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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Nov 19. 2023

61일 만의 외출,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다카오산 정상으로 찾아온 뇌졸중 - 10

감개무량(感慨無量)

군복무 시절, 민간인은 볼 수도 없었던 DMZ에서 근무하다가 일 년에 한 번이었던 첫 휴가를 나와 서울 시내를 활보했을 때의 기분이 이랬을까? 뇌졸중 발병 61일째, 처음으로 걸어서 병원 외부에 다녀온 소감은 한마디로 '감개무량'이다. 오늘은 재활 훈련 중의 하나인 '옥외 재활훈련'을 다녀왔다. 옥외훈련이란 담당 재활치료사가 동행하여 병원 주변의 일반 도로를 걸어보는 실전훈련이다. 실전훈련이라고 하니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天仁처럼 걸을 때 몸의 밸런스를 잘 유지하지 못할 경우, 길에서 보행자를 만났을 때는 어떻게 피하고 대처할 것인지, 다가오는 자동차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신호 타이밍에 맞추어 안전하게 건널목을 건너기 위한 훈련이다. 옥외훈련이 처음인 오늘 天仁은 병원에서 고탄다역(五反田駅)까지 왕복 약 1.2km를 20분 정도에 걸었다.


이 재활병원에서는 보행 보조기구의 사용, 변경 및 승급은 관련 테스트 결과, 각 담당 치료사의 의견을 바탕으로 주치의가 최종 승인하여 이루어진다. 天仁도 입원 초기에는 휠체어로 병동 내를 다니다가, 보행기 사용 테스트 후 보행기로 보조기를 바꾸었다. 이후 보행기로 이동하며 재활훈련을 계속하다가 서 있을 때, 걸을 때의 밸런스 테스트를 통해 안전 보행에 문제가 없겠다는 주치의의 판단 하에 노르딕 스틱으로 바꾸었다. 또, 밸런스 및 걸음걸이가 더 안정되었다는 테스트 결과와 담당 치료사의 의견으로 주치의의 승인을 받아 옥외훈련도 다녀오게 되었다. 병동 내 실내에만 있으니 밖의 날씨 변화를 잘 알 수 없었지만, 어제는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가 추웠다고 하는데 오늘은 다행히 기온도 15℃로 따뜻해 날씨도 天仁의 오랜만의 외출을 축하해 줬다.  

 

매일 병원복도 60바퀴 걷는 개인훈련 병행


재활병원에서는 재활 훈련을 지도해 주시는 10여 명의 분야별 재활치료사와 함께 매일 3시간씩의 재활 훈련을 해 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재활 훈련이 끝나면 개인적으로 하루 평균 6천6백 보, 약 4.6km 병원 보도를 걷고 있다. 2주일 전까지는 보행기로 걸었는데 요즘은 노르딕 지팡이로 걷는다. 1시간 이상 체간 트레이닝 쿠션으로 복부, 고관절, 체간의 근육 훈련을 하기도 하고, 하루 20회 이상 스쾃도 한다. 지난 일주일간 하루 평균 걸었던 4.6km는 둘레가 78m인 병원 내 복도를 매일 60바퀴씩을 돌았다는 것이니 나름대로는 꽤 많이 노력한 편이라고 생각된다.


모든 일이 그렇듯 하나를 알게 되면  되면 그 하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그것과 연결된 더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몸도, 운동도 그와 마찬가지로 서로 연결된 고리가 있어 상호 보완작용을 해 준다는 것을 느낀다. 체간 근력 운동으로 몸의 밸런스가 잡히고 걸음이 안정되니 대퇴부와 고관절의 근력 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또, 이러한 재활 훈련과 더불어 재활치료 관련 서적을 서너 권 읽어 재활 훈련의 이론, 목적과 논리를 이해하려고 하다 보니 훈련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져 훈련 효과도 조금은 더 커졌을 것이다.


이젠 편마미 측 팔다리의 감각 장애를 되돌리는 문제가 남아있다. 서서 커피를 내리는 등 두 가지 동작을 함께 할 때나 신문 들고 넘기기, 책 페이지 넘기기 등 양손이 함께 움직일 때 나타나는 편마비 측 팔다리의 오작동, 운동의 시작 지연 문제만 개선되도록 노력하면 노르딕 지팡이도 곧 필요 없게 될 것이다.        

  

밸런스 매트. 한 다리로 서기, 양발 뒷꿈치 들기 등의 훈련을 한다. 매트가 너무 부드럽지도 딱딱하지도 않고, 탄력 회복성이 좋아  근력강화와 밸런스 조절에 매우 도움이 된다.

  

체간운동용 쿠션은 복부, 고관절 근력 훈련에 효과가 매우 크다. 天仁은 개별적으로 구입하여 병실에 두고 사용하는데, 소문을 들었는지 다른 환자 두어 명도 구입하여 사용한다.
디지털미러는 게임 하듯이 밸런스 훈련을 할 수 있는 재미난 장비다. 설정한 프로그램의 전후좌우 밸런스 유지 정도애 따라 점수가 달라지니 개선되는 정도를 쉽게 알 수 있다.   
병원 내 복도 둘레가 78m이니 지난 일주일간 걸었던 하루평균 6천6백 보, 4.6km는 병원 복도를 매일 60바퀴씩을 돌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재미없는 복도를 꽤 열심히 걸었다.
고탄다에 리조트 호텔 '고탄다 OMO 5'가 내년 4월 1일 오픈예정. "야경을 보면서 식사를"을 캐치프레이즈로 도쿄 시내에 리조트 호텔을 늘려 가고 있는 '호시노리조트' 작품.
메구로가와(目黒川) 와 6년간 살았던 고탄다그카이 맨션. 오른 쪽 사진의 멀리 보이는 전철은 서울의 2호선 같은 환상선(環状線)인 JR 야마노테선(山手線).
재활병원에서 고탄다역(五反田駅) 까지는 편도 약 550m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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