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시, 쉽게 마음에 다가가는 쉼표
기타센주(北千住) 역 구내 서점 앞쪽 매대에 나태주 시인의 시집이 놓였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 (花を見るように君を見る)”. 이 혐한(嫌韓) 분위기에 웬일인가 싶지만, 감히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높고 높은 BTS의 인기에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BTS 제이홉이 들고 다닌다고 해서 더 유명해진 시집이다. 쿠로카와 세이코 (黒河 星子)가 번역을 했다. 시를 번역하는 것은 에세이나 소설을 번역하는 것과는 또 다른 작업인데, 나 시인의 시를 쉬운 일본말로 매끄럽게 번역해 낸 것 같다. 1981년생, 교토대학(京都) 대학원 문학 연구과에서 박사과정을 수학한 엘리트 번역가다.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으면 김경진 시인이 떠 오른다. 그는 새로운 장르문학을 개척하여 <에세이시>라는 명칭을 최초로 사용한 시인이다. 나태주 시인의 시가, 초등학생 수준의 단어들로 진한 감동을 주듯이 그의 시는 ‘시의 형식을 가진 에세이, 쉽게 마음에 다가가는 쉼표’다. 그림이든, 음악이든 쉽고 친근하게 다가와 독자가 좋다고 느낄 수 있으면 좋은 작품이라는 것이 天仁의 지론이다. 문학, 음악, 미술, 영화, 무용 등의 모든 예술에 폼 잡고 아는 체할 필요도, 강요할 필요도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경진 시인은 직장 생활도 하시는 것 같은데, 작품 활동도 아주 열심이시다. 브런치 구독 신청을 해 두었더니 감사하게도 새 글 알림이 자주 온다. 시집, 에세이집 등 출간 도서가 열 권도 넘는다. 그는 일상의 삶에서 만나는 일들을 정제된 언어로, 에세이처럼 서술하듯 풀어낸다. 이렇게 쉬우면서도 마음에 쉽게 다가오는 글을 적을 수 있는 김경진 시인, 나태주 시인은 창조주요, 언어의 마술사 같다.
김경진 시인의 ‘아내의 꽃’을 주제넘게 일본어로 바꾸어 일본인 친구에게 느낌이 어떠냐고 물어봤다. “苦労を掛けた(共にした)奥さんへの感謝の気持ちを表したもの、分かりやすい詩ですね(수고를 끼친 (함께 고생한) 부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나타낸, 이해하기 쉬운 시네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애틋함도 흠뻑 담긴 것 같다는 대화를 나눴다. 일본인들도 기본 정서는 우리와 닮았다. 김경진 시인은 이 시를 적었을 때를 이렇게 회상한다. “서른이 조금 넘었던가 그때는 가난했으나 젊었고, 지위가 없었으나 패기가 있었다.” 회상도 정겹다.
妻の花 (아내의 꽃, 번역; 리안천인)
花は顔を見合わせると美しい
カワラナデシコの花が咲いた遊歩道に沿って歩きながら
妻の顔に咲いたシミの花を見る
強い直射日光を避けるため
目深にかぶった帽子にもかかわらず
しきりに顔に広がる妻の花、
一年中日差しがないわけではないように、避けられない
妻の顔には咲いた花がふえていく
妻は体のてっぺんに花園を載せて歩くのだ
キミの花、そばかすの花、しわの花
様々な妻の花畑で、それでもほうの上に
そっと載った笑顔の花が 時には慰めとして咲く
カワラナデシコの花が体をこする遊歩道を歩きながら、
私は妻の手の平に字を書く
世の中で一番美しい花がいつも私のそばにいると
아내의 꽃
꽃들은 얼굴을 마주 볼 때 아름답다
술패랭이꽃이 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아내의 얼굴에 핀 기미꽃을 본다
햇볕의 직사포를 피하기 위해
푹 눌러쓴 모자에도 아랑곳없이
자꾸 얼굴에 번져가는 아내의 꽃,
사시사철 햇볕이 없을 수 없듯 피할 수 없이
아내의 얼굴엔 피어난 꽃이 늘어간다
아내는 몸 꼭대기에 꽃밭을 이고 다니는 것이다
기미꽃, 죽은깨꽃, 주름꽃
다양한 아내의 꽃밭에서 그래도 볼 위에
살짝 얹어진 웃음꽃이 가끔씩 위안으로 피어난다
술패랭이꽃들이 몸을 부비는 산책로를 걸으며
나는 아내의 손바닥에 글씨를 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항상 내 곁에 있다고
일본어로 번역된 나태주 시인의 시도 두 편 가져와 봤다.
내가 너를(나태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ぼくがきみを
ぼくがきみを
どれほど好きなのか
きみは知らなくてもいい
きみを好きになる気持ちは
ただぼくののものだから
ぼくの慕う気持ちは
ぼくの一人のものだとしても
満ちあふれてものだから……
ぼくはもう
きみなしても きみを
好でいられる
그 말(나태주)
보고 싶었다
많이 생각이 났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남겨두는 말은
사랑한다
너를 사랑한다
입속에 남아서 그 말
꽃이 되고
향기가 되고
노래가 되기를 바란다
その言葉(ナテジュ)
会いたかった
いつも考えていた
そう言いながら 最後まで
残したままの言葉は
愛してる
きみを愛してる
口の中に残ったその言葉が
花となり
香りとなり
歌となればい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