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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Apr 23. 2020

동경의 지하철 문화와 양보

양보란, 상대방이 부담을 갖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

우리와 다른 일본의 대중교통 문화
동경 등 대도시의 경우, 자동차, 대중교통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는 다르다. 집집마다 자동차는 있지만, 출퇴근용이 아니라 주말 레저용으로 생각한다. 세법 상 각 기업은 임직원의 대중교통 출퇴근 비용은 경비로 인정해 준다. 그러나, 동경 시내에서 임직원에게 무료로 주차장을 제공해 주는 기업은 어디에도 없다. 소학교 아이들부터 대기업 고위 임원들까지 출퇴근, 통학 시에는 당연히 대중교통, 특히 지하철, 전차를 이용한다. 출퇴근 시간에는 만원 열차 안으로 승객을 밀어 넣는 푸시맨이 등장하기도 하고, 안쪽 승객이 내리기 쉽도록 입구 쪽에 탄 사람들은 정차할 때마다 내렸다가 다시 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하철 안에서 전화를 하지 않고, 륙색을 앞으로 매서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도 상식이다. 마트에 장 보러 가는 주부는 당연히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탄다. 백화점 쇼핑에도 주차비가 비싸니 거의 지하철을 탄다. 그러니, 서울보다 시내 도로의 정체가 덜하고 공기도 깨끗하다.


상대방이 부담을 갖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양보
일본 지하철에서는 노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을 좀처럼 보기 어렵다. 오히려 노약자석에 않아있는 젊은이들도 자주 볼 수 있다. 이유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양보받는 사람이 내가 그렇게 늙었다는 거야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실례가 되기도 한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양보를 받음으로써 폐를 끼친다는 생각으로 미안해하기 때문에 양보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의 주목받기 싫어서 양보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간혹 보게 되는 양보하는 모습도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괜찮으시다면, 여기 앉으시지요(若し宜しかったら、ここへどうぞ)”. 싫으면 거절하면 된다. 양보한다는 것은 받는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배려하는 이도 겸손함을 유지하는 것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양보란 무엇일까
‘자신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남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이 양보다. 우리는 이를 수행함으로써 서로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배웠다. 특히, 유교 사상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젊은 이를 나무라는 노인네도 종종 만날 수도 있지만, 적은 밥이 남는다는 속담도 있고, 바지까지 벗어준다는 말도 있다. 종종 유튜브에서 보는 미국인들은 군인들을 만나면 자신의 1등석 자리를 스스럼없이 양보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양보하지 않는 것은 비난받을 일인가? 촌각을 다투는 긴급자동차를 위해 도로를 양보하지 않는다면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이므로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하겠으나, 개인의 이익과 관계되는 일이라면 꼭 그렇지도 않을 것 같다.


다음 차를 기다리는 작장인들
현실적으로도 양보하지 않는 사람을 무조건 나무랄 수도 없다. 시발(始発) 역의 플랫폼에는 세 줄로 줄을 서도록 만들어 놓은 라인이 3군데나 그어져 있다. 제일 우측 라인은 곧바로 출발할 열차를 탈 사람들이 줄을 서는 곳이고, 그 왼쪽은 그다음 출발 열차, 그 왼쪽은 그 다음다음에 출발할 열차를 탈 사람들이 줄을 서는 곳이다. 평균 출퇴근 시간이 1시간 30분 이상인 동경의 경우, 앉아가기 위해서 5~10분, 시간을 손해 보더라도 다음에 출발하는 차를 기다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종착지가 달라 기다렸다가 다음 차를 타는 경우도 있겠지만, 앉아 가기 위해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다. 차를 2대나 보내고 자리를 확보한 사람에게 양보하지 않는다고 나무랄 수는 있겠는가.

우리와 비슷하지만 또 다른 일본의 지하철 문화. 양보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합리적 사고와 매너 있는 선진 시민의식도 함께 본다. 그리고, 자리를 양보하노라면 너무너무 좋아하시는 엄마 같은 할머니를 보기도 한다. (1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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