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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Apr 14. 2023

물 반 한국인 반, 일본 방문 관광객 40%가 한국인

한국인은 일본의 온천, 경치와 요리를 즐기는 미식가

요즘 도쿄 시내에서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초등학생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친구로 보이는 젊은이들, 다양한 관광객들이 즐거운 모습으로 시내를 활보한다. 어제 퇴근길에는 우연히 지하철 옆 자리에 선 20대의 여성 4명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친구들인데 2 명은 일본이 처음이고 두 사람은 3번째 여행이라고 한다. 3박 4일 일정으로 왔고, 어제는 하코네箱根에서 온천을 즐겼고,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오는 길인데, 아키하바라秋葉原에 있는 규탄牛舌구이 전문점에 저녁을 먹으러 간다고 한다. 젊은 여성들이 소 혀라는 특수부위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다소 의아해 어떻게 그 식당을 알게 되었는지를 물었더니, 일본관광지를 소개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아주 유명한 집이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우설 구이는 일본의 소고기 구이집인 야키니쿠야에 가면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일본 여행이 재개되면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모양이다.


일본을 찾는 관광객 38%는 한국인

일본정부관광국 JNTO에 따르면 올해 1~2월 일본을 찾은 관광객은 290만 명 중 한국인이 113만 명으로 약 40%를 차지한다고 한다. 2위인 대만 50만 명, 3의 홍콩의 27만 명에 비하면 월등히 많다. 중국인들의 단체여행이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높은 비율이다. 이 페이스라면 한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왔던 2018년 757만 명을 넘어설 기세다. 지역별로는 도쿄가 전체의 36%, 후쿠오카 24%, 오사카 22% 순으로 많았다. 후쿠오카에 살고 있는 한국인 지인은 ”물 반 한국인 반, 주말에는 어디서나 한국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한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자 언론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니혼텔레비전日本TV에서는 최근 도쿄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을 취재한 특집 방송을 내보냈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무엇을 사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한국 사람들은 중국 사람들처럼 대량으로 물건을 구매하지는 않는다. 많이 사가는 것은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사론파스, 여성갱년기 치료약, 술 등이다. 온천을 좋아하고, 유명한 라멘 가게를 방문하고, 카운터에 앉아 요리가사 금방 만들어 준 스시를 먹는 것을 즐긴다. 방송은 예쁜 캐릭터 상품을 구매한다. 아키바계(주*1)에 들러 메이드카페(주*2)를 즐기는 젊은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주*)

1. 아키바계 秋葉系 : 도쿄의 아키하바라, 오사카의 니혼바시 등의 번화가 문화로 상징되는 ‘오타쿠 문화’나 거기에 모이는 사람들의 패션 경향, 행동 스타일을 가리키는 속어.

2. 메이드카페 メイド喫茶, maid café : 메이드가 종업원으로 종사하는 카페. 종업원인 메이드가 손님을 '주인님, 아가씨'이라 부르며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의 요식점. 아키바계, 오타쿠계의 새로운 문화 중 하나.

한국인 고급브랜드 제품 구매로 실적향상 기대 하는 유명 백화점

올 초 일본경제신문사의 닛케이 MJ신문은 이구라 히데히코(伊倉 秀彦) 후쿠오카의 이와타 미츠코시岩田屋三越 백화점 사장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제목을 <한국인의 브랜드제품 구입은 계속된다, 韓国人のブランド品購入続く)을 뽑았기에 관심 있게 읽어보았다. 엔저에 전 세계적인 원재료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2023년의 시황을 어떻게 예측하는지 의견을 묻는 인터뷰였다. 결론은 22년부터 코로나에서 회복되기 시작했지만, 23년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사회 경제적인 불한감으로 개인소비가 다소 침체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인터뷰 내용 중 한국인 관광객에 대한 부분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입국제한이 풀리면서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백화점을 찾아 주시는데, 그중 한국인 관광객이 반을 넘는다. 한국인들은 코로나 이전에는 주로 화장품, 식품을 구매했는데, 지금은 엔화 약세로 고급 브랜드제품을 구매하고 있고, 이 경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관광객 매출은 최고 연간 60~70억 엔 정도였는데, 한국인들의 구매 패턴 변화 덕분에 매출회복이 예상된다.” 이구라 사장의 말이다. 한국인 지인에게 물었더니 글로벌 브랜드 제품의 한국 내 판매가격이 일본보다 훨씬 비싼 것이 많아, 일본 여행 시 구매하게 된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 여성들이 일본에서 앞다퉈 사 간다는 바우바우 잇세이미야케 핸드백이지만, 일본에서 여성이 메고 있는 모습 본 적은 지금까지 딱 한 번밖에 없다.  


홋카이도 관광산업을 이끌고 있는 한국관광객


닛케이신문도 최근 <한국인 관광객, 홋카이도 관광산업 이끌어, 韓国人客、北海道観光をけん引>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작년 말 홋카이도를 방문한 관광객은 2위의 대만 17%, 3위 홍콩 8% 보다 월등히 높은 60%나 된다고 한다. 신문 기사 제목을 그렇게 뽑은 것이 이해가 된다. 작년 말 무비자입국이 허용되면서 대한항공을 시작으로 홋카이도를 운항하는 비행편도 정상화되고 있다. 현재 신치토세공항新千歳空港과 한국을 잇는 비행 편수는 서울 주 36회, 부산 주 4회 왕복이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노보리베츠 온천의 만세이카쿠登別万世閣 온천호텔 사장 하마노 기요마사浜野清正 씨는 "코로나로 여행할 수 없었던 한국인 관광객들의 일본 방문 수요가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홋카이도 JR 프리패스 한국인 구매비율도 40%를 점유한다고 한다. 한국인들의 관광버스 예약 문의도 늘어나고 있는데, 삿포로관광버스(주)의 이와이(岩井) 영업담당 과장은 “운전기사 등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갑자기 늘어난 외국 관광객의 수요에 곧바로 대응하기 어렵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불매운동 끝? 언론의 역할은?

지난 3월 일본 산케이신문은 <인바운드 관광객 3명 중 1명은 한국인, 불매운동 이제 끝? 訪日客の3人に1人は韓国人, 不買運動もう終わり?>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주요 내용은 2년 7개월 만에 무비자 입국이 재개되면서 한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늘어, 내수 확대를 이끌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제목부터 비아냥거리는 듯한 뉘앙스이고, 내용도 사뭇 자극적이다. ‘유명 관광지에 가면 그곳이 한국인지 일본인지 구분도 안 된다. 한국에서 반일감정이 가장 고조되는 날이라는 3.1절에도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넘쳤고, 2019년 여름부터 이어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자취를 감추었다.’는 등의 내용이다. 


여러 언론들의 기사를 종합해 보면 한국인들이 일본 관광산업을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행자 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한일관계 정상화가 화두인 지금, 굳이 ‘너네들은 역시 그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 민족이야'라고 폄하하는 것 같은 뉘앙스의 글로 상대방을 자극할 필요가 있을까? 언론의 역할 중의 하나는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수렴함으로써 정치 및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정치인뿐만 아니라 언론인들도 언론의 올바른 역할과 기능을 다시 한번 생각하기를 바란다.


업무출장 이외 관광목적의 해외여행 경험은 몇 번 되지 않지만, 天仁에게도 여행은 늘 설렘이다. 여행은 일상을 탈출해 휴식하며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할 수도 있어 좋다. 요즘 늘어나는 한국인 관광객에 대한 일본의 신문, 방송의 보도를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한다. 같은 그레이드의 BMW 자동차가 한국에서는 모델넘버만 바뀌어 훨씬 고가로 판매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글로벌 브랜드의 한국 국내 판매 가격은 적정하게 개선되어야 한다. 많은 분들이 일본을 경험하기도 바란다. 동시에 한국에서 관광 오시는 오시는 분들에게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것도 있다. 일본 문화를 체험하며 즐기는 것은 좋지만, 일본인들이 우리 민족에게 저질렀던 과거의 만행은 절대 잊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일본 현지의 많은 한국 상사맨들은 그런 역사적 사실은 잊지 않고 한일관계 개선에도 노력하며, 부끄럽지 않게 한국 상품 수출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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