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에 투자하고 연구 지속성을 강조하는 일본
한 밤중에 도쿄에서 약 8백 킬로 떨어진 아오모리(青森)에서 진도 5強(강)의 꽤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는 재해 알람 소리에 잠이 깼더니, 꽤 피곤한 하루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일본은 마나베(眞鍋 淑郎)씨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 소식으로 떠들썩합니다.
오래전에 마나베 씨의 논문을 참고했던 기억이 나네요. 예전 주재원 시절에는 매주 발표하는 일본 기상청의 장기 기상예보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하여, 수집한 자료를 번역, 요약하여 본사에 보냈습니다. 의류, 패션 제품도 취급하는 본사는 늘 두 시즌 후의 제품을 미리 만들어야 하는데 天仁의 장기 기상 정보는 수량을 결정하는 상품기획에 매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의류, 용품은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었지요.
그때 기상정보 외에 추가로 자료를 조사, 보고서를 작성했던 것이 '지구온난화에 대비한 대응방안'이었습니다. 보고서의 결론은 ‘2천 년대가 되면 지구의 평균온도가 2℃ 이상 오르고, 한반도도 봄, 가을이 짧아져 여름과 겨울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내용이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꼭 들어맞습니다. 그때 보고서 작성에 참고했던 논문, 자료 중의 하나가 오늘 노벨상을 수상한 마나베 씨의 '지구온난화' 이론이었습니다. 50여 년 전에 과학적 근거로 지구온난화를 예상했던 마나베 씨의 연구 성과는 정말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잘못된 제국주의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늘 아래로 내려다보지만, 기술, 산업의 측면에서는 일본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일본의 빠른 외국 문물 수용과 교육의 결과로 생각됩니다. 우리는 일본의 개화를 메이지유신 정도로 가르치지만, 사실 세계경제사에서는 일본을 '증기기관을 발명한 영국에 이은 후발 산업혁명 국'으로 표현합니다. 일본이 개화와 함께 가장 잘한 것은 교육이었다고 생각합니다. 天仁네 동네에도 역사가 140년 이상된 초등학교가 몇 개나 있습니다. 일본은 1871년부터 2년간 107명으로 구성된 이와쿠라 사절단(岩倉使節団)을 미국과 유럽에 보냅니다. 이때 배우고 돌아와 그 내용을 발전시켜 나간 것이 기초 과학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고, 지금의 화학, 의학, 물리학의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예를 들면, 일본의 이화학연구소는 1917년 설립되어 역사가 1백 년이 넘은 기초 과학의 산실입니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일본 국적자 25명, 현재 외국적 취득자 6명 등 31명으로 전 세계 6위입니다만, 과학분야는 19명으로 미국에 이어 2위입니다. 재미난 것은 노벨 수상자 중 일본의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이 도쿄대학(東京大学) 21명, 교토대학(京都大学) 14명 등 모두 66명이나 된다는 것입니다. 일본이 교육, 기초과학에 힘을 쏟은 결과이겠지요. 특히 일본의 대학, 연구소에서는 연구 중이던 교수가 퇴임해도 후배들이 연구를 지속하여 성과를 내는 연구의 지속성을 매우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 기관의 적극적인 지원도 대단합니다. 노벨상 수상 소식에 늘 따라붙는 속담이 한우물을 판다는 뜻의 '돌 위에서도 3년(石の上にも3年)입니다. 이를 응용 발전시키는 기업의 자세도 매우 대단해 지금도 제조 전문가를 뜻하는'모노즈쿠리', '장인정신'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가올 2040년 미래는 XR(확장 현실, eXtended Reality), IoT(사물 인터넷), AI(인공지능)을 합친 신조어 'XIA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디지털 혁신이 8가지 핵심 키워드인 '5G, 6G, XR(확장 현실), IoT(사물 인터넷), AI(인공지능), 메타버스, 원격 사회, 데이터 경제'가 주도할 것이라는 것이지요. 이 분야에서는 우리나라도 기술 기반, 상용화 모두 세계의 최상위 수준이라 미래가 밝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노벨상이 과거의 오랜 연구의 결과물에 대한 시상이니, 노벨상을 많이 받는다고 해서 반드시 미래가 밝은 것도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다가올 미래를 이끌 새로운 기술의 기반도 역시 기초 과학일 것이기에, 일본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이 축하를 하면서도 부럽기만 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