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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Nov 11. 2021

스테디셀러 포키, 2년 연속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

11월 11일은 포키 & 프리츠 데이(Pocky & Pretz Day)

Share Happiness

봄에 독립한 딸이 사랑하는 엄마를 만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엄마가 기다리는 약속 장소로 향하는 도중, 뜻밖에 길을 잃은 아이를 만났다. “길을 잃었니? 괜찮아, 곧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거야.”라며 아이를 위로한다. 해프닝이 있은 후에 무사히 엄마와 재회했다. 전망 좋은 공원의 벤치에 사이좋게 걸터앉은 2명은 동시에 포키를 꺼내며 서로 웃는다. 모녀는 서로 먹여 주기도 하고, 재미난 포즈를 취하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포키로 인해 마음이 통한 두 사람, 딸은 이곳에서 진짜 귀성 이유를 엄마에게 전한다. “엄마, 그림 계속 그리세요” 엄마는 딸의 배려와 상냥함에, 딸의 성장에 감동한다. 자신도 성장할 것을 다짐한 엄마, 서로의 소중함을 솔직하게 전하며 떨어져 있는 시간을 메운다. 멀리서 이 모습을 바라보는 아빠는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포키 TV 광고 ‘딸의 귀성 가족의 정(娘の帰省、家族の絆)’편의 카피는 ‘キモチ重なる, キズナ深まる’(마음을 이어 줍니다, 정이 깊어집니다), “Share Happiness(행복을 나누세요)”이다.

https://youtu.be/oIMCYm94KOM


오늘 일본은 우리의 ‘빼빼로 데이’에 해당하는 ‘포키 & 프리츠 데이(ポッキー&プリッツ の日, Pocky & Pretz Day)’이다. 포키(Pocky)란 에자키 구리코(江崎グリコ) 사의 초콜릿 과자로, 1966년의 발매 이후 100억 박스 이상 판매된 스테디셀러 상품이다. 2019년 전 세계 30개국에서 5억 9천만 달러(한화 약 7천억 원)이나 팔려 지난달에는 '초콜릿 코팅된 비스킷 브랜드의 세계 매출 No.1'로 2년 연속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되었다. 상품명 ‘포키’는 ‘단단하고 가는 것이 부러지는 소리나 그 모양을 나타내는 말’인 ‘폿킨(ぽっきん)’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매년 일본에서 3천 개 정도의 신규 과장 상품이 출시된다고 하는데 50년 이상 롱런 중이니 정말 대단한 상품이다.


과자 한 상품이 어떻게 50년 세월을 이겨 냈을까.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내년에 창립 100주년을 맞는 에자키 구리코 사의 창업 당시 주력 상품명이 ‘구리코’다. 구리코는 글리코겐이 들어있는 굴을 끓인 즙을 당시에 유행하던 캐러멜에 주입한 제품이다. 창업자 에자키(江崎) 씨가 기호품인 과자에 영양성분을 넣어 ‘영양과자’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냈다. 1966년 발매한 ‘포키’는 4년 먼저 발매한 ‘프리츠’에 초콜릿을 묻혀보자는 발상에서 개발되었다. 처음에는 과자 전체에 초콜릿을 묻혀 은박지로 하나씩 감쌌는데 생산공정도 복잡하고, 손에 초콜릿이 묻는 등 먹기에도 불편했다. 그래서 손잡이 부분은 남겨두고 초콜릿을 코팅하는 아이디어로 개선되었다. 처음에는 이름도 ‘초코텍’이었다고 한다. 터벅터벅(테쿠테쿠, テクテク) 걸으며 먹는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테스트 판매 중에 초코텍이 이미 등록된 상표임을 알게 되어 급히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 결과는 간단해 보이지만 마케팅 과정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가 있었을까.


초기에 브랜드 인지도를 넓히기 위한 마케팅 방법은 ‘머들러(muddler)’ 작전이었다. 온 더 락의 찬 술에 포키를 담가 뒀다가 술을 저어 안주로 먹도록 하는 영업전략이 맞아떨어지며 인지도가 높아졌다. 또 하나는 ‘여행에는 포키’. 이 캠페인이 벌어졌던 1980년대 초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본격화된 시기였다. 패션이나 여행을 취급하는 여성용 잡지가 인기를 얻으면서, 그런 기사를 읽은 젊은 여성들이 관광지로 여행을 떠나는 현상이 주목받고 있었다. 구리코사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광고를 통해 ‘휴대가 편리하고 여행의 동반자로 최적’ 임을 어필했다. 박스에 유명 관광지인 하코다테(函館), 교토(京都), 구라시키(倉敷)의 사진을 넣어 인기를 끌었다. 얼리면 상온에서 보다 1.3~1.9배 딱딱해지는데 착안해 ‘여름에는 얼려서 시원하게 드세요’라는 마케팅도 효과적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발매 10년이 지난 후에는 ‘아몬드’와 ‘딸기’ 버전도 발매했다. 그 이후에도 여성 고객을 이해서는 작은 파우치에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리틀 포키’, 씁쓸한 초콜릿을 사용한 ‘멘즈 포키’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며 스테디셀러로서 지위를 굳혀갔다.

 

고객의 체험 가치(Customer Experience)


포키는 고객의 체험 가치(Customer Experience=CX)를 항상 업데이트해 오고 있다. 헤이세이(平成) ‘11’년이던 1999년부터는 매년 11월 11일을 ‘포키&프리츠의 날’로 정하고 집중적인 판촉 활동을 벌이고 있다. 포키&프리츠의 날은 일본기념일협회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기념일이다. 소비자 인사이트 연구소의 2017년에 조사에 따르면, ‘11월 11일이 포키&프리츠의 날이라고 알고 있는가’ 설문에 대해, 회답자의 90퍼센트 이상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포키&프리츠의 날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맛과 타입의 포키를 가지고 학교에 모여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에 친구들과 함께 먹으며 먹거나 선물하는 사례도 많이 있다. 기념일 마케팅은 매우 큰 효과가 있었다.

컬래버레이션


타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도 효과를 발하고 있다. 기린 맥주의 인기 음료 ‘오후 홍차(午後の紅茶)와 포키’가 대표적인 사례다. 구마모토현(熊本県)의 마스코트인 ‘구마몬’과의 콜라보도 대 성공이었다. 지역, 기간 한정으로 행사를 진행했는데, 1주일 만에 품절이 되고, 추가 발주가 나오며 계획의 2배인 150만 박스가 팔렸다. 또 하나는 ‘구리코드’. 창업 때부터 ‘먹는 것과 노는 것은 아이의 2대 천직이다’라는 방침으로 교육용 장난감이 붙은 캐러멜 등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앱을 활용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도 진행하여, 앱을 통해서 배우면서 즐겁게 먹는다는 부가가치도 낳고 있다. 올해 초 라인 이벤트에서는 하루 동안 8만 상자를 완판 했다. 페어로 상품을 구성하여 선물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모두 포키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많은 호응을 받았다. 포키가 스테디셀러가 되고 있는 것은 이렇듯 끊임없이 타깃을 확장해 가며 계속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가치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좀 더 구체적인 사례들을 조사하여 보강하면, 좋은 마케팅 케이스 스터디 사례가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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