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안천인 Jul 11. 2024

운전면허 갱신 적성검사에 합격했습니다.

일상으로 복귀준비

(뇌경색 극복하기,  9개월 23일, 296일째의 기록)


자동차 운전면허증 만료 기간이 다가와 다음 달까지는 갱신해야 한다. 사진이 첨부된 운전면허증은 주민등록증이 없는 일본에서 신분을 증명하기에 가장 좋고, 꼭 필요한 증명서다. 올해부터는 운전면허 갱신도 사전예약제로 바뀌어, 2주 전에 도쿄 시내 운전면허시험장 2 곳 중 집에서 가까운 곳에 미리 예약해 두었다. 오늘은 예약된 시간에 운전면허 시험장에 도착해, 자동으로 발행된 갱신 신청서를 프린트해서 절차에 따라 수속을 밟아 나갔다. 그런데, 수수료를 내고 적성검사 코너로 갔는데, 신청서 뒷면의 질문표를 기재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겼다.


여러 번 운전 면허증을 갱신했지만, 이런 질문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과거 5년 이내에 질병(질병의 치료에 수반되는 증상 포함)을 원인으로 하거나, 원인은 분명하지 않으나 의식을 잃은 적이 있습니까?." "아니요"다. 그런데 다음 문항이 걸린다. "과거 5년 이내에 질병이 원인으로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가 일시적으로 뜻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된 적이 있습니까?" "아니요"라고 답하고 싶지만, 사실은 "있다, 지금도 그렇다"이다.  당황스럽다. 사실 아직 운전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운전면허 갱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을 해 보지도 않았다. 운전을 하게 되면 마비가 없는 오른쪽 다리만 사용할 것이고, 오른손을 중심으로 핸들을 조작해도 되니 왼쪽 편마비는 운전에 큰 지장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운전면허증은 기간 내에 갱신하지 않으면 면허가 취소되고, 다시 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해서 시간이 더 걸리고, 절차도 복잡해진다. 전부 "아니요"에 체크하면 갱신 수속을 빨리 끝낼  수는 있겠지만, 거짓으로 서류를 작성할 수는 없다. 더 이상 갱신 수속을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다행히 갱신 기한도 아직 1개월 정도 여유가 있다. 담당자에게 다음에 다시 오겠노라며 사정을 설명하고 수수료를 환불받고 수속을 중단했다. 건물을 나오면서 종합안내소에 문의했더니 11번 '운전적성 상담, 신체에 장해가 있는 사람 상담' 창구에 가서 의논해 보라고 한다.


11번 창구에 있던 담당경찰관은 뇌경색을 앓았을 경우에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려면 두 가지 서류를 더 준비해야 한다고 알려 준다. 치의가 운전을 해도 좋다고 승인하는 '진단서'가 있어야 되고, 운전시험장의 드라이브 시뮬레이터로 적성검사를 받아 합격해야 한다고 한다. 본래 사전에 예약을 하고 와야 하지만 마침 예약자가 많이 없어 10분 정도만 기다리면 적성검사가 가능하니, 시간이 된다면 오늘 먼저 적성검사를 받고 가라고 한다. 의사의 진단서는 다시 갱신 신청하러 올 때 제출하면 되도록 편의를 봐주겠다고 한다. 그러면 예약힐 수고도 줄어들고 한 번 더 오지 않아도 되니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겠다. 담당 경찰관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한 마음으로 적성검사를 받았다.


드라이브 시뮬레이터를 사용한 적성검사는 크게 3가지 항목이었다. ①시뮬레이터 지시에 맞추어 핸들을 정확히 돌릴 수 있는가, ②위험을 인식하고 순간적인 급제동이 가능한가, ③순간 시야 검사(瞬時視野検査) 등의 항목이었다. 순간 시야 검사는 자동차가 달리고 있는 화면에 무작위로 신호가 나타나면 재빠르게 핸들에 부착된 버튼을 눌러야 하는 것으로 검사가 진행되는 약 10분 동안 계속 집중해야만 했다. 난생처음 해 보는 검사이고, 아직 몸의 움직임이 완전하지는 않아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합격이었다. 100가지 테스트 항목 중 2개에 대해서만 반응이 조금 늦었는데, 면허증 갱신에 문제는 없겠다고 한다. 운전 면허증에도 특별한 기재사항 없이 보통의 운전면허증으로 발행되겠다고 하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시험장을 나오면서 주치의 이신 니시모토의원(西本医院) 원장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경시청 규격에 맞추어 진단서를 발행해 주시겠다고 한다.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로 잠깐 당황하기는 했지만, 잘 해결될 것 같다. 문제는 늘 있고 또 생기는 것, 현명하게 대처하고 순리대로 풀어나가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 예약도 하지 않았는데, 적성검사를 받을 수 있었고, 합격한 것은 오늘 감사해야 할 일 중의 하나가 되었다.

주) 첨부 사진 출처 : 인터넷.

이전 17화 일본의 개호보험, DPC, 고액요양비제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