도민 부담금액을 제외한 전 국민 1인당 부담금도 1만 408엔(약 11만 원)이나 된다. 일본 국민의 도쿄 올림픽 '텔레비전 관전료’ 치고는 너무 비싼 금액이다. 아르바이트 학생들에게 영수증 없는 일당을 지급하는 등 경비의 집행 적정성 여부도 도마애 오르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은?

이제, 눈을 돌려 우리를 되돌아보자. 금메달 7개, 종합성적 10위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했는지, 스포츠맨십은 잘 지켜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시합 중 여자배구 김연경 선수가 부당한 판정에는 강하게 어필하지만, 우리 선수들을 격려하며 파이팅하는 모습에 일본 매스컴과 팬들은 많은 응원을 보냈다. 특히 시합이 끝난 후 상대방 선수들을 다독여 주는 모습에서는 그가 왜 10억 명 중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는 선수, 존경받는 플레이어인지을 잘 보여 준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력보다 먼저 인성을 갖춘 선수가 되어야


그러나, 개회식 때 한국 MBC 방송의 부적절한 자막처리, 남자 축구 뉴질랜드 전이 끝난 후 이동경이 우드 선수의 악수 요청을 거절하는 모습, 야구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논란이 된 강백호 선수의 껌 씹는 모습 등은 일본에서도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올림픽의 핵심 가치는 우정(friendship), 존경(respect), 탁월(excellent)이다. 엘리트 선수가 되기에 앞서 인성을 갖춘 선수가 되어야 한다.


교육 百年之大計

일본에서는 꿈나무들의 경기력 향상뿐만 아니라 지적 능력, 생활력, 어학력, 학력 향상을 위하여 ‘JOC 엘리트 아카데미(JOC Elite Academy)’를 운영하고 있다. 유망한 초등학생·중학생 경기자를 발굴해 아지노모토 내셔널 트레이닝 센터를 거점으로 생활시키면서 학교 통학과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다. 운동은 4시간 이상 시키지 않고, 학교 수업에 참석했는지를 먼저 점검한다. ‘생각하는 힘 없이는 일류가 될 수 없다. 경기력만으로는 세계에서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JOC의 교육 방침이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도 JOC EA 출신 선수들이 다수 출전했다.


학교 교육도 마찬가지다. 고시엔(甲子園) 야구대회에 출전하는 전국의 팀 수가 4천 개가 넘지만, 본선에 출전하는 49개 팀 이외에는 대부분 엘리트 팀이 아니다. 학교 공부, 인성 교육이 우선이고, 부카츠(部活, 동아리) 수준에서 야구를 즐긴다. 그러니, 시합이 끝난 후 고시엔 구장을 빠져나가는 모든 선수들은 구장에 예를 표한다. 올해 PGA 골프 마스터즈 대회에서 우승한 일본의 마츠야마(松山英樹)의 캐디가 경기 후 그린에서 골프코스에 예를 갖추는 모습은 많은 마국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일본에서는 동네 수영장에서도 예를 갖추는 아이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교육의 힘이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모두의 기본


일본 매스컴에서는 주로 일본팀을 중심으로 중계를 하다 보니 한국팀이 선전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대신, 일본팀의 경기와 미국, 중국, 영국 등 성적 상위권 팀들의 경기를 많이 보게 되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그 팀들의 시합을 보면서, 모든 선수들이 우리 선수들 이상으로 정말 열심히 뛰고 달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자 배구 미국과 브라질의 결승전에서도 그 키 큰 선수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수비하는 모습을 보며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한 것임을 또 한 번 느꼈다.


남자 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일본팀의 구보 선수는 시합이 끝난 뒤 그라운드에서 한참 동안 대성통곡을 했다. 쇼맨십이 아닌지 의심할 수도 있지만 진심이었다고 확신한다. 내심 일본이 지기를 바라고는 있었지만, 선수들은 120분 동안 최선을 다해 뛰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가 되었다. 교육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어린 선수들이 먼저 인성을 갖추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스포츠 맨십을 갖춘 최고의 애슬리트가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PGA 골프 마스터즈 대회에서 우승한 일본의 마츠야마(松山英樹)의 캐디가 경기 후 그린에서 골프코스에 예를 갖추는 모습은 많은 마국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논란이 된 강백호 선수의 껌 씹는 모습은 일본에서도 비난의 대상이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일본팀의 구보 선수는 시합이 끝난 뒤 그라운드에서 한참 동안 대성통곡을 했다. 너무 열심히 뛰었기에 진심이 느껴졌다.
시합이 끝난 후 고시엔 구장을 빠져나가는 모든 선수들은 구장에 예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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