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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Oct 22. 2021

겨울을 알리는 고가라시 이치고

처음 부는 봄바람은 하루 이치방(春一番)

오늘 10 22() 일본은 혼슈(본토) 남해안을 통과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관동지방 광범위한 지역에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한국, 서울에 비하면 추운 것도 아니겠지만, 11 현재 기온도 10℃ 평년의 12 하순~1 초순 정도의, 도쿄 날씨로는  추운 편입니다. 기상 뉴스에서는  ‘고가라시 1(木枯らし1, 고가라시 이치고)’  수도 있겠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합니다.

고가라시 1호(木枯らし1号),
처음 부는 겨울바람

매년 이맘때가 되면 이 말이 화제가 됩니다만, '처음 부는 겨울바람'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대관령과 강원도 산간지방에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에 겨울이 시작되었구나 하고 느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고가라시 1호는 도쿄와 오사카에서만 발표하는데 그 기준이 조금 다릅니다.


도쿄(東京)의 기준

1. 기간은 10월 중순에서 11월 말에 한한다.

2. 서고동저(西高東低)의 겨울형 기압배치에 계절풍이 불 것

3. 바람 방향이 서북서, 북쪽일 것

4. 최대 풍속이 풍력 약 5(초속 8m 이상) 일 것


오사카(大阪)의 기준

1. 기간은 상강(10월 23일경)에서 동지(12월 22일경)까지

2. 서고동저(西高東低)의 겨울형 기압배치

3. 북쪽에서 바람이 불고, 최대풍속 8 m/s이상일 것


도쿄, 관동지방은 특히 바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주 넓은 평야 지역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바람에 대한 재미난 말도 있습니다. 관동지방에서 '겨울에 비나 눈을 동반하지 않고 강하게 부는 건조한 북풍'을 '가라카제(空風/乾風)'라고 합니다. 우리말로는 '칼바람'이라고 할까요? 가라카제가 생기는 이유는 바람이 산을 넘으면서 온도, 기압이 모두 떨어져 공기 중의 수증기가 비나 눈이 되어 산에 내리기 때문에 산을 넘어온 바람은 건조한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군마현(群馬県)에서 겨울에 부는 북서풍은 옛 지명을 따서 ‘죠슈의 가라카제(上州の空風)’로 부르는데, 군마현의 명물 중 하나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기상청은 왜 이런 발표를 할까요? 단순한 계절 정보이기도 하지만 ‘방재(防災)’가 그 목적입니다. 날씨가 추워지니 건강에 유의하고, 화재도 조심하자는 것이지요. 특히, 볏짚이 주원료인 다다미(畳) 바닥에, 목조 건물이 많은 일본에서는 유용한 방재 정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 고가라시 1호라는 말은 1968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일본 기상청은 1991년부터 정식으로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만 발표했는데, 오사카의 강력한 요청으로 지금은 도쿄, 오사카 두 군데서 발표합니다. 그런데, 고가라시 1호가 불지 않았다고 춥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고가라시 1호에는 온도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고가라시 1호가 발표되지 않았더라도 기온이 떨어지고 추워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겨울이 지나 처음 부는 봄바람은
하루 이치방(春一番)

참고로, 첫 번째 부는 겨울바람을 고가라시 1호라고 하듯이 겨울이 지나 처음으로 부는 봄바람을 뜻하는 말도 있어, '하루 이치방(春一番、はるいちばん)'이라고 합니다. 일본 기상청에서는 고가라시 1호와 마찬가지로 하루 이치방에 대해서도 그 기준을 정해 놓고 있습니다.


1. 입춘(2월 4일경)부터 춘분(3월 21일경) 사이

2. 동해에서 저기압 발달

3. 남쪽 고기업에서 10분간 평균 8m/s 이상의 바람이 불 것

4. 전 날에 비해 기온이 상승할 것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지, 썰렁한 마음 때문인지 아직 겨울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봄이 기다려집니다.

10월23일, 오사카 지역에 고가라시 이치고가 불 구구 있겠다는 일기 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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