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지식, 숙련된 기술, 환자를 위하는 마음이 주는 안심감
재해병원의 구급병동에서 응급 처치 후 신경과 병동의 집중치료실로 옮겨왔을 때 天仁을 담당하는 간호사가 두 분이었다. 아직 자력으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데다가, 넘어지거나 부딪혀서 피가 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天仁은 혈액을 묽게 하는 항혈소판제를 투여 중이라 지혈이 어렵다. 몸의 왼쪽 반이 마비 상태이니 혼자서 움직일 수도 없고, 당연히 침대를 벗어날 수도 없다. 뭔가 움직여야 할 일이 있으면 무조건 너스콜(Nurse call)로 간호사를 불러야 된다는 것이 병원과의 약속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침대에서 이탈하면 부저가 울리도록 되어있기도 했다.
사실 처음에는 요의(尿意)를 느껴 너스콜을 눌렀는데도 간호사가 빨리 오지 않으면 왠지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러다가 점차 간호사들이 모두 매우 바쁘다는 것과 시간대 별로 언제 너스콜을 누르면 좋은지 너스콜 누르는 타이밍도 알게 되고 요령도 생겼다. 좀 더 시간이 지나고, 간호사들의 적극적, 헌신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스콜을 자주 누르는 것이 죄송하기도 하고, 안쓰럽기까지 했다.
신경과 간호사님들은 정말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질문에 답하는 것을 보면 공부도 많이 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의료지식이 부족한 환자가 던지는 여러 가지 질문에도 이해하기 쉽게 막힘없이 잘 설명해 준다. 약물을 정확하게 주사하고 투여해 주는 것은 간호사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본연의 임무이다. 그런데, 입원해 보니 간호사들은 본연의 의료 임무 이외에도 환자들의 일상생활을 케어하는 업무가 훨씬 더 많은다는 것을 알았다. 뇌경색 환자들 중에는 음식물을 삼키지 못하는 연하곤란 환자들도 많다. 그런 분들의 식사와 내복약 관리부터, 집에 가고 싶다는 80대 환자의 생떼와 섬망 증상의 환자를 진정시키고, 기저귀에 배변을 해 심한 냄새를 풍기는 환자의 케어까지, 인상 한 번 찡그리지 않고, 묵묵히 해낸다.
간호사가 환자에게 주는 것은 '안심감'
대체 간호사는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직업이라서 일까? 간호사의 노고를 생각하면 단순히 ‘백의의 천사’, '램프를 든 여인'으로 신경외과 병동의 간호사를 표현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건강검진 내시경 검사를 받았던 때가 생각난다. 마취 없이 내시경을 받는 동안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간호사가 힘들어하는 天仁의 등을 토닥토닥 쓸어주었을 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안도감과 편안함을 느꼈다. 간호사가 환자에게 주는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안심감’인 것 같다. 이 안심감은 간호사의 의료지식, 숙련된 기술이 비탕이 되겠지만, 무엇보다도 환자를 대하는 마음가짐, 사명감이 없다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간호사가 그러시겠지만 특히, 신경과 병동의 간호사는 부처님이고, 하나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