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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Nov 13. 2024

디지털 교과서 도입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 분분한 일본

올해부터 디지털 교육 시작, GIGA 스쿨구상

"반대합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용으로 아이들의 뇌 발달이 늦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나와 있습니다.  GIGA 스쿨 구상은 아이들의 뇌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찬성합니다. 태블릿이 선생님들과 학생이 직접 조사하고, 토론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태블릿이 종이 교과서 보다 발전적으로 생각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좋아서 자주적인 학습 스타일로 가게 될 것입니다."


슈칸분슌(週刊文春)이 최근호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입이 시작된 초중학교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관한 특집 기사를 실었다. 기사에서는 태블릿의 나쁜 영향을 지적하는 연구 사례를 들며 아이들의 뇌를 압박한다는 위기감을 경고하고 있다. 또, 스웨덴 등 디지털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종이 교과서로 회귀하는 사례도 있다면서 도입 전에 이러한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일본은 2019년부터 'GIGA(Global Innovation Gateway for All) 스쿨 구상'을 추진해 왔다. 의무교육 대상인 아이들에게 태블릿 등 전자단말기를 한 대씩 보급하여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첫해에 예산 2,318억 엔(한화 약 2조 1천억 원), 작년도에는 2천6백억 엔(한화 약 2조 3천억 원)을 투입했다. 결과, 일본 전국의 대상 아이들에게 단말기 지급을 끝내고 올 4월부터 본격적으로 디지털 교육을 시작했다. 초등 5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아이들의 디지털 교과서 보급율은 영어 100%, 산수와 수학이 55%라고 한다.


취재 기자는 “거액의 예산을 투자하기도 했지만, 평소 일본의 업무 추진속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빠른 스피드로 교육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다”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진작 문제는 IT 선진국에서는 “디지털 교육을 보류하자 “라는 조치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한다.


요미우리신문(読売新聞)도 지난 10월 22일 2006년부터 아이들 한 명당 1대의 단말기를 보급하는 정책을 추진했던 스웨덴에서 '종이교과서 부활'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유는 '2022년도 국제학습도달도조사(PISA) 결과가 그전에 조사했던 2018년보다 순위가 떨어졌다는 데 있다. 특히 독해력은 11위에서 18위로 떨어졌다.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에 스웨덴에서는 정신과 의사 안데쉬 한센이 저서 『스마트폰 뇌』에서 무작정 학교 교육에 디지털 기기를 도입하는 것에 관해 문제를 제기했다. 종이 교과서와 디지털 교과서가 과연 같은 학습효과가 있느냐는 점이다. 한센은 저서에서 노르웨이 연구자들이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소개하고 있다. 학생의 절반에게는 종이 서적으로 단편 소설을 읽게 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태블릿 단말기로 읽게 한 결과, 종이 서적으로 읽은 그룹이 내용을 더 잘 기억하고 있었다고 한다.


로타 에드홀름 교육부 장관장관은 "읽고 쓰기에 가장 적당한 것은 아날로그다. 펜과 종이를 사용하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법률로 모든 아이들에게 종이 교과서를 다시 배포하도록 의무화했다. 일본이 디지털 교육을 방치해 두고 있던 사이에 먼저 시행했던 나라에서 방침을 전환한 것이다.


교육평론가 오기나오키(尾木 直樹) 씨도 스웨덴의 방침전환에 동의한다. 디지털 화면으로 교과서를 읽으면 집중력이 지속되지 못하고 기억력이 산만해져 학력향상을 방해할 위험이 있다. 종이 매체를 사용하는 것이 디지털매체를 사용하는 것보다 뇌가 활발히 움직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화면을 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아이들의 시력이 나빠져 시력 1.0 미만의 초중고생이 역대 최대로 많아졌다. 쉽게 디지털교과서로 바꾸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도호쿠대학(東北大学) 노화의학연구소(加齢医学研究所)의 가와시마 류타(川島隆太) 교수는 2013년부터 센다이(仙台) 시 교육위원회와 함께 센다이 초중고생 수만 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의 기기이용과 학력과의 관계를 알아보는 대규모 조사를 해왔다. 결과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사용하면 할수록 성적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는 스마트폰, 태블릿을 시용함으로써 학습시간, 수면시간이 줄어들어서 그런가 생각했습니다만, 학습 목적의 어플을 장시간 사용한 학생들도 성적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기기가 뇌의 발달을 억제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추가 조사로 기기의 사용을 그만둔 아이들은 성적이 올라갔다는 데이터도 있습니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라도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면 학력이 떨어진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는 앞에서 말했던 PISA 순위하락과 같다.


왜 디지털기기를 이용하면 학력이 떨어지는 것일까? UCLA 교육정보대학원의 아리안 울프 객원교수는 "디지털 기기는 '깊이 읽기' 어렵다"다는 결점을 지적한다. "사람은 종이책을 읽을 때 배경 지식을 사용해 생각하고, 상상하기도 함으로써 내용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디지털 기기는 '페이지를 잡아서 넘기는' 물리적 동작 없이 손가락을 화면에 얹어 스와이프만 해도 화면이 넘어가기 때문에 대충 읽어버리기 쉽습니다. 또,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젊은 세대는  SNS를 체크하기 위해 1시간에 27번 화면을 조작한다는 데이터도 있습니다. 즉, 집중력이 결여되어 깊이 읽기가 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


이런 결과를 뒷받침하는 것이 아메리칸대학 국제언어문화부의 나오미 S 바론 교수의 연구로 미국, 독일 등 5개국 학생  4백 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나라와 관계없이 92% 가 종이책이 집중이 잘된다'라고 답했다.


가와시마 교수도 디지털기기로 공부하면 '산만해지기 쉽다'라고 지적한다. “어플은 짧은 시간에 다음으로 넘어가 하나에 집중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또, 현대인들은 집중력이 낮습니다.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2015년 발표로는 인간의 집중력 지속 시간이 8초로 금붕어 이하의 수준이라고 합니다. "


'읽기' 뿐만 아니라 '쓰기'도 종이가 디지털보다 기억과 이해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있다. 14년에 프린스턴 대학과 UCLA 실험에서는 3백 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강연영상을 15분간 보여주고 각각 키보드와 손으로 메모를 하게 한 후 시험을 봤다. 그랬더니 '인더스 문명은 몇 년 전이었나요?' 같은 사실적이고 간단한 문제는 정답률의 차이가 없었지만, '스웨덴과 영국의 평등성에 대한 개념의 차이는?' 같은 사고를 필요로 하는 문제에서는 손으로 메모한 학생들의 점수가 키보드로 메모한 학생들의 점수보다 높았다. 언어과학자로 도쿄대학 종합문화연구과 사카이교수는 "손으로 메모할 때는 적는 양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내용을 정리해 가면서 요점만 추출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키보드로 메모할 때는 들은 대로 타이핑하는데 그칩니다. 메모과정에서 생각하는 데 사용하는 시간이 어느 정도인가가 기억력에도 관계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카이 교수는 2021년 NTT데이터경영연구소와 일본능률협회 매니지먼트 센터와 함께 '적는 것과 인간의 뇌의 움직임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18세~29세 참가자 48 명을 대상으로 종이수첩과 펜, 스마트폰, 태블릿 터치펜으로 각각 향후 예정을 기입하게 하고 1시간 후에 그 예정을 떠올리도록 했다. 그때 뇌의 모습을 MRI로 관찰했는데 종이로 적었을 때 뇌는 시각, 기억, 언어 영역에서 혈액이 많이 돌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종이 책은 시각, 촉각, 후각 등에 어필할만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기억을 정착시키기도 하고 나중에 생각해 내도록 하는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뇌에서 언어 이해를 담당하는 곳은 전두엽인데 실험결과에 따르면 종이로 메모한 경우, 단순히 문자 내용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메모 용지 왼쪽 위에 적었다'라고 시각화와 언어화를 상상 이상으로 행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심호흡 수' 관점에서 종이와 디지털의 차이를 조사한 연구도 있다. 쇼와대학(昭和大学) 의학부 本間元康 씨 연구팀은 무라카미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 (ノルウェイ の森)'과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色彩を持たない多崎つくると、彼の巡礼の年)'를 34명에게 종이책과 스마트폰으로 읽도록 한 후 테스트를 했다. 그 결과 종이로 읽은 실험자들이 유의하게 점수가 높았다. 또, 스마트폰으로 읽었을 때는 심호흡 수가 약 반밖에 되지 않았다. 혼마 씨는 "스마트 폰으로 읽었을 때는 '산소가 충분하게 공급되지 않아 기억력, 이해력에 영형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생가하고 있다"라고 한다.


왜 디지털 기기로 책을 읽으면 깊은 호흡이 적어질까? 혼마 씨는 "디지털 기기의 블루라이트가 한 가지 원인이 아닐까"라는 의견이다. 아직은 추측 단계이지만 쥐 실험에서 블루라이트는 강제적으로 주의를 끌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강한 스트레스 상태에서 뇌 전두엽이 과할동(過活動) 상태가 되어 심호흡이 억제된 것이 아닐까요?"


토야마대학(富山大学)도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연구를 발표했다. 2022년 의학부 학생 340 명에게 종이와 디지털 학습효과에 대해 이해력, 기억력, 집중력, 눈의 피로 등 4가지 평가지표에 대해 앙케트 조사 결과, 이해력 부분에서는 서로 비슷했지만, '기억', '집중' 부분에서는 약 70%가 '종이가 좋다'라고 답했다. 이 조사를 주도했던 야마다(山田正明) 준교수는 이 결과에 놀랐다고 말한다. "유의한 차이가 있었기에 영국의사회 잡지(브리티시 메디컬 저널 오픈)에 게재했는데, 해외에서도 공감한다는 엄청난 반향이 있었습니다. 올해 핀란드 학술대회에 참가했을 때는 "교육 디지털화는 실패"라고 말하는 의사도 많았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학습은 집중력과 기억력을 떨어뜨린다. 또, 눈의 피로 등 여러 가지 건강 리스크도 있다. 많은 연구에서 밝혀진 것은 디지털 기기를 교육에 사용했을 때의 부정적인 측면이다. 사카이 교수는 디지털 교육 정책을 이렇게 비판한다. "문제는 마이너스 부분을 전혀 검증하지 않고 시작한 것입니다. 디지털 기기가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연구 결과가 나와 있기 때문에 틀림없이 스웨덴처럼 학력저하가 일어날 겁니다."


이렇듯 비판을 받고 있는 'GIGA 스쿨 구상'의 깃발을 흔들었던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GIGA스쿨 구상 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던 일반사단법인 ICON의 회장 아카보리 칸지(赤堀侃司) 동경공업대학 명예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ICON은 2015년에 탄생한 단체로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의 외자계 IT기업, 후지츠(富士通), NEC 등의 일본 대기업의 교육을 연결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디지털 기기를 교육 현장에 보급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문부성에서 '한 명당 1대'라는 정책이 갑자기 튀어나온 경위는 잘 모른다. 사전에 우리에게는 아무 말도 없었다."


한편,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학습에 대해 아카보리 명예교수는 이렇게 평가한다. "틀림없이 지식을 이해하는 종이 학습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태블릿은 발전적으로 생각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데는 좋을 것입니다." 2022년에는 대학생 60명을 대상으로 각각 종이, 태블릿, PC 교재로 학습 상태를 실험했다. 교재의 내용 자체는 같지만 디지털 교재에는 강사의 해설 동영상과 팝업으로 용어 설명이 표시되고 마커 기능이 첨가되었다. 그 후 문제를 풀어보면 기초문제, 다지선택형 문제는 종이가 높은 득점을 받은 반면에 서술형 문제와 응용문제에서는 태블릿이 좋은 성적을 냈다. 앙케트 조사에서는 '종이책으로 공부하면 싫증이 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아카보리 명예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예전의 교육은 선생님이 칠판에 적은 것을 베껴 쓰는 일방통행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태블릿을 도입하면서 선생님도 학생도 자신이 조사하여 토론하는 것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재미있다'라고 생각할 것인가 아닌가입니다. 태블릿은 강열한 감정을 자극하고 자주적인 학습 스타일로 갈 것입니다. 단, 종이책을 모두 없애버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밸런스가 중요합니다."


디지털 기기가 적절한 교육의 수단인가 아닌가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많지만, 일본 정부는 "2034년에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하는 학교 비율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5년 1학기부터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다고 한다. ‘세계 최초’라는 우리나라의 디지털 교과서 정책은 충분히 검토한 후 준비하였을까? 문제는 없는 것일까? 만약 위에서 지적한 문제들이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이 몫이 되니 충분히 검토한 후 도입해야 할 것이다. 고교생까지는 지금처럼 종이책을 사용하고, 대학생이 되고 난 후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함께 읽으면 좋은 天仁의 글 : 가와시마 류타(川島 隆太)의 ‘온라인 뇌(腦)’ 



슈칸분슌(週刊文春)이 ‘디지털 교욱으로 일본인이 바보가 될 것이다’라는 특집 기사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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