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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Apr 22. 2020

고시엔(甲子園)에서 배우는 경영전략

일본고시엔(甲子園) 고교야구대회

참 재미있다.
까까머리 고교생의 눈물에서 청춘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고교야구에는 열정과 패기가 있다. 정형화된 프로야구와 비교할 수 없는 신선함이 있어 빠져들게 만든다. 그래서 연고도 없는 팀들의 경기를, 그것도 TV로 몇 게임씩이나 보게 된다. 일본 최대의 콘텐츠, 고시엔(甲子園) 고교야구대회는 오봉 야스미(お盆休み, 추석 휴가) 기간 중에 열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향 집에서 TV 중계를 보며 애향심을 높인다. 49개 팀이 참가 14일간 열전을 벌이며, 드라마를 연출했던 일본 최대의 여름축제, 101회 대회가 오늘 그 막을 내렸다. 이 대회는 왜 그리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을까? 경영전략 측면에서 그 이유를 생각해 본다.

고시엔에서 돈벌이는 금지한다. 고교야구를 교육의 일환으로 생각하다 보니 당연히 상업적 요소는 배제된다. 선수나 감독에게 돈이 지불되지 않는 것은 물론, 심판은 자원봉사자들이다. 구장 사용료나 방영권도 무료다. 관람료도 저렴하여 최소한의 운영비를 제외하면 금전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기업 광고를 막기 위해 브랜드 로고가 들어간 유니폼 착용도 금지한다.

언뜻 보기에는 구장 측이나 NHK에게는 손해일 것 같으나 그렇지도 않다. 고시엔 구장을 관리하는 한큐전철(阪急電鉄)은 구장 사용료를 기부하는 대신 백여만 명 관중의 전철 요금에서 더 많은 이익을 낸다. NHK도 이 기간 중에는 직원들을 휴가 보내 비용을 줄이며 효율적으로 복리 후생 관리를 한다. 약 2주간 매일 낮 시간에는 야구 중계만 하기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을 제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미야모토(宮本勝浩) 간사이대학(関西大學) 명예교수는 입장료, 숙박비, 음식비 등 외에 잡지, 스포츠 관련 굿의 판매 등을 고려하면 433억 엔의 경제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계한다. 철저히 상업성을 배제하지만 참가 기업들은 이익을 확보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경제를 순환시키는 것이다.

경영전략의 중요성도 실감한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다 보니 번트, 히트 앤드 런 등의 작전을 거는 경우가 많다. 성공하기도 하지만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결과론이다. 중요한 것은, 감독은 물론 선수들이 목표를 명확이 공유하고, 전원이 함께 목표를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희생번트 사인인데 자신도 살려면 실패하기 쉽다. 나와 우리의 강약점을 잘 알고, 노력을 보상받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올바른 전략을 세워야 함을 배운다.

‘부가가치’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나까지마(中島孝信) 게이오대 교수는 ‘새까맣게 그을린 피부, 삭발한 머리, 예의 바르게 머리를 숙이는 모습, 스포츠맨십에 준거한 언동 등’의 ‘고교생 다움’을 ‘무형 문화재’라고 표현한다. 기업 측면에서 보면 ‘부가가치’다. 글로벌 경에서 이길 수 있는 우리의 부가가치, 강점 서비스는 무엇일까? 고품질을 추구하기보다는 니즈에 따른 상품을 제공하는 시대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사업의 참된 부가가치를 이해하고 그것을 지키고 추진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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