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청 발족했지만 사회 전반의 디지털 인식 낮은 나라
일본의 공공장소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Wi-Fi) 서비스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도쿄 시내 중심지역의 9개 지하철 노선을 운행하는 도쿄 메트로는 2010년 시작했던 차량 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지난 6월 중단했다. 도쿄도가 운영하는 도에이(都営) 시내버스도 지난해 말 차량 내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중단했다. 공공 교통 기관의 와이파이 무료 서비스는 방일 외국인 대응이 주목적이었는데, 서비스 중단 이유는 2020 올림픽 종료, 코로나로 외국인의 방일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요 체인 매장들도 와이파이 무료 서비스를 중단하고 있다. 지난 3월 편의점 세븐일레븐, 대형마트 이토요카도, 패밀리 레스토랑 데니스 등 세븐&아이홀딩스 그룹은 7 SPOT 와이파이 서비스를 중단했다. 편의점 패밀리마트도 지난 지난달로 매장 내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중단했다. 세븐&아이홀딩스는 2011년부터 집객(集客) 효과를 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왔는데, 서비스 중단은 ‘통신사업사들이 무료 와이파이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통신 3사의 Wi-Fi 스폿도 기지국 정비와 5G 보급에 따라 점차 그 수를 줄여 나가고 있다.
일본에서 무료 Wi-Fi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경이다. 스마트폰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기지국 설치가 늦어졌던 소프트뱅크, 도코모, AU 등의 통신 3사가 점포 등의 광회선을 이용한 Wi-Fi 서비스를 전개했고, 일반 고객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이후 지자체가 방일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NTTBP 인터넷 자료에 따르면 프리 Wi-Fi의 트래픽(통신 데이터량)은 해마다 계속 증가해 2019년 10월에는 과거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코로나 19 사태로, 방일 외국인 관광객의 수가 격감하면서 무료 와이파이 트래픽도 급감했다. 일본 전국의 프리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액세스 포인트는 2020년 약 20만 곳에서 2021년 약 16만 줄어들었다. 반면, 비체인 카페, 식당 등 소규모 사업자의 SSID의 수(서비스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지난달부터 코로나로 중단했던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다시 허용했다. 우리나라와는 하네다-김포공항 간의 셔틀 편도 운항도 재개했다. 물론, 소규모 단체 관광객의 정해진 일정, 구간만의 이동만 허용하고 있어 아직 그 수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 현재 프리 와이파이 트래픽은 코로나 전에 가까운 수준까지 회복되고 있다고 한다. 방일 관광객의 급격한 감소로 채산이 맞지 않아 공공 교통기관이나 사업자들이 서비스를 중단했다는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와세다대학 정자정부 자치단체 연구소는 지난해 말 2021년 일본 정부의 디지털화 순위가 전 세계 국가 중 9위로 전 조사 때 보다 오히려 2단계나 내려갔다는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코로나 대응에서 드러난 정부기관의 종적이며 느린 행정체계, 중앙 정부와 지방 자치단체의 디지털 격차, 인재 부족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가족관계 증명서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구청이나 구민 사무소를 직접 찾아가야 하는 나라, 병원에 가려면 플라스틱 보험증을 지참해야 하는 나라, 크레디트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가게들이 많아 늘 비상용 현금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나라 일본. 일본은 2021년 디지털청을 발족하면서 전자정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장소에의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 중단 사태를 보면, 아직도 일본 사회 전체의 디지털화에 대한 인식이 매우 뒤처져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