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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Jul 22. 2023

선생님이 존경받지 못하고, 교사가 기피 직업이 된 일본

열악한 교수 환경과 힘센 학부모 때문에 추락한 교권

젊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는 안타까운 뉴스를 들었다.


마침 일본의 교육 현장에 관한 책 <尊敬されない教師, 존경받지 못하는 교사>와 <先生がいなくなる, 선생님이 사라지고 있다>를 읽은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 더 그런지 너무너무 안타깝다. 경제 성장과 현대 학교 교육이 우리보다 빨랐던 일본의 교육계도 우리보다 먼저 혼란을 겪었다. 그리고, 지금도 진행 중인 일본 교육계의 문제점은 ‘교권의 실추’와 ‘교사의 감소’ 등 크게 두 가지다.


교사 위에 학부모,
비대해진 민간의 힘

<존경받지 못하는 교사>의 저자 스와 테츠지(諏訪哲二) 씨는 교권 실추의 원인을 ‘민간(부모)의 힘’이 너무 강해졌기 때문이며, 밸런스 조절을 위해 사회 모두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결론짓는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 학교에도 학교폭력, 등교거부, 왕따(괴롭힘), 가정폭력, 고교 중퇴, 은둔형 외톨이, 학력저하 등의 다양한 문제가 나타났다. 특히 공립학교에서는 교사의 힘이 크게 약화되면서 학교 교육의 역할도 줄어들었다. 교사의 권위가 실추되며 이른바 ‘선생님이 존경받지 못하는 사회‘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스와 씨는 학교, 교육계의 힘을 ‘교사의 힘’, ‘행정의 힘’, ‘민간의 힘’, ‘아이들의 힘’ 등 4가지의 힘으로 나눈다. 1970년 고도 성장기 까지는 그 4가지 힘이 밸런스를 잘 유지하며 교사도 권위를 인정받았다. ‘민간(학부모)’, ‘아이들’이 교사를 잘 따랐을 뿐만 아니라, 행정 기관도 교사를 지켜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70년대 후반부터 경제·사회구조가 ‘자기 이익(경제) 중심’으로 바뀌면서 힘의 밸런스가 깨어지기 시작했다. 하늘 같았던 선생님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 가치관도 바뀌었다. 공공성이나 정신적 문제보다는 '경제력'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가 되면서 시민사회의 입김이 강해졌고, ‘민간의 힘’은 학부모나 여론을 통해서 학교를 압박하게 되었다.


‘민간(학부모)의 힘’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행정의 힘’과 ‘교사의 힘’은 점점 약화되었다. 특히, 교사보다 경제적, 사회적 우위에 선 고학력의 부모(민간의 힘)들은 아이들을 ‘경제적 교환 가치(학력)’로 생각하며 우선적으로 개인이 이익을 추구하게 되었다. 당연히 공동체 의식, 교사의 권위는 무시되었다. 그런 부모의 영향을 받은 아이들도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 이익, 자기 기준에 따라 자기주장만 하게 되었다.


또, 스와 씨는 가치관이 다양해지고, 라이프 스타일도 핵가족화되며 인도어, 인터넷 사회, 맞벌이를 하는 사회가 되면서 ‘상처받기 쉬운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문제점도 지적한다. 교사의 지도에 대해 '상처받았다'고 생각하는 아이의 부모가 학교에 항의(클레임)를 하게 되는 일이 점점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교사는 학부모 불만이 두려워 엄격하게 지도하지 못해 아이들과의 관계도 소원하게 되었고, 오히려 아이들에게 휘둘리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행정의 힘’과 동료 교사도 선뜻 도와주러 나서지 못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언론 등 시민사회 ‘민간의 힘’의 공격이 두렵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잠”

“아~ 자고 싶다. 언제쯤 이 생활이 끝날까?”

“첫 아이 등교 때부터 마지막 아이 하교 때까지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면 안 된다.”

“수업 시작 3분 전 입실, 2분 전 착석, 1분 전 묵상”

“수업 준비, 지도안 작성, 수업, 리포트, 동아리 활동 지도, 등하교 지킴이, 아이들 일기 코멘트, 결석 아동 방문, 저녁 축제 지역 순찰…. 꿈속에서도 일 생각 밖에 없다.”


 “피곤합니다.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疲れました。迷わくをかけてしまいすみません).“

임용 1년 차 중학교 교사 시마다 토모오(嶋田友生) 선생님은 마지막 메모를 남겨놓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자발적인 잔업을 정당화하는
일본의 급특법(給特法)


27살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이유를 납득할 수 없었던 코모오 선생의 아버지 시마다 후지오(嶋田 富士男) 씨는 아들이 근무했던 후쿠이현(福井県)을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PC 등의 기록으로 볼 때 무급 잔업시간이 한 달 128~161시간에 이르는 과중한 업무가 목숨을 끊도록 만들었다. 과로사다.“ 라며 분노했다. 그러나, 후쿠이현은 “공립학교 교사의 잔업은 ‘자발적 행위’이니 관리자 측의 안전 배려 의무 위반은 없다” 라며 맞섰다. ‘급특법’을 근거 법률로 내세웠다. 오랜 싸움 끝에 2019년 후쿠이 지방법원은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공립학교 교사의 과로사를 인정하는 후지오 씨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아버지 후지오 씨는 “5년 간 싸워 이겼다. 교사의 처우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는데 정말 그런 가요? 문제의 근본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습니다.”며 한탄한다.


교사는 기피 직업


<선생님이 사라지고 있다>는 격무에 시달리던 임용 1년 차 중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교사들의 노동환경 문제점을 다룬 책이다. 공동저자 중의 한 명인 나고야대학(名古屋大学) 대학원의 우치다 료(内田良) 교수가 진행한 2021년 ‘학교 업무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교사가 전체의 65.8%(N=924, 초중등교원), ‘자신의 제자에게 교직을 권유하지 않겠다’는 교사가 60.0%(N=924, 초중학교 교원)나 된다고 한다. 또, 2021년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휴직한 교사는 전년보다 694명 증가한 5,897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문부과학성 '2021년도 공립학교 교직원 인사행정상황조사').


2022년 초등학교 교사 채용 전형 시험 경쟁률은 2.5 대 1로 2011년의 4.5 대 1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또, 교사를 지망하는 학생(2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원자가 줄어드는 이유로 94%의 응답자가 ‘장시간 노동 등 가혹한 노동환경’을 꼽았다. 게다가 20%의 응답자는 교원을 목표로 하는 것을 그만두었다고 대답했다. 선망의 대상이었던 교직이 이제 기피하는 블랙 직업이 되어 가고 있다. 문부과학성은 ‘22년 1월 말 ‘21년 4월 기준 전국 공립학교 1,897개교에서 2,558명의 교사가 부족하다고 발표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정년 퇴직한 교사를 촉탁으로 수업을 맡기기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은 교사에게 수당도 지급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잔업을 강요하는 ‘급특법(給特法)’에 있다. 급특법은 1971년 제정된 공립학교 교원의 급여에 대해 정한 법률로 정식 명칭은 ’ 공립의무교육제 학교 등 교육직원 급여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公立の義務教育諸学校等の教育職員の給与等に関する特別措置法)’이다. 주요 내용은 교원의 일은 근무시간 관리가 어렵다는 특수성을 고려해 휴일근무수당이나 시간 외 근무 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는 대신 월 기본급의 4%를 교직조정액으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법 통과 당시에는 평균 잔업시간이 월 8시간이었던 점에서 4%가 타당한 것으로 보였으나, 이후 교사의 업무 내용이 해마다 복잡해지고 근무시간이 길어지면서 이 법이 현실에 맞지 않게 되었다.


우치다 교수는 “시간은 돈이라고 하지만 일본에는 몇 시간을 더 일해도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직장이 있는데, 바로 나라의 백년대계를 담당하는 '학교'가 그 직장이다”라고 지적한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일본 정부는 지난 6월, 2024년부터 3년간을 교육 집중개혁 기간으로 정하고, 초등학교 고학년 교과 담임교사 3천 명 증원, 급특법 폐지 또는 잔업 수당을 4%에서 10%로 인상하는 방안 등의 안을 내놓고 국회에서 협의 중이다.


사회가 나서서 선생님의 권위를 지켜야


오늘 아침 호주에 살고 있는 친구와 통화를 했다. 한 한국인 학부형이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교장실을 찾아가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선생님께 강력히 항의를 했더란다. 말씀을 듣고 있던 교장 선생님은 학부형의 항의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세 번 셀 때까지 교장실에서 나가지 않으면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하겠다."라고 했더니 그 학부형이 도망가듯이 바로 돌아가더란다. 클레임 창구가 담임교사가 아닌 교장이라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이고, 교장이 경찰에 자신 있게 신고할 수 있도록 '교사'와 '행정' 기관에 힘을 실어주는 정책도 부럽다.

   

일본 교육계의 위기가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는다. 선생님이 존경받지 못하는 나라의 미래는 없다. 행정 기관이, 사회가 교사를 지켜야 한다.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합니다.



임용 1년 차 중학교 교사 시마다 토모오(嶋田友生) 선생은 “피곤합니다.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疲れました。迷わくをかけてしまいすみません)”는 메모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시마다 토모오 교사의 아버지 후지오 씨(63)가 지난 5월 26일 급특법 폐지 등을 요구하는 기자 회견에 출석했다. 그는 정부 개정안으로 과로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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