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압 효과, 접지 효과, 발바닥 아치와 발가락 이론
맨발 걷기를 시작했다. 도쿄에 여행 온 친구 인제 군의 이야기를 듣고 바로 시작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맨발 걷기가 붐이라고 한다. 지난주 한국 출장 때에는 아침마다 일산 호수공원에서 6km 정도를 뛰었는데,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주변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맨발로 걷고 있는 분들을 만나기도 했다.
기초적인 논리를 이해하기 위해 유튜브로 박동창 선생의 ‘맨발 걷기’에 대한 기초 이론 강의를 들었다. 그는 ‘맨발 걷기 숲길힐링스쿨’을 운영 중이다. 핵심 이론에 납득이 간다.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 표면이 땅과 닿아 음전하를 띤 자유전자가 몸에 유입되어 양전하의 활성산소를 중화시킨다고 한다. 활성산소는 신체조직을 녹슬게 하고 장기를 망가뜨려서 각종 질병, 암세포로 돌변하기도 한다.
“맨발 걷기로 말기암이 치유되었다”, “맨발 걷기로 혈압, 고지혈증, 당뇨, 심근경색에서 해방됐다”는 기적 같은 경험담도 많다. 그래서, 우선 시작해 보기로 했다. 도쿄 집 부근에서는 바닷가 모래사장도 멀고, 한국처럼 황톳길도 없으니 야구장 주변의 게이트볼 운동장이 적당할 것 같다. 야구장 바깥쪽에도 잔디가 깔려 있어 걸을 수는 있으나, 풀 속이 울퉁불퉁하기도 하고, 뾰쪽한 것이라도 숨겨져 있는지 속을 알 수 없으니 안전을 장담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일출 시간에 맞춰 게이트볼 구장에 나왔더니 아침 공기가 시원하고, 아무도 없이 조용해서 좋다. 맨발로 걸으니 발이 시원한 느낌도 들어 기분이 좋아진다. 체중이 실리면 모래 알갱이 때문에 발바닥이 아프지는 않을지 걱정이 있었지만 조금 따끔거리는 정도여서 견딜 만하다. '접지 효과', ‘지압 효과’는 충분히 있을 것 같다. 아직은 발바닥이 아프게만 느껴지지만 조금 더 숙달이 되면 발바닥의 지압 부위별 효능을 생각해 발바닥의 땅과 접지하는 부분을 조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발바닥 아치와 발가락 이론’을 생각하며 걸어본다. 운동화를 신고 걸을 때는 뒤꿈치가 먼저 착지를 하지만 맨발로 걸으니 발의 앞부분이 먼저 땅에 닿게 되고, 힘을 받는 근육도 달라졌다. 두꺼비 걸음, 황새걸음, 까치발 걸은 등 7가지 걸음걸이 이론 강의도 들었지만, 아직은 발바닥이 아프지 않도록, 맨발에 운동장의 모래가 적응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무념무상, 힘든 일도, 고민도 다 내려놓고 땅과 내가 하나가 된다는 생각으로 걸으려고 노력했다.
게이트볼 구장은 한 바퀴가 2백 미터 정도 되는 자그마한 크기의 운동장이다. 한 시간 동안 걸으려면 스물다섯 바퀴 정도 돌아야 한다. ‘접지(接地, earthing)’ 다시 이론을 생각해 본다. 인용된 논문에서는 맨발 걷기를 하면 혈액의 점성이 2.7배 묽어지고, 혈류 속도가 2.68배 빨라진다고 한다. 혈압이 팍팍 떨어질 것 같은 대단한 혈액의 희석 효과다. 에너지 대사의 핵심물질인 ATP(아데노신 3인산)의 생성을 촉진하고, 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해되는 코르티솔(Cortisol) 호르몬 분비도 안정된다고 한다. 동영상을 보니 모든 분들이 숙면을 취하게 되었다고 하니, 다른 효과는 차치하더라도 숙면을 취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일 것 같다.
삼십 분쯤 걸었을까? 운동장 반대쪽에서 어떤 분이 걷고 계신데 자세히 보니 맨발이다. 일본에도 맨발로 걷는 분이 계시는구나. 모자를 쓰고 계신데 60대 중후반으로 보인다. 경험담이라도 들어볼 생각으로 걸음을 늦추고 보조를 맞추어 말을 걸었다.
“저는 오늘 처음 나왔는데, 매일 걸으십니까?”
"예. 일 년 정도 여기서 걷고 있습니다. 모래가 깔린 운동장이라 비가 와도 걸을 수 있어서 좋아요. “
”그렇군요. 일 년 동안 해 보니 몸의 변화는 느껴지십니까? 저는 과체중으로 당질제한 후 달리기를 하다가 혈압도 조금 있어서 시작합니다만. “
”네. 저도 혈압약은 먹고 있지만, 그리 높지 않아서 걷기 후 혈압의 변화는 그리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일 년 동안 감기나, 작은 병치레는 전혀 하지 않았던 것 같네요. 얼마 전에는 감기 같은 증상이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코로나에 감염되었던 것 같아요. 아마 맨발 걷기 때문에 코로나도 증세가 약하게 나타났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파상풍 예방접종을 받는 분들도 있다고 하던데요."
"저는 맞지 않았습니다. 병원에서 굳이 맞을 필요가 없다고 하더군요. 꼭 맞겠다면 세 번 맞아야 하는데 두 번 째는 처음 맞은 한 달 후, 그리고 일 년 후에 세 번째를 맞는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인터넷에 ‘어싱(earthing)’으로 검색해 보니 어싱재팬 사이트에 여러 가지 설명이 나오더군요. 저는 오늘 한 시간을 걸을 예정인데, 시간이 적당할까요? 최소한 30분 이상은 걷는 것이 좋다고 하던데요.”
“발바닥이 아프지 않다면 한 시간 정도가 좋겠지요. 사실, 어싱은 일본에서는 별로 하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붐이 일어 각 지자체마다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황톳길과 세족장을 만들어 주기도 한답니다.”
“아, 그렇지요. 저도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한국에서 온 주재원입니다.”
그랬더니 이 분이 天仁을 바라보며, 한국말로 “그래요? 저도 한국사람이에요. “라고 한다. 서로 위화감이 없는 수준의 일본어라 당연히 일본인일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걸으면서 맨발 걷기에 대한 경험담, 이론과 더불어 서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다. 한국의 국립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님 이셨는데, 정년퇴직 후에 청년 시절에 유학했던 일본에서 12년째 목회활동을 하고 계신다고 한다. 天仁과 같은 아파트 옆 동에 살고 계신다고 하니 세상 참 좁고도 넓다. 6시 30분까지 걷다가 라디오 체조를 하고 귀가하신다고 한다. 내일 다시 걷기로 하고 출근 준비를 위해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맨발 걷기를 시작한 첫날에 좋은 인연을 만났다.
이틀을 걸었다. 매일 6km, 40분 정도 뛰고 있었는데, 맨발로 걷는 것이 뛰는 것보다는 운동 강도가 그리 약한 것도 아닌 것 같다. 30분쯤 걸으면 이마에 땀도 맺힌다.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에 분포한 신경반사구, 림프체계, 신경말단을 자극해 혈액순환을 증가시키고, 근육을 더 많이 사용하니 운동 효과가 커지는 모양이다. 어제부터 출근길, 그 이후에도 발과 몸의 상태를 관찰해 보고 있는데 큰 변화는 없다. 어젯밤에는 잠도 푹 잘 잤다. 낮에도 잠이 오고 피곤한데, 맨발 걷기와는 관계없이 9일간의 출장 여독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목사님도 유튜브의 출연자들도 한결같이 맨발 걷기 후 잠을 잘 자게 되었다고 하니 계속 변화를 살펴봐야겠다. 어제는 맨발 걷기를 시작할 인연이었던지 마침 무역인 밴드에서도 한 분이 맨발 걷기 치유 사례 영상을 공유해 주셨다. 시작이 반, 시작했으니 부지런히 걸어보자.
(박동창 선생의 맨발 걷기 이론 요약)
1. 지압 효과
1) 발은 제2의 심장.
2) 맨발로 걸으면 자연스럽게 지압이 되어 몸의 모든 장기에 원활하게 혈액이 공급되어 건강하고, 면역력이 향상된다.
2. 접지(接地) : 땅속의 자유전자 음이온이 양전하인 몸속의 활성산소를 중화한다.
1) 혈액 희석 효과 : 혈액 점성이 2.7배 묽어지고, 혈류 속도가 2.68배 빨라짐.
2) 에너지 대사의 핵심물질 ATP(아데노신 3인산) 생성 촉진 : ATP는 세포에서 다양한 생명 활동을 수행하기 위하여 에너지를 공급하는 유기 화합물. 신선한 야채, 과일로도 소량 섭취는 가능
3) 어싱(earthing) : 땅과 연결된 접지선을 통해 실내에서도 인체가 땅 속의 전자를 받을 수도 있다
4) 신경 안정 효과 : 맨발로 걸으면 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해되는 코르티솔(Cortisol) 호르몬 분비가 안정됨.
3. 발바닥 아치와 발가락 이론
1) 발의 아치는 인체공학의 결정판(레오나르도 다빈치).
2) 압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스핀 기능으로 근육이 이완되어 통증 완화됨.
3) 발가락은 정자세로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정밀한 과학 작품 : 신발은 발가락을 가두어 기능을 못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