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도로를 걸어보는 실전훈련
감개무량(感慨無量)
군복무 시절, 민간인은 볼 수도 없었던 DMZ에서 근무하다가 일 년에 한 번이었던 첫 휴가를 나와 서울 시내를 활보했을 때의 기분이 이랬을까? 뇌졸중 발병 61일째, 처음으로 걸어서 병원 외부에 다녀온 소감은 한마디로 '감개무량'이다. 오늘은 재활 훈련 중의 하나인 '옥외 재활훈련'을 다녀왔다. 옥외 재활훈련이란 담당 재활치료사가 환자와 동행하여 병원 주변의 일반 도로를 걸어보는 실전훈련이다. 실전훈련이라고 하니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天仁처럼 잘 걸을 수 없고, 걸을 때 몸의 밸런스를 잘 유지하지 못할 경우에 매우 필요한 훈련이다. 길에서 보행자를 만났을 때는 어떻게 피하고 대처할 것인지, 다가오는 자동차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건널목의 신호 타이밍에 맞추어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널목을 건널 것인지 재활 치료사와 함께 훈련한다. 옥외훈련이 처음인 오늘 天仁은 병원에서 고탄다역(五反田駅)까지 왕복 약 1.2km를 30분 정도에 걸었다.
이 재활병원에서는 보행 보조기구의 사용과 변경 및 승급은 관련 테스트 결과, 각 담당 재활치료사의 의견을 바탕으로 주치의가 최종 승인하여 이루어진다. 天仁도 입원 초기에는 휠체어로 병동 내를 이동하다가, 보행기 사용 테스트 후 보행기로 보조기를 바꾸었다. 이후 보행기로 이동하며 재활훈련을 계속하다가 서 있을 때, 걸을 때의 밸런스 테스트를 통해 안전 보행에 문제가 없겠다는 주치의의 판단 하에 노르딕 스틱을 사용해 걷도록 바꾸었다. 또, 밸런스 및 걸음걸이가 더 안정되었다는 테스트 결과와 담당 재활치료사의 의견으로 주치의의 승인을 받아 옥외훈련도 다녀오게 된 것이다. 병동 내 실내에만 있으니 밖의 날씨 변화를 잘 알 수 없었는데, 어제는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가 추웠다고 한다. 다행히 오늘은 기온도 15℃로 따뜻해 날씨도 天仁의 오랜만의 외출을 축하해 주었다.
매일 병원복도 60바퀴 걷는 개인훈련 병행
재활병원에서는 天仁과 같은 조에 속한 10여 명의 분야별 재활치료사들과 함께 매일 3시간씩의 훈련을 해 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재활 훈련이 끝나면 개인적으로 하루 평균 6천6백 보, 약 4.6km 병원 보도를 걷고 있다. 2주일 전까지는 보행기에 의지해 걸었던 복도를 요즘은 노르딕 스틱으로 걷는다. 1시간 이상 체간 트레이닝 쿠션(아래 사진 참조)으로 복부, 고관절, 체간의 근육 훈련을 하기도 하고, 하루 20회 이상 스쾃도 한다. 지난 일주일간 하루 평균 걸었던 4.6km는 둘레가 78m인 병원 내 복도를 매일 60바퀴씩을 돌았다는 것이니 나름대로는 꽤 많은 노력을 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모든 일이 그렇듯 하나를 알게 되면 그 하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그것과 연결된 더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몸도, 운동도 그와 마찬가지로 서로 연결된 고리가 있어 상호 보완작용을 해 주는 것임을 느낀다. 체간 근력 운동으로 몸의 밸런스가 잡히고 걸음이 조금 더 안정되니 대퇴부와 고관절의 근력 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또, 재활치료 관련 서적을 읽고 기본적인 이론을 이해하였기에 훈련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지고, 훈련 효과도 더 커졌을 것이다.
이제는 편마미 측 팔다리의 감각 장애를 되돌리는 문제가 남아있다. 서서 커피를 내리는 등 두 가지 동작을 함께 할 때나 신문 들고 넘기기, 책 페이지 넘기기 등 양손이 함께 움직일 때 나타나는 마비 측 팔다리의 오작동, 운동의 시작이 지연되는 문제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이러한 손, 다리의 오작동과 외계인손 증후군이 개선되면 노르딕 스틱도 곧 필요 없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