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은 뇌의 정보를 바꾸어 새 정보를 기억시키는 작업
(뇌졸중 극복하기 7개월 20일, 233일째의 기록)
뇌경색은 발병 후 180일이 지나면 후유증이 개선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 뇌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의료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는 기간이 180일로 정해진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노력 여하에 따라 10년이 지나도 후유증이 개선되었다는 긍정적인 사례도 있다. 天仁의 뇌경색 편마비도 기적처럼 좋아졌지만, 요즘은 편마비를 겼었던 왼쪽 다리가 무겁고 힘이 들어가지 않고, 걷기가 쉽지 않다. 특히, 사무실에 4~5시간 앉아있다가 퇴근할 때는 더 그렇다. 계속 좋아지기만 하기보다는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를 반복하면서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모양이다.
백회와 용천이 일직선이 되도록 몸을 펴서 걷자
그래서 2가지를 해보기로 했다.
먼저, 일본의 골든위크 연휴를 이용해 한국의 강원도 태백으로 날아가 김형태 원장님께 수침(手針) 치료를 받았다. 김 원장님은 10여 년 전 목에 디스크가 생겼을 때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던 분이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했지만 지인의 소개로 김 원장님을 만났고 덕분에 수술을 하지 않고 수침 치료로 나았다. 수침이란 직접 침으로 치료하지는 않지만 침을 놓는 혈맥과 뼈에 붙은 근육을 자극하여 디스크, 협착 등을 치료하는 치료법이다. 수침도 지압이나 안마와 비슷해 보이지만 자극하는 위치와 방법이 조금 다르다. 뇌경색 발병 후에도 김 원장님께 전화로 의논을 드리고 자문을 받기는 했지만, 직접 만나 뵙고 진찰을 받고 짧은 기간이더라도 치료를 받아보고 싶었다.
골든위크 연휴기간 중의 갑작스러운 일정이라 비행기와 호텔 예약이 예약이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요금도 평상시 보다 두 배 이상 비쌌지만 잘 다녀온 것 같다. 김 원장님은 3일간의 치료 이외에도 일본에 돌아온 후 혼자서 할 수 있는 훈련 방법을 두 가지 알려 주셨다. 먼저 올바로 걷는 방법을 배웠다. 턱을 당기고 가슴을 펴고 몸을 바로 세워 머리 위의 백회혈과 발바닥의 용천이 일직선이 되도록 하고 몸을 조금 앞으로 숙여 걸으라고 일러주신다. 기의 흐름을 좋게 하고, 편마비로 근력이 약해진 왼쪽 다리와 코어근육을 보강하기 위한 방법이다. 걷는 자세를 바꾸었더니 처음에는 조금 불편했지만, 하루가 지나니 마치 축지법을 쓰는 것처럼 걸음이 가벼워졌다. 다음은 풍지혈, 풍부혈 등 뇌의 신경 흐름에 도움이 되는 혈자리를 혼자서 지압할 수 있도록 셀프 지압 방법을 일러주셨다.
재활의 목적은 새 정보를 기억시키는 작업
또 한 가지, 재활훈련을 시작했을 때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 보며 재활 훈련에 대한 이론을 재정리해 봤다. '뇌경색에 의한 마비로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원인은 근육이 아니라 뇌(脳)에 있다. 재활의 목적은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망가진 뇌세포 주변의 새로운 뇌세포가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입력하여 뇌의 정보를 새로 바꾸는 것(脳を書き換えること)이다.'라고 하는 것이 핵심포인트였다.
1) 일상생활에서 마미 측 팔다리를 사용하자. 마비 측 팔다리를 사용하면 오작동도 생기고 행동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움직이기 편한 팔다리만 사용하고, 마비 측 팔다리를 사용하지 않으면 뇌도 그 동작을 잊어버리게 된다(不使用の学習). 힘들더라도 일상생활에 마비 측 팔다리를 사용하자. 죽은 뇌세포는 재생되지는 않으나, 재활훈련을 함으로써 주변의 다른 뇌세포가 대신 동작을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무리한 움직임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점도 잊지 말자.
2) 신체의 감각을 의식하자. 극히 짧은 순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인지하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움직이지만, 근육은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손과 발을 움직이려면 신호를 보내는 운동피질(motor cortex, 運動野)이 운동이미지를 만든 후에 움직이라는 지시를 내림으로써 근육이 움직이게 된다. 올바른 운동이미지는 신체의 감각(体性感覚)으로 만들어진다. '촉각, 움직이는 감각→운동이미지(움직임 명령)→근육 움직임'의 순으로 근육이 움직인다. 무턱대고 움직일 것이 아니라 만지는 감각, 움직이는 감각을 등 느끼는 감각을 의식하고 느끼며 행동하자.
3) 뇌가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반복 훈련하자. 뇌가 새로운 동작을 익히는 과정은 골프나 테니스 등 운동을 배울 때의 과정과 닮았다. 뇌는 ‘인지(認知)→연합(連合)→자동’의 과정으로 학습해 간다. 따라서, 재활 학습 초기에 스포츠의 동작을 하나하나 몸에 익혔듯이 의식하면서 행동해야 한다. 특히 天仁은 외계인손 증후군으로 마비 측 손과 팔다리의 움직임이 불편하기 때문에 행동하기 전에 미리 운동 이미지를 그린 후에 움직인다.
4) '약한 자극으로 천천히' 움직이자. 뇌신경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뇌 세포의 일부분이 죽었을 경우, 죽은 그 세포뿐만 아니라 연결되어 있는 부분도 일시적으로 나빠진다. 어떤 부위는 움직이지 않다가도 2, 3일 후에 좋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뇌가 쉬고 있을 때 ‘강한 자극’을 가하면 오히려 뇌가 쉬는 휴지(休止) 기간이 길어져 버린다. 뇌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할 경우, 휴지 기간이 몇 년간 지속될 수도 있다고 한다. ‘빠른 움직임’으로는 신체의 감각을 의식하기 어렵기 때문에 ‘천천히 움직여서 약하게 자극’ 해야 한다. 너무 열심히 움직이지 말자.
5) 간단한 동작부터 시작하자. ‘낮고, 가깝고, 가볍고, 적은 것’부터 시작해서 점차 ‘높고, 멀고, 무겁고, 많은 것’으로 난이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마비가 있는 쪽에 체중을 싣는 연습을 반복해서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 재활 초기에는 이런 메커니즘을 생각하면서 훈련을 시작했다. 바르게 걷기 위해서는 먼저 바르게 앉을 수 있어야 하고,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서 있을 수 있어야 비로소 걸을 수도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급할수록 돌아가라(急がば回れ)'는 재활훈련에 꼭 필요한 말인 것 같다. 뇌가 대미지를 입었기 때문에 집중력, 주의력의 범위가 좁아지고,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어렵다. 동시에 여러 동작을 하려고 하면 팔다리가 움직이지 않기도 한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팔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는 외계인증후군(alien hand syndrome, anarchic hand, AHS)도 天仁을 괴롭히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신체의 감각을 의식하면서 천천히 간단한 동작부터 움직임을 시작해야 한다. 운동피질이 운동이미지를 만든 후, 움직이라는 지시를 내림으로써 비로소 근육이 움직이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 동작 전에 미리 운동 이미지를 그린 후 행동하는 것을 습관화하여 몸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도록 반복훈련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