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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Jul 31. 2023

신오오쿠보 코리아타운에 다녀왔습니다.

K-푸드, K-화장품, K-POP이 코리아타운 인기 비결

지난 금요일에는 신오오쿠보(新大久保) 코리아타운에 다녀왔다. 코리아타운은 天仁의 출퇴근 동선과 떨어져 있어 평소에는 잘 가지지 않는 곳인데, 후쿠이(福井)에서 출장 온 츠보이(坪井)씨가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해서 가게 되었다. 츠보이 씨는 화학품 메이커의 후쿠이 공장에서 국내외 영업을 담당하는데, 올초부터 매달 일주일 정도 도쿄(東京)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天仁과는 3국간 거래로 한국산 제품을 츠보이 씨 회사의 미국 공장에 수출하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템 개발을 위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만난다. 알게 된 지는 6년쯤 되었다. 일도 일이지만 츠보이 씨의 인성이 좋아 좋은 인연이 되었다.


음식은 한국의 맛 그대로가 좋다

도쿄에서 그를 만나면 늘 한국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다. 처음 도쿄에 출장을 왔을 때 사무실 부근의 ‘서울 미락원’이라는 한국 식당에서 점심을 대접했더니 정말 맛있다며 좋아했다. 天仁이 도쿄에서 일본인들에게 소개하는 한국 음식점은 '한국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서울 미락원도 天仁이 알고 있는 한국 음식점 중에서 가장 한국적인 맛을 내는 곳 중의 한 곳이다. 어떤 것이라도 현지인들의 기호에 맞추어야 성공할 수 있기에 국제경영학에서도 ‘현지화’ 전략을 매우 강조한다. 그러나, 음식은 다르다. 어중간하게 현지화를 하다 보면 본래의 맛을 잃어버려 이도 저도 아닌 이상한 음식이 되어버린다. 天仁이 일본 지인들에게 소개하는 한국 음식점은 고급이기보다는, 나물, 김치가 밑반찬으로 깔리고,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계란찜, 잡채, 부침개가 나오는 가정식 요릿집이 대부분이다. 삼겹살, 족발, 보쌈, 간장게장, 곱창, 낙지볶음, 콩국수, 치맥과 생막걸리가 나오는 집에도 손님을 모시고 간다. 한국에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음식들이지만, 일본에서는 먹어보기 쉽지 않은 귀한 음식점들이다.


코리아타운은 오오쿠보 거리(大久保通り) 약 6백 미터, 쇼쿠안거리(職安通り) 약 4백 미터와 이케멘 거리에 위치해 있다. 예전에는 남쪽 쇼쿠안도리주변에 한국 음식점 몇 개와 한국 식자재를 판매하는 마트가 있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 규모가 매우 커졌다. 사실 天仁도 코리아타운에 가 본 적이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츠보이 씨에게는 안내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 신오오쿠보 코리아타운에 대해 미리 조금 알아보았다. 신주쿠한국상인연합회 자료를 보니 2017년 396개였던 점포수가 2022년 7월 기준 634개로 60%나 늘었다. 4차 한류 붐이 일었지만, 코로나로 한국을 방문하지 못한 일본인들이 코리아 타운에서 아쉬움을 달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작년에는 약 9백만 명이 코리아 타운을 방문했다고 하니 대단하다. 요즘은 한국 교복을 대여해 주는 가게도 생겼다고 하는데, 많은 여고생들이 학교가 끝나면 바로 코리아 타운으로 달려온다고 가게 담당자는 귀띔한다.


K-푸드, K-화장품, K-POP의 중심
신오오쿠보 코리아타운


신오오쿠보 코리아 타운은 3가지 점에서 일본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맛난 한국 먹거리다. 호떡, 과일 팥빙수, 치즈 소시지, 떡볶이 등 길거리 음식부터 삼겹살, 주꾸미, 부대찌개 등의 식사류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맛을 그대로 내는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뿐만 아니라 한국 음식을 취급하는 마트가 3군데나 있어, 인스턴트 라면, 스낵, 떡국, 순대, 김치 등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특히, 된장, 고추장, 생마늘 등의 식재료도 판매하고 있어 한국음식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많다.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지 않는 일본인이지만 길에 서서 떡볶이, 치즈 소시지, 호떡 먹는 것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것을 보니 관광 스포트로 자리 잡은듯하다.


두 번째는 가성비 좋은 한국 화장품 가게가 많다. 코리아 타운을 걷다 보면 많은 여성들이 눈에 띄는데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天仁도 한국 출장에서 돌아와 마스크 팩을 간혹 선물하곤 하는데 일본인들은 매우 좋아한다. 남자 지인에게 드리면 꼭 이런 말을 덧 붙인다. “아내가, 딸이 좋아할 겁니다. 한국 화장품, 드라마 팬입니다.” 2022년 일본의 화장품 수입액은 한국이 115억 엔, 일본 전체 화장품 수입액의 23.4%로 1위다. 화장품 강국 프랑스가 우리나라에 뒤진 2위인 것을 보면 일본에서 한국 화장품이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가게 점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본인들이 사용할 것도 많이 사지만, 선물용으로 구매하는 일본인들도 많다고 한다.


겨울연가로 시작된 한류,
드라마, 영화의 4차 붐 활황


또 하나는 K-POP 상품을 살 수 있는 가게, 한국 아이돌 공연을 볼 수 있는 라이브 하우스도 많다. 가게에는 K-KOP 가수들의 브로마이드부터 아이돌 사진이 새겨진 부채, 쿠션 등 그 제품도 다양하다. 일본에서 한류는 2004년 NHK에서 드라마 ‘겨울연가’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시작되었다. 드라마가 중심이었던 1차 한류붐 이후 2010년 경에는 동방신기, 카라, 소녀시대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K-POP이 주도하는 2차 한류붐이 있었다. 정치적인 문제들, 반한류 감정으로 소원해졌던 한류붐은 2017년 경 BTS, TWICE 등 K-POP 중심의 3차 한류붐으로 이어졌고, 이제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기생충 등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의 4차 한류붐이 활황이다.


막걸리를 곁들인 한국 음식으로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들린 한국상품 마트에서 츠보이 씨는 꽤 많은 식품을 샀다. 후쿠이에 있는 중학생 조카가 한국산 김이 없으면 밥을 먹지 않을 정도로 김과 라면을 좋아한다며 天仁에게 좋은 상품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 김은 편리성보다는 부피가 작은 전장 김을 소개했다. 츠보이 씨에게는 이미 전장 김을 선물하며 쉽게 잘라먹는 방법과 먹다 남는 김을 산화되지 않도록 보관하는 방법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라면은 영화 기생충의 인기로 이미 일본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짜파구리’부터 추천했다. 츠보이 씨는 매운 것도 좋아해 매운맛 라면도 3종류나 카터에 담았다. 부피가 늘어나자 택배로 보내겠다며 비빔면, 냉면도 몇 종류 더 골라, 김과 라면의 구매 금액이 1만 엔(한화 약 9.2만 원)을 넘겼다.


츠보이 씨는 마치 한국에 온 것처럼 좋다면서 안내해 줘서 고맙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했다. 일본인 지인과 함께 들렀던 코리아타운, 무척 더웠지만 코로나 이후 다시 생기가 느껴져서 좋았다.



코리아타운은 JR 소부센(総武線) 오오쿠보(大久保) 역, 야마노테센(山手線) 신오오쿠보(新大久保)와 도쿄 메트로 후쿠토신센(副都心線)의 히가시신주쿠(東大久保) 역 사이에 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츠보이 씨는 "너무 맛있다"며 볶음밥의 누룽지까지 전부 긁어먹었다.  
한국산 화장품, 아이돌 사진이나 로고가 들어간 K-POP 굿즈를 판매하는 가게가 많다. 고객 얼굴이 나오지 않도록 하려고 손님이 적은 곳을 골라 사진을 찍었다.  


만남의 장소가 된 JR 야모노테센 신오오쿠보역(사진 왼쪽)과 오오쿠보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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