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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Aug 29. 2021

일본이 소멸될 수밖에 없는 이유

일본의 늦은 위기 대응능력과 항거하지 못하는 국민성

유연성이 부족한 사회

온천에 갔을 때였다. 주변에 꼭 먹어 보고 싶은 시골 두부 가게가 있었는데, 온천 여관의 맛난 요리를 먹고, 주변을 관광하느라 들릴 틈이 없었다. 귀경 길에 이른 저녁을 먹으러 역 주변의 조그만 향토 식당에 들렀는데, 마침 냄비 요리에 그 두부가 들어간다고 한다. 냄비 요리를 주문하며 부탁했다.

“혹시 생두부만 별도로 추가 주문할 수는 없을까요? 아주 고소한 맛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요”

“죄송하지만 메뉴에 없는 요리는 주문하실 수가 없습니다.” 단칼에 거절이다. 


안되면 되게 하라!
짬짜면, 칼제비의 나라 한국

지인 소개로 나카오카치마치(仲御徒町)의 한국 음식점 ‘시골집(田舎家)’에 처음 갔을 때였다. 삼겹살과 함께 일본의 증류식 소주를 마시면 궁합이 잘 맞는다. 그런데, 메뉴를 보니 한국 소주와 막걸리만 나와 있다.

“사실, 삼겹살과 일본 소주도 잘 어울리는데, 메뉴에 없네요?”

“음~ 지금, 사다 드릴게요. 뭘로 사다 드리까요?”

“어이쿠, 바쁘실 텐데 죄송합니다. 니카이도(二階堂) 면 좋겠습니다.”

급히 사러 나가시는 사장님 입장을 생각해서 대부분의 마트,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대중적인 브랜드를 부탁했다. 그리고, 그 이후 단골이 되어 많은 일본 손님들을 모시고 갔더니 시골집에서 일본 소주는 정식 메뉴가 되어 있었다.


매뉴얼 대로만, 시키는 대로만 하는 일본

2020년 2월, 예정보다 3일 빨리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요코하마(横浜)항에 입항했다. 쉬쉬하고 있었지만 홍콩에서 내린 승객이 코로나 19에 확진되었기 때문이었다. 입항 후 PCR 검사에서는 발열 증상을 보인 승객 31명 중 1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선내에선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의 해외 입국자 2주간 격리, 확진자는 일본 상륙을 원천 봉쇄한다는 미즈기와(水際) 방침에 따른 조치였다. 연일 이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와타 켄타로(岩田健太郎) 고베대학병원 감염증 내과 교수가 개인 자격으로 배에 올라 현장을 조사했다. 그리고, 폐쇄된 선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 승무원들과 승객을 분리시키고, 무확진자를 하선시켜야 한다고 정부에 강력히 건의했다.


크루즈선 감염 확대는 인재

그러나, 그의 건의는 묵살되었고, 오히려 하늘과 같은 정부의 판단에 대항하는 미운 오리가 되어 언론에서 조차 자취를 감추었다. 결과, 크루즈선의 승객과 승무원 총 3713명 가운데 1천 여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고, 15명이 사망했다.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현실에 맞지 않는 매뉴얼만 지킨 일본 정부의 대응이 부른 인재였다. 이러한 위기 대응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 10만 명이 넘는 코로나 19 중증 환자가 병실 부족으로 입원하지 못하고, 집에서 대기하다가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본의 위기 대응 속도는 과연 일본을 선진국이라 할 수 있을지 의심이 갈 정도로 지나치게 느리다. 코로나 확진자 발생 후 1년 6개월, 올림픽 개최에 따른 코로나 19 확진가가 하루 2만 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문가 경고가 나온 지 6개월이나 지난 8월이 되어서야, 일본 정부는 야전병원, 공공시설을 활용한 중증환자 치료 병실을 준비하기 위한 검토를 하고 있다.


일본 민주주의, 정부의 정당성 확보 도구

天仁 아파트 입구 공원 구립 유치원을 짓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1 세대 아파트 주민과 주변 시민들은 유치원이 공원 입구를 막아 미관을 해친다며 다른 장소에 설치해  것을 건의했다. 주민들의 건의를 검토해 보겠다던 구청은  다른 설명도 없이 예정대로 공사를 강행했다.  주변에 육교를 설치할 때도 상황은 똑같았다. 많은 주민들이 육교 설치를 반대했는 데도 불구하고, 구청의 계획대로 육교를 만들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육교를 이용하지 않고 없어진 횡단보도를 당연하다는  단체로 불법 횡단하고 있다2020 도쿄 올림픽도 마찬가지다. 많은 전문가, 80% 넘는 국민들이 코로나 19 확산을 우려해 반대했지만, 정부의 정치적 논리대로 강행했다. 대의민주주의가 국민의 뜻을 모두 정치에 반영하겠다는 논리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본 행정부의 국민을 무시하는 정책 시행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다.


순응하는 것이 미덕인 일본 사회

재미난 것은 일본 시민사회는 반대했던 일이 시행되고 난 이후에는 그 누구도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세의 침략이 없었던 섬나라 일본 국민들은 지역 군주, 칼을 든 사무라이들에게 충성하며 살아왔다. 조금이라도 사무라이들의 비위를 건드리면 칼이 날아들었기 때문에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소리나 의견을 내면 안 되는 것이 불문율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습성은 일본의 국민성이 되었고, 순응이 미덕인 사회가 된 것이다. 이런 국민성은 일본 국민들이 질서를 잘 지키고, 매뉴얼을 잘 준수하는 선진 국민인 것으로 미화되어 왔다. 일본에서 부당한 권력에 ‘항거’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쟁취해 본 적이 없는 나라, 일본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은 빠른 판단력이 생명

일본은 18세기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며 증기기관을 기반으로 기계화가 진행된 제1차 산업혁명 국가가 되었다. 2차 세계대전 대전 패전 이후 쓰러져 가던 일본은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의 특수로 기술 발전과 함께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며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운이 좋았다. 


한편, 세계 경제는 20세기 초까지 전기 에너지를 기반으로 대량생산 혁명을 가져온 제2차 산업혁명,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지식정보 혁명인 제3차 산업혁명기를 지나, 이제 빅데이터, AI, IoT, 정보기술 기반의 초연결 혁명이라 일컫는 제4차 산업혁명기에 접어들었다. 2, 3차 산업혁명기 까지는 꼼꼼하고, 성실하게 정해진 매뉴얼을 준수하고, 반복하는 일이 중요했다. 그러나, 다양한 변수의 상호작용으로 예측이 불가능하며 연결성이 더욱 촘촘해지는 제4차 산업혁명의 사회에서는 변화에 민첩하게 적응하기 위한 ‘위기 대처능력’이 요구된다.


불합리성 개선 못하면 일본은 소멸될 것

코로나 팬데믹과 도쿄 올림픽은 제1차 산업혁명 참가하며 윤택한 1백 년을 지내왔던 일본의 경제적 지위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행정 디지털화가 다른 국가들보다 10년 이상 뒤쳐졌고, 미래를 주도하고 조정해 나갈 시스템도, 리더도 없기 때문이다. 세계 3대 투자자로 명성을 인정받는 짐 로저스도 이미 “올림픽으로 일본의 국부채가 더욱 커져 일본은 100년 내에 소멸할 것”으로 경고한 바 있다. 일본의 젊은이, 지식인들이 잘못된 현실에 분노하고, 개선하려 나서는 의지가 없는 한 더 이상 일본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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