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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Jun 05. 2024

쓰러지고 난 이후 처음 맨발 걷기를 해봤다.

발병 261일, 8개월 18일째의 기록

오늘 도쿄의 일출 시간은 04:16분, 해가 꽤 많이 올라온 4:50분 집을 나선다. 술을 입에도 대지 않고 바른생활 사나이가 된 요즘,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저녁 9~10시에 취침하여 새벽 4~5시에 일어난다. 어제까지 이삼일 동안 태풍 1호가 도쿄 먼바다를 지나면서 강풍에 꽤 많은 비가 내렸다. 오늘은 낮 최고 기온이 28℃로 덥겠다는 예보이지만, 아침에는 17℃, 운동하기에 딱 좋은 맑고 시원한 날씨다. 그래도 아침 공기가 차게 느껴져 저지(Jersey)를 걸치고 집을 나섰다.


조심조심 맨발로 몇 보 걸어본다. 심한 자극이 느껴지고, 발바닥이 조금 아프기는 하지만 맨발로 걷는데 큰 무리는 없다. 사실 아직 왼쪽 발바닥의 감각이 둔하다. 어느 발가락을 주물러도 4번째 발가락을 만지는 것 같이 느껴지는 등 발의 감각기능은 정상이 아니다. 게이트볼 운동장을 세 바퀴 돌아본다. 1천5백 보, 약 1km를 걸었다. 걷기가 끝난 뒤에는 슬리퍼를 신고, 벤치에 앉았다가 일어서는 스쾃 50번을 한 후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아침 식사를 했다.


요즘은 09:30부터 시작하는 '방문 재활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한국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본다. 지상파 TV 7번 채널의 도쿄 TV에서 방영 중이다. 2012년에 만든 드라마로 12년이나 지났는데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 이 드라마를 보면, 일본에 왜 그토록 한류 열풍이 부는지 이유를 금방 알 것 같다. 드라마의 구성이나 내용은 차지하더라도 화면의 색깔부터 다르다. 칙칙한 일본 드라마와는 달리 화면 전체가 밝고 예쁘다. 한국 드라마는 채색에서부터 일본 드라마를 압도한다. 잘 생긴 배우 김수현의 연기도 압권이다. 한국 배우들의 섬세한 표정 연기를 일본 배우들은 도저히 따라 할 수가 없다. 天仁이 좋아했던 배우 고 전미선 씨와 또 한 분의 명연기자 고 김영애 배우님도 출연하니 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재활치료사는 세 분이 돌아가며 오신다. 오늘은 오랜만에 제일 경험이 많은 호시노(星野) 선생이 오셨다. 걸을 때 다리가 후들거리고, 몸의 좌우 밸런스가 맞지 않은 원인이 아직도 약한 코어근육 때문으로 보인다고 한다. 폼롤러에 등을 대고 누워 팔다리를 들어 올리며 몸의 균형을 잡는 연습을 했다. 생각과 달리 쉽지 않다. 자주 연습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호시노 선생님과 함께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며, 무릎 부근의 대퇴사두근이 아픈 원인도 찾았다. 계단에서도 엄지발가락으로 차고 나가면서 걸으려고 하니, 허벅지에 무리가 가는 것 같다고 지적해 주시는데, 이해가 된다. 뒤꿈치까지 계단 바닥에 놓으면서 체중을 분산시키며 계단을 오르니 무릎도 발과 일직선으로 바로 놓이고, 통증이 덜하다. 아침의 스쾃 탓인지 다리가 더 후들거린다. 그래도 계속해야 다리 근육이 보강되어서 걸음걸이가 나아질 것이라며 스쾃을 적극 추천하신다.

아직도 외계인손 증후군이 天仁을 괴롭히고 있다. 와이셔츠 입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노트북 타이핑도 쉽지 않다. 왼손은 온도를 잘 감지하지 못한다. 뜨거운 것과 찬 것을 잡으면 뜨겁더나 차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아프다'라고 느낀다. 무엇보다 행동을 하기 전에 먼저 움직임을 그려보아야 하니 행동하는데 시간이 더 걸리고, 불편하다. 


그래도 나는 운 참 좋다. 

이 정도로 나아졌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틀림없이 매일매일 조금씩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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