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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Jun 30. 2021

일본 여자 프로골프 JLPGA의 개혁 성공과 시사점

‘세계 대회에서 이길 수 있는 선수’ 육성 위한 투어 강화

세계 제일의 상금 총액을 자랑하던 일본의 남자 프로 골프투어는 여자 프로투어에 상금 총액이 뒤질 정도로 침체에 빠져 있다. ‘AON’으로 불리던 아오키(青木功), 오자키(尾崎将司), 나카지마(中嶋常幸)가 활약하던 1990년까지 일본 투어는 세계 제일의 상금 총액을 자랑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해외 메이저 통산 8승의 톰 왓슨 등 글로벌 빅 플레이어가 일본 남자투어 토너먼트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 후 30년이 흘렀다. 상금랭킹 총액은 91년 세계 1위에서 2019년 여자 투어 상금 총액에 역전당했다. 남자투어의 침체는 스타 선수의 부재와 스폰서 이탈에 기인하는데 90년 44개였던 시합이 2000년에는 33 시합, 19년에는 24로 거의 반으로 줄었다.

잃어버린 30년, 남자투어

스폰서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프로암 대회(스폰서가 초대한 내빈과 투어에 참가한 프로 선수가 함께 라운딩 하는 것, Professional and Amateur의 약자로 Pro-Am)의 불만이다. 스폰서는 대회 상금 이외에도 운영비, 방송권료 등을 부담하여 그 총액은 10억 엔(한화 약 110억 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골퍼에 투자하는 스폰서는 광고 선전효과뿐만 아니라 프로암 대회를 초청한 내빈을 접대하는 라운드라고 생각하여 매우 중요시한다. 그런데, 남자 프로들은 프로암을 단지 ‘대회 전의 연습라운드’ 정도로만 생각하여, 고객들과 대화를 나누지도 않고 자신의 연습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폰서 감소 이유는 프로암 불만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남자 투어가 마지막으로 믿고 의지했던 것이 아오키 회장이었다. 아오키 프로는 16년 일본프로골프협회에서 분리하여 탄생한 일본 골프투어 기구(JGTO)의 회장에 취임했다. 프로암 개혁을 내세우며 18년에는 JGTO가 주최하는 2부 투어 ‘Ameba TV 투어’도 개최했다. 남자투어 복권을 위해 드디어 첫 발을 내디딘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18년 일본 투어 선수권 프로암 대회에서 또다시 불상사가 발생했다. 카타야마 신고(片山晋呉)가 프로암에서 내빈들을 배려하지 않고 혼자 연습에만 몰두하자, 화가 난 내빈이 1번 홀에서 귀가해 버린 것이다. 이후 일본의 남자 프로골프 투어는 쇼와(昭和)의 낡은 가치관,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다시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JLPGA ‘세계 대회에서 이길 수 있는 선수’ 육성 위한 투어  강화


반면, 일본 여자골프투어(JLPGA)는 2019년 남자투어의 상금 총액을 뛰어넘으며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여자골프투어의 선전 이면에 고바야시 히로미(小林浩美) JLPGA 회장의 개혁이 있었기 때문으로 평가하고 있다. 고바야시 회장은 취임 후 ‘세계 대회에서 이길 수 있는 선수’ 육성 위해 투어를 강화해 나갔다. JLPGA에서는 주류였던 3일간의 경기(54홀)를 세계 규격인 4일간(72홀) 투어로 변경하도록 주최자, 스폰서에 요청하여 선수들의 체력, 기력을 강화하여 대응력을 키워 나갔다.  일본과 미국 통산 23승의 ‘아이짱 휘버’, 일본 골프계의 우상인 미야자토 아이(宮里藍)의 협력으로 골프 코스도 세계 기준으로 세팅했다.


18년부터는 시즌 도중의 상금에 따라 토너먼트 출전 자격을 조정하는 ‘리랭킹’ 제도도 도입했다. 리랭킹은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에게 레귤러 투어 출전 기회를 준다는 것인데, 선수들 간의 경쟁을 유도하여 일주일 걸러 뉴 히어로가 탄생시키며 투어의 인기를 끌어올리는데 공헌했다. STEP UP 투어(2부 투어) 개혁도 선수층을 두껍게 하는데 기여했다. 2일간 경기를 3일 경기로 바꾸면서 예선 탈락제도를 도입하여 선수들이 경기에 충실하게 임하도록 했다. 이 2부 투어에서 실력을 향상한 시부노가 19년 국내 투어로 진출하여 2승을 하고,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을 제패한 것을 JLPGA에서는 매우 상징적 성과로 생각한다. 이렇듯 JLPGA는 선수들이 분투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고, 선수들은 이에 맞추어 실력을 향상해온 덕으로 평가받고 있다.

JLPGA 두꺼워진 어린 선수층

여자 프로투어는 선수들의 실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스폰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로암 대회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미국 LPGA에서 활약 중인 하타오카(畑岡), 시부노(渋野), 하라(原)를 중심으로 하는 황금세대(1998 생), 사소(笹生)의 플라티나 세대(2000년생) 등의 Z세대 선수들은 실력뿐만 아니라 패션 감각도 좋아졌다. ‘강하면서 귀여운’ 여자 프로들이 계속 탄생하는 두꺼운 선수층이 싫증을 나지 않게 하며 팬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Z세대 스타 선수들의 출현

개성 있고, 화제성 있는 선수들의 출현도 인기에 한몫을 한다. 시부노는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에서 천진난만한 미소로 ‘스마일 신데렐라’로 등극하며 갤러리들을 끌고 다녔다. 일본 골프의 전설, 잠보 오자키(尾崎将司)의 제자로 주목받고 있는 하라 에리카(原英梨花)도 우승컵을 들고 애교스러운 윙크를 보내는 신세대로 많은 팬들을 몰고 다닌다. 그 이외에도 100 시합 연속 출전으로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고이와이 사쿠라(小祝さくら), 상금랭킹 2회의 스즈키 아이(鈴木愛) 등 인기 몰이 중인 선수들이 많다. 올해 출전 자격을 가진 상금랭킹 시드 50명 중에는 최연소인 2001년생 사소(笹生)를 포함해 98년 이후 출생자가 10명이나 된다.

코로나의 부진을 극복해야 할 한국 선수들

상대적으로 한국 선수들의 성적은 부진하다. 19년에는 38 시합 중 9승을 챙기며 10명이 50위 내 획득 상금 28억 엔의 25%인 약 7억 엔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20-21년 시즌에는 현재까지 총 31개 시합 중 우승은 신지애 선수의 3승뿐이며, 총상금액도 동 14%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작년에는 코로나로 입국 비자를 받지 못해 출전할 기회가 적었다. 그러나, 최근 일본 젊은 선수들의 활약을 보면 한국 선수들의 부진이 꼭 코로나만의 이유는 아닌듯하다.

JLPGA 주최권, 방영권 일괄관리 추진 중

고바야시 회장은 업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JLPGA가 주최권과 방영권을 일괄 관리하도록 추진 중이다. 일본은 방송국이나 신문사가 ‘주최자’, 스폰서는 ‘특별협찬’의 형태로 방영권을 사서 방송국에 방송을 의뢰하고, JLPGA는 ‘승인’하는 형태로 프로 투어가 이루어진다. 투어를 강화하고 여자 프로골프 브랜드 가치 향상을 위해서는 수입원의 확보가 필요하다. 많은 반대와 비협조 속에서 고바야시 회장의 새로운 개혁도 성공할 수 있을까? LPGA에서 우리는 일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골프 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LPGA 개혁의 성공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업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선수들 자신도 ‘스폰서가 있기 때문에 대회가 존재한다’는 의식이 없다면 프로 투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주간 다이아몬드 ’ 21.7.3자 참고하여 작성)

일본 투어 25승의 신지애 선수는 일본에서도 급이 다른 월클로 인정받고 있다.
고바야시 히로미(小林浩美) JLPGA 회장. 1963년생. 84년 프로테스트 합격, 일본 투어 10승, 해외 투어 5승. 2011년 JLPGA 회장 취임. 오른쪽은 김하늘 프로.
우승컵을 들고 보도진에 윙크를 보내는 하라 에리카(原英梨花)는 98년 생, 황금세대의 주축 중 한 명. 그는 '이쁜데 골프까지 골프까지 잘 친다'는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다.


21년도 시드 선수 50명. 리랭킹 제도에 따라 후반기 출전자가 달라질 수 있다. 21년 출전 자격자 50명 중 한국 선수는 7명.
Z세대 선수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98년생 고이와이 사쿠라가 146백만 엔으로 현재 상금랭킹 1위(3승), 99년생 이나미 모네가 2위(6승), 2000년생 후루에 아야카가 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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