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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Aug 24. 2023

의사가 쓰지는 않았지만 <명의가 알려주는 음주의 과학>

술은 '기호품'이 아니라 뇌와 몸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

교바시(京橋) 도서관에서 재미난 책을 한 권 읽었다. <명의가 알려주는 음주의 과학(名医が教える飲酒科学)>. 제목에는 명의가 알려준다고 되어있지만, 정작 저자는 의사가 아니다. 저자 하이시 가오리(葉石かおり) 씨는 독문학을 공부한 라디오 리포터, 에세이스트, 술 저널리스트다. 시바타야(柴田屋)라는 주류 관련 그룹과 함께 JAS라는 일반사단법인을 만들어 일본 술 오사케 전도사를 양성하기도 하고, 강연도 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소개한 취재한 분들의 리스트를 보니 술과 건강에 관련된 각 분야의 전문의,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고, 소화기 내과 교수의 감수를 받았다. 알코올 의료센터의 정신과 전문의, 운동생리학 전문의, 암 전문의, 영양사와 당질제로 맥주를 개발한 기린맥주 연구원까지 취재하다 보니 전문의 의사 한 사람이 적은 것보다 내용도 훨씬 풍성해졌다. 


시장조사의 기회가 많은 마케터 天仁도 이런 방식의 책을 적어보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참 좋은 기획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고가 후미타케(古賀 史健) 씨는 "작가는 '취재하는 사람'이다. 취재하는 사람에게 원고란 '대답'이다. 취재를 하는 사람인 우리는 '대답으로서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글을 쓰는 것이 '취재, 집필, 퇴고'의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할 때의 포인트는 ‘읽고, 듣고, 조사하고 생각할 것’을 강조한다. 한 권의 책처럼 '세계'를 읽는 데서 시작하라, 대화의 주도권을 상대방에게 넘겨주고, 상대방에 대해 알기 위해 들으면서 물어라, 자기 자신의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될 때까지 철저히 취재하라고 한다. 과학적으로 깊이 있게 설명하는 것도 좋지만,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은 것은, 저자가 그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본다. ‘술이 강한 이유, 왜 취하는가, 숙취란 무엇인가, 후회하는 술 마시기, 후회하지 않는 방법, 암에 대한 리스크, 술과 비만’ 등 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에서 보다는 덜 마시지만, 天仁도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외식이 없어지면서 오히려 음주량이 꽤 많이 늘었다. 집에서 마시니 귀가 걱정이 없고, 안정감도 있고, 혼자 술술 마셔서 그런지 업무용 대용량 5ℓ 위스키도 금방 바닥을 보이기 일쑤다. 종가세의 한국 주세에 비해 일본은 종량세로 주세를 납부하는 탓에 위스키, 소주 등의 증류주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것이 원인일 수도 있겠다. 天仁이 좋아하는 위스키 커티 삭(Cutty Sark Original) 700㎖는 집 주변 마트에서 한국 돈 1만 원이면 살 수 있다. 증류주가 살이 덜 찔 것이라는 생각도 한몫했을 것이다. 사실, 술은 피곤하면 생각이 나고, 마시면 피곤이 풀리는 것 같아 좋지만, 취기가 오르기 시작할 때와 깰 때는 썩 좋은 느낌이 아니다. 어제도 오랜만에 이틀 연속 손님과 술을 마시기는 했지만, 요즘은 가능하면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자제하기도 한다.


잘 몰랐던 술에 관한 내용들은 꽤 재미가 있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은 위에서 5%, 소장에서 95% 흡수되어 간에서 분해된다고 한다. 주량은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의 분해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위와 소장에서 흡수된 알코올이 간에서 분해되는 과정에 혈류를 타고 몸속을 돌아다닌다. 분해되지 않은 알코올은 뇌에 도달해 신경세포에 작용한다. 그래서 취하게 된다. 술은 암 발생률을 높인다. 원래 알코올 자체에 발암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분해된 뒤의 아세트알데히드도 그렇다. 특히, 식도암, 후두암 등 술이 지나가는 경로에 암이 생기기 더 쉽지만, 흡수된 알코올이 분해될 때까지 혈류로 흘러들어 몸 전체에 퍼지기 때문에 대장암 발생의 위험도 높아진다. 여성은 유방암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알코올 섭취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증가하고, 이 에스트로겐이 유방암 발병률을 높인다.


술에 덜 취하려면 공복에 술을 마시지 말고, 음주 전에 치즈, 카르파쵸, 감바스 아히요 등 기름기가 있는 음식을 미리 먹어 둘 것을 추천한다. 위를 채우고 안주와 함께 마시면 알코올이 소장으로 내려가 흡수가 되는 것을 늦추어 덜 취한다. 천천히 마시고, 물을 자주 마실 것도 권한다. 술의 맛과 풍미에 도움이 되는 컨지너(congener, 착향료)가 많으면 숙취가 심해지기 때문에 숙취를 피하기 위해서는 발효주보다는 증류주, 색깔이 없는 술이 좋다. 스파클링 와인, 맥주, 하이볼 등 탄산이 들어간 술도 위의 연동운동을 촉진하여 장에서 알코올 흡수 빠르게 하기 때문에 혈중 알코올 농도 급격하게 올리니 주의해야 한다.


백약(百藥) 중의 으뜸이라는 술, 술 하면 제일 먼저 떠 오르는 시는 천상병 시인의 ‘비 오는 날’이 다. ‘아침 깨니/부실부실 가랑비 내리다/자는 마누라 지갑을 뒤져/백오십 원 훔쳐/아침 해장으로 간다/막걸리 한 잔에 속을 지지면/어찌 이리도 기분이 좋으나? ~’ 그런데, 저자는 이 해장술이 매우 나쁘다고 지적한다. 잠깐 불쾌함을 잊을 수 있으나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술을 마시면 잠깐 편해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숙취 해소법으로 흔히들 사우나나 목욕을 하지만, 땀이 배출되어도 숙취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탈수의 위험을 초래한다고 위험성을 경고한다.


글이 길어졌다. 표지에 '일생동안 건강하게 술을 마시기 위한 필수 강의'라고 부제처럼 적혀 있기는 하나, 결론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것이 건강에 가장 좋다.’는 것이다. 저자는 “술은 '기호품'이 아니라 뇌와 몸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을 이해합시다(お酒は『嗜好品』ではなく、脳や体へ影響を及ぼす『薬物』であることを理解しましょう. 245쪽)”라고 강조한다. 술을 마시면 급격한 혈중 알코올 농도 상승으로 인한 신체적 영향, 숙취, 암 위험, 면역력 저하 등의 단점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이 없는 세상은 너무 삭막할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을 수는 없기에 적절하게 자제하고, 줄여 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주량은 어떻게 결정될까?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 분해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은 위에서 5%, 소장에서 95% 흡수되어 간에서 분해된다. 알코올은 대사를 거쳐 아세트알데히드에서 초산으로 분해된다. 아세트 알데히드는 인체에 해롭고 발암물질로 분류되고, 초산은 해롭지 않다. 아세트알데히드가 느리게 분해되는 사람은 술을 조금만 마시도 얼굴이 붉어지고 구토하는 플러싱 반응(Alcohol flush reaction)을 일으키는데, 아세트알데히드가 오래 체내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혈중 알코올 농도를 천천히 올리는 비결

공복에 술을 마시면 빨리 취하게 된다. 알코올이 소장에 빨리 도달하기 때문에 금방 흡수되어 혈중 알코올농도가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이다. 위에 음식물이 있으면 알코올도 위에 오래 머물며 천천히 흡수한다. 음주 전에 기름진 음식을 먹어 두는 것이 좋다. 콜레스토키닌(cholecystokinin, CCK) 같은 소화관 호르몬이 작용해 위에서 음식물이 내려가는 위문을 닫아 알코올이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과음을 막을 수 있다.


술에 많이 취하지 않는 방법

공복에 술을 마시지 말고 음주 중에는 물을 자주 마시자. 술을 마시기 전에는 기름진 음식이 좋다. 치즈, 오일 드레싱을 뿌린 샐러드, 해산물에 올리브오일을 뿌린 카르파쵸, 올리브오일 마늘 새우 넣은 감바스 아히요 등을 추천한다. 튀김은 중성지방 올려 비만의 원인이 되므로 좋지 않다. 음주 중 물을 마시면 혈중 알코올 농도의 급상승을 막아 준다. 특히 도수 놓은 술을 마실 때는 물을 꼭 챙겨 마시자.


숙취를 예방하는 술의 종류는?

술의 맛과 풍미에 도움이 되는 컨지너가 많으면 숙취가 심해진다. 발효주가 숙취가 심한 이유도 컨지너의 양 때문이다. 이에 비해 증류주는 발효주를 가열하는 증류 과정에서 알코올 농도는 높아지고 컨지너는 줄어들기 때문에 숙취가 덜하다. 일반적으로 투명한 색의 술, 발효주보다는 증류주가 숙취가 덜하다. 레드와인이 화이트와인보다 숙취가 심하다. 스파클링 와인, 맥주, 하이볼 등 탄산이 들어간 술도 위의 연동운동을 촉진하여 장에서 알코올 흡수 빠르게 하기 때문에 혈중 알코올 농도 급격하게 올린다.


암 발병률을 높인다.

원래 알코올 자체에 발암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분해된 뒤의 아세트 알데히드에도 그렇다. 특히, 식도암, 후두암 등 술이 지나가는 경로에 암이 생기기 쉽다. 알코올은 위에서 5%, 소장에서 95%로 흡수되기 때문에 대장에는 도달하지 못하지만, 흡수된 알코올이 분해될 때까지 혈류로 흘러들어 몸 전체에 퍼지기 때문에 대장암 발생의 위험도 높아진다. 여성은 유방암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알코올 섭취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증가하고, 이 에스트로겐이 유방암 발병률을 높인다.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인간의 면역에 의한 방어반응은 자연장벽(自然バリア), 자연면역(自然免疫), 획득면역(獲得免疫) 등의 3가지가 있는데, 알코올은 이 모두 악영향을 미친다. 자연면역은 세포 내에 침입한 병원체를 매크로파지 등이 막아주는데 알코올로 매크로파지가 약화된다. 자연면역에서 활약하는 수지상세포(樹枝狀細胞)가 전달 역할을 하고, 림프구가 항체를 이용해서 배제를 하는데 수지상 세포가 둔감해지기 때문에 획득 면역도 기능이 약해진다.


호르몬에도 영향을 미친다.

알코올은 항이뇨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여 술을 마시면 소변 자주 마렵다. 소변량이 늘어나면 탈수 증세로 목마름, 구토, 나른함, 두통이 생긴다.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높이는 글루카곤 분비량도 변화하여 저혈당 증상도 나타나, 피곤함, 무기력, 우울감, 식은땀, 두통 등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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