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것을 제거함으로써 본질적인 가치를 끄집어내는 것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뺄셈 문화(引算文化)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뺄셈 문화란 ‘강조하고 싶은 것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잘라 내는 것 즉, 불필요한 것을 제거함으로써 본질적인 가치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면 심플해진다. 빼서 생긴 여백의 부분이 있어야 오히려 한 점의 미를 더 강조할 수 있고, 다른 것을 채울 수도 있다.
불필요한 것 제거하여
본질적 가치를 끄집어낸다
일본의 뺄셈 문화는 정원, 요리, 회화, 단가, 차도, 꽃꽂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할 수 있다. 일본식 정원인 료안지(龍安寺)의 가레산스이(枯山水)는 뺄셈 문화, 미학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가레산스이는 ‘물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돌과 모래 등으로 산수풍경을 표현’하는 일본의 정원 양식이다. 물을 느끼고 싶어 물을 빼고 여백을 만들어, 그 여백에 마음을 채워 넣는다는 것이 가레산스이의 콘셉트이다. 무로마치 시대(室町時代)에 번성했던 선(禅) 문화의 시대적 배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일본 요리에서도 뺄셈 문화를 찾을 수 있다. 일본 요리는 계절감을 중히 여기며, 눈으로 즐기는 음식으로 전체적으로 담백하고 섬세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재료의 쓴맛이나 냄새 등 불필요한 것을 제거해 소재 본래가 가지는 맛을 두드러지게 하는 것을 매우 강조한다. 서양요리가 재료에 향신료나 소스를 뿌려 맛을 더하거나 감추도록 하는 것이라면, 일본 요리는 소재 본래의 맛을 이끌어 내면서 소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서양화가 사실적, 입체적이며, 유화 등으로 두껍게 덧바른다면, 일본 회화는 단순하고 평면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수묵화에서는 여백을 부각한다. 서양의 시가 드라마틱한 서사시를 음유시인(吟遊詩人)이 노래하면서 이야기하는데 비해, 일본 시는 쉬운 가나(仮名) 31자로 와카(和歌, 일본 고유 형식의 시)를 짓고, 17자로 하이쿠(俳句)를 만드는 절제를 보여준다. 이 짧은 글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 필요한 말만 하고, 그 이외 단어는 잘라내 버린다.
서양 건축물이 크고 호화롭고 아름답게 보이도록 돈과 물량을 투입하는 반면, 일본식 건축물은 쓸데없는 것은 최대한 줄이고 본질인 한 점에 집중한다. 특히 방(和室)은 군더더기와 불필요한 장식을 없애 아주 심플하게 만든다. 꽃꽂이도 아름다운 꽃 한 송이면 충분하다.
심플한 것이 파워풀한 것
시즈오카겐리츠대학(静岡県立大学)의 이와사키 구니히코(岩崎邦彦) 교수가 재미난 설문 조사를 했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 중 어느 쪽이 더 많은지 물었더니, ‘단점이 더 많다'는 대답이 ‘장점이 많다’고 답한 사람의 두 배 이상이나 되었다. 결국 우리는 단점에 눈이 가서 약점을 개선하려고 ‘덧셈’을 하게 된다. 한편, 라면만 제공하는 가게와 라면, 우동, 소바, 카레라이스를 제공하는 가게 중 어느 가게에서 라면을 먹고 싶은지 물었더니 80% 이상이 이라고 답했다. 심플한 것이 파워풀한 것이다.
검색창만 있는 구글의 톱 화면,
홈 버튼도 없앤 아이폰
더하기를 추구하던 생각에서 최근 뺄셈 문화의 역발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마케팅 부문이다. 지금까지 비즈니스에서는 생산량 증가, 구색 추가, 기능 추가, 타깃 확대 등 덧셈의 사고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뺄셈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 스타벅스에는 핫도그가 없다.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 구글의 톱 화면은 검색창 이외의 군더더기를 모두 없애고 여백을 늘려 가능성을 상상하도록 만들었다. 안드로이드 폰에는 버튼이 여러 개가 있는 반면 아이폰에는 하나밖에 없고, 이젠 아예 그 조차도 없애 버렸다. 무지(無印良品) 매장에는 컬러풀한 의류가 없다. 뺄셈으로 본질적 가치를 끄집어 냄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있는 것이다.
이와사키 교수는 저서 ‘뺄셈 하는 용기(引き算する勇気)’에서 뺄셈을 하면 전문성과 깊이의 승부를 할 수 있어, 기업 간에 나눠 먹기가 생기고, 가격경쟁도 일어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한다. 상품이나 고객의 타깃을 좁히는 뺄셈의 전략은, 종합적인 상품 구색의 덧셈 전략보다, 소문이 나기 쉬워진다. 뺄셈을 함으로써 이미지가 명확해지고 말로 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흔히 힘 빼는데 3년이 걸린다고 한다. 힘을 빼고 스윙하라고 하지만, 힘을 주지 않으면 공을 멀리 날려 보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힘을 주되 어느 정도의 힘을,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발휘할 것인가 이다. 비즈니스에서도 어떻게 잘 줄이고 가치를 창출하여 고객에게 전달할 것인가가 중요한 관점이 되었다. 운동이든 사업이든 인생이든 힘을 빼고, 불필요한 것을 버려야 심플해져서 더 강해질 수 있다.
● 좋은 뺄셈은 가치를 창출하지만, 나쁜 뺄셈은 그렇지 않다.
● 좋은 뺄셈은 깊이 생각하게 하지만, 나쁜 뺄셈은 일을 겉날린다.
● 좋은 뺄셈은 응축(凝縮), 나쁜 뺄셈은 희석(希釋)
● 좋은 뺄셈은 지혜를 짜 내지만, 나쁜 뺄셈은 코스트만 줄이려 한다.
● 좋은 뺄셈은 미래를 지향하지만, 나쁜 뺄셈은 과거로 회귀한다.
이와사키 구니히코(岩崎邦彦)
☛ 취급 아이템 수의 70%를 줄여 위기를 극복하고 브랜드 가치 1,188억 달러로 글로벌 1위로 우뚝 선 애플
☛ 1971년의 취급 아이템 Coffee, Tea & Spice 중 1987년부터 홍차와 스파이스를 버리고 커피에 집중하여 성공. 고유의 커피 맛을 살리기 위해 흡연실을 없애고, 피자, 핫도그도 취급하지 않는 뺄셈 마케팅 실천.
☛ 브랜드를 없앤다는 ‘無印’ 콘셉트가 브랜드화되어 성장한 무지(無印良品). 심플한 디자인, 심플한 생활을 지향하는 고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열대어, 돌고래, 해달(海獺) 등을 해파리에 집중하여 세계 제1의 해파리 수족관이 된 츠루오카 가모 수족관(鶴岡市立加茂水族館)
☛ 커피, 음료, 카레를 함께 취급하던 깃사텐(喫茶店)으로 출발하여 최고의 카레전문점이 된 코코이치방야(CoCo壱番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