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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Nov 27. 2023

개인훈련의 상승효과(相乘效果)는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

수지침, 발바닥으로 공 굴리기, 발가락으로 오재미 집기, 수건 접기

다카오산 정상으로 찾아온 뇌졸중 - 12


일본에서는 개인 연습을 ’ 자발적 훈련'이라는 뜻으로 ‘지슈토레'라고 한다. ’ 자주트레이닝(自主トレーニング)을 가타카나 ‘지슈토레-닝구’로 읽고, 4개 음으로 줄인 일본식 표현이다. 天仁의 담당 간호사, 병실에 들어오는 당직 간호사, 재활치료사들은 天仁처럼 회복이 빠른 환자도, 天仁처럼 뇌졸중, 재활 관련 도서를 많이 읽고, 개인용 지슈토레 도구를 이렇게 많이 갖춘 환자를 본 적도 없다고들 한다. 또, 이렇게 열심히 걷고 훈련하는 환자도 드물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잘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감각 밸런스 장애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주) 일본 사람들은 말 줄이기를 좋아한다. 특히, 4개 음, 4자로 줄이기를 좋아한다. SMAP 출신 연예인 기무라 타쿠야(木村拓哉)는 '기무타쿠'로, 영어 리허빌리테이션(rehabilitation)을 줄여 재활은 '리하비리(リハビリ)', '실시간'은 영어 real time을 '리아타이(リアタイ)'로 줄여서 말한다.  

 

마비되었던 운동기능이 비교적 빨리 회복되고 있는 것은 다른 뇌졸중 환자보다는 비교적 젊고, 하체의 근력, 기본 체력이 어느 정도 남아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자동차도 없애고, 최근 5년 간 대중교통만 이용하면서 하루평균 1만 보를 걸었다. 오래전부터 등산, 트레킹, 달리기, 골프, 야구 등 하체의 근력과 관계된 기초 운동은 비교적 많이 해왔다. 아직 지팡이를 사용해야 하지만 비교적 잘 걷기는 하는데, 아직도 왼발은 감각이 무디다. 걸을 때면 왼쪽 신발 안에는 깔창을 하나 더 깔아 둔 것 같다. 왼발이 바닥에 먼저 착지하여 왼다리가 오른 다리 보다 1cm 정도 더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왼발은 발가락을 주물러도 어느 발가락을 주무르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위치감각 회복도 덜 되어 되어 발과 다리가 놓인 위치를 정확하게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걷기 시작할 때나 뭔가 행동을 시작할 때, 손발이 의도보다 늦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더블 태스크(double task) 오작동 개선이 과제


天仁의 의지와 다르게 움직이는 '외계인의 손' 현상을 겪었던 왼손과 함께 왼쪽 팔다리는 두 가지 이상의 동작을 함께하는 더블 태스크(double task)에 자주 오작동을 하기도 한다. 양손으로 신문을 잡고 펼치거나 양손으로 책을 펼칠 때, 왼손으로 병을 잡고 오른손으로 병뚜껑을 돌려 열 때,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자판을 칠 때, 충전 중인 핸드폰에서 충전 코드 빼려면 쉽지 않다. 왼손, 왼발에 힘이 너무 과하게 들어가거나 전혀 들어가지 않기도 하고, 의도와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오작동을 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들은 특히 피부 아래의 심부감각(深部感覺) 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재활해야 할 과제다. MRI 재촬영 결과, 대미지를 입은 전두엽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는 '우측 팔다리 심부의 저림과 감각 장애‘ 또한 해결해야 할 큰 과제다.


재활병원 입원 48일째, 법적 한도인 하루 3시간의 일대일 재활훈련을 받고 있다. 여유 시간에는 복도 걷기, 체간 쿠션에 앉아 책 읽기, 발바닥으로 테니스공 야구공 굴리기, 마비 쪽 손으로 골프공 둘리기 등의 감각 기능 회복을 위한 운동을 해 왔다. 11월 초부터는 친구 인제(仁濟) 군이 알려 준 수지침 혈자리를 자극하고 있고, 지난주부터는 보내 준 압봉을 붙이고 있다. 혈자리 자극의 효과인지 마비 측 팔다리의 운동기능이 더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것 같다.

상승이란 더하기가 아니라 서로(相) 곱하는(乘) 것


'개인 훈련, 지슈토레'가 편마비 회복에 상승효과(相乘效果)를 주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상승이란 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相) 곱한다(乘)’는 뜻이다. 병원의 재활훈련과 더불어  기구를 활용한 훈련과 걷는 것, 수지침 혈자리 자극은 각각 하나씩 더한 만큼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훈련이 곱해져서 몇 배가 좋아지는 상승효과를 내는 것을 느낀다.


여러 뇌졸중 관련 도서, 재활 전문 자료를 읽어 보면 '뇌졸중 발병 6개월 내에 재활을 해야 회복이 가능하고, 또 빠르다'라고 한다. 발병 70일째, 역시 지금 가능한 많이 재활 운동을 하고, 몸을 움직이는 재활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내년 2월 설에는 비행기 한번 타 보는 것이 단기 목표다. 월요일인 오늘은 개호지원 센터에 퇴원 이후의 재활 훈련 가능 장소, 방법을 더 알아보고, 주치의 선생, 재활, 간호스텝들과 퇴원 날짜를 의논하여 확정할까 한다.


복부, 고관절 등의 체간근육을 강화하여 몸의 밸런스를 강화하는 것, 손발의 감각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지금의 흔련 과제다.  
78m의 병원 복도를 하루 약 60바퀴 씩 돌아 지난 주에도 하루 평균 5천 9백 보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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