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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Dec 06. 2023

당연한 일에도 감사하다 보니 퇴원이 2개월 앞당겨졌다.

모든 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직접, 행동하고 움직였다. 

입원 중인 재활병원에서 12월 11일 퇴원하게 되었다. 뇌경색으로 입원한 지 85일 만이다. 퇴원 결정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통원 치료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겠다는 주치의와 담당 재활치료사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동경대 의대 출신으로 종합병원 뇌신경과 책임자였던 주치의 이토(伊藤正一) 선생님은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이렇게 회복이 빠른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天仁의 왼발은 위치인식 장애가 남아 있고, 감각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아 발가락을 주물러도 어느 발가락을 만지는지 알지 못한다. 외계인손 증후군도 天仁을 괴롭히고 있다. 왼손은 온도 감각이 없어 뜨겁거나 찬 것을 잘 알아차리지 못해 뜨거운 것을 잡아도 찬 것을 쥐어도 아픈 것으로 느낀다. 아직 정상적이지는 않지만 등산용 노르딕 스틱에 의지하여 걷는 데는 큰 지장이 없어 보인다. 주치의 말씀대로 일상으로 돌아가서 생활하는 것이 곧 재활 훈련이 될 것이다.  


급성기 병원에서부터 회복기 재활병원에 입원해 있는 약 3개월 동안 ‘긍정적인 마인드가 병을 이긴다’는 생각과 함께 天仁이 나름대로 꾸준히 지켜온 두 가지가 있다. 당연할 것 같은 사소한 일에도 ‘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는 것과 '간호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직접 행동하고 몸을 움직이자'는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자는 생각을 했던 것은 급성기병원의 뇌신경과 병동 집중치료실로 옮겼을 때부터였다. 그때만 해도 자다가 눈을 뜨면 혹시 팔다리가 자유롭게 움직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곤 했다. 매일 링거를 맞고, 약을 먹고 있으니 어느 순간 몸이 뻥 뚫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회복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 아닌 기대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알만 먹으면 마비와 감각장애가 한순간에 개선되는 약은 없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수없이 했다. 


어느 정도 정신이 들고, 편마비의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자 '天仁 보다 훨씬 더 증세가 중하고 어려운 환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비록 뇌경색이 오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뇌의 손상이 적었던 것이 매우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게 되었다. 몸이 조금 더 안정되고, 마음이 정리되어 극복기를 적어 나가기 시작했을 즈음에는 전에 읽었던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생기는 몸의 변화에 대한 책의 내용이 떠 올랐고, 실천하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감정과 정서), 사이토카인(항염증 및 면역력), 코르티솔(항염증 작용) 분비 증가와 혈압, 심박수, 혈당 등 다양한 체내 시스템의 균형을 이루고 심신의 많은 기능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또,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행복도가 높아지고, 몸에 활력이 생기고,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매일 감사할 일을 찾아보고, 생각하곤 했다. 연한 것 같은 사소한 일에도 늘 '감사합니다'는 말이 입에 붙도록 노력했다. 이렇게 글을 적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식사를 준비해 줘도 "감사합니다.", 방을 청소해 주셔도 "감사합니다.", 간호사가 혈압을 재 주셔도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늘 머릿속, 입에 붙이려고 노력했다. 


마비가 심했던 급성기 병원에서는 혼자서 제대로 앉지도 못했기 때문에 앉고, 서는 것이 재활 훈련이었다. 그래서 ’ 옷 갈아입기, 식사하기‘ 등의 일상생활도 재활 훈련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능한 간호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모든 일상생활을 해 보려고 노력했다. 회복기 재활병원에서 정규 훈련이 끝난 후에 개인훈련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시작했다. 天仁이 다른 환자보다 회복이 두어 달 빠른 것은 급성기 병원의 빠른 치료와 재활 훈련의 시작, 회복기 병원의 체계적인 재활 훈련의 결과이겠지만 도움받지 않고 직접 하기, 개인 훈련도 빠른 회복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재활병원으로 전원(転院)한 뒤에는 그 감사함을 더 많이 느끼게 되었다. 재활 훈련실에서 훈련 중인 환우들을 보면 저절로 감사한 마음이 우러난다. 天仁보다 마비가 훨씬 심해 보조기구를 장착한 분들과 고령자들도 정말 열심히 재활 훈련을 한다. 그 모습들을 보면 한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天仁도 더 열심히 훈련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감사한 마음에 절로 힘이 생긴다.




(함께 기적을 만들어 가는 은인들)


1. 인적 드문 산속에서 호루라기 소리에 달려와 구급차를 불러준 다카다(高田) 씨 : 다카오산 시로야마(城山) 정상에서 쓰러졌을 때,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나타나 구급대를 불러 주셨다. 덕분에 골든타임 내에 670미터 산속에서 30km 넘게 떨어져 있는 병원, 사이가이치료센터에 도착하여 신속하게 치료를 받고 후유증을 줄일 수 있었다.


2. 장금침술원 오오아케(大明) 우 원장님 : 산에서 쓰러졌을 때 휴일인데도 곧바로 전화를 받아 주셔서, 天仁의 증상을 뇌경색으로 판단하고 병원의 어느 과에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주셨다. 덕분에 구급차의 목적지를 미나미타마병원(南多摩病院)에서 뇌신경과가 있는 사이가이의료센터(災害医療センター)로 변경하여 시간로스를 줄였고,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미리 CT, MRI 촬영을 준비시켜 골든 타임 내에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산속에서 업혀 나와 작은 엠뷸런스에서 몇 번을 옮겨 타며 인수인계에 문제가 있었던지 병원으로 향하는 엠뷸런스의 구급대원도 天仁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판단을 못했더랬다. 원장님의 조언이 없어, 구급대원의 판단대로 뇌신경과가 없는 미나미타마 병원으로 갔더라면 그 이후의 일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3. 사이가이의료센터(災害医療センター)의 후루키 미사코(古木美紗子) 선생님 : 사이가이 병원 뇌신경내과의 NO.2 의사. 당직도 아니고 휴무 중이었다는데 응급콜을 받고 한 걸음에 달려 나와 일사천리로 天仁을 치료해 주셨다. 입원 중에도 수시로 병실을 찾아와 회복 상태를 점검하고 안심시켜 주며 재활에 대한 용기를 북돋아주셨다. 2주 넘게 더 입원하여 충분히 급성기 치료를 받은 후 도쿄의 재활병원으로 전원(転院)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4. 사이가이의료센터 뇌병동 집중 치료실의 가쿠다(角田) 간호사 :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의 天仁을 퇴원 때까지 3주간 적극적으로 케어해 주어 회복이 빨랐다. 한국을 좋아하여 몇 차례 여행 중인 아가씨로 한국어를 공부 중부 중이다. 天仁이 재활병원으로 옮겨 갈 무렵 마침 혼자서 부산을 여행하게 되었는데, 고맙게도 누님과 자형이 가쿠다 상이 가보고 싶어 하던 해운대에서, 꼭 먹어보고 싶다고 하던 간장게장을 대접해 주셨다. 일석이조, Two birds with one stone!


5. Next door to Mr.HIgo(肥後信治): 고탄다 재활병원의 옆 병실에 입원 중인 동료 환자. 입원하는 날 식당에서 처음 만났는데, 따뜻하게 말을 걸어 주셔서 어색한 병원 분위기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너무 건강하셔서 70대로 보이지만, 알고 보니 실제 90세였다. 은행원 출신으로 일본에 살고 있는 91개국 외국인이 영어로 소통하는 볼런티어 모임 IES(International Exchange Society)의 30여 명 회원과도 교류 중이시란다. 지역 의료시설의 잡지에 에세이도 20여 회 기고하시는 열정가. 건강식품도 전혀 드신 적조차 없다고 하시는데 머리숱도 많고, 청력도 좋고, 노안도 없고, PC로 주식거래까지 하신다. 天仁도 히고 상처럼 건강하게 90을 맞을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6. 니시카타 유우스케(西片祐介) 치료사 : 고탄다 재활병원의 天仁 담당 이학치료사. 실력과 성실함을 겸비한 베테랑. 관련 도서를 읽어 재활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 天仁과 많은 대화를 했다. 각 재활 운동의 목적, 개념 등을 쉽게 설명해 주셔서 재활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7. 마쯔바 야스코(松葉泰子) 간호사 : 転院했을 때부터 天仁이 잘 적응하여 재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해 케어해 준 고탄다 재활병원(五反田リハビリテーション病院)의 天仁 담당간호사. 오키나와 출신이라고 하는데, 한국어를 공부 중이라며 자주 한국말을 건넨다. '수고 많으십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같은 간단한 말들은 완전히 입에 붙었다. K-POP과 한국음식을 좋아한다고 한다. 


8. 히마리(日葵) 엄마 : 히마리는 天仁이 시절인연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옆집에 살던 5살 일본아이다. 히마리네는 아빠의 직장을 따라 지금은 서울에서 살고 있다. 걱정을 끼칠까 알리지 않았기에 히마리 엄마는 天仁의 입원 사실도 모르지만 귀여운 히마리와 아이들의 사진을 자주 보내와 재활의지를 북돋아 준다. 


매일 열심히 노력하지만 재활의 효과는 바로 알 수가 없으니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무든 일이든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그 성과는 직선으로 상승하지 않고,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서는 것처럼, 재활의 결과도 서서히 나타난다. 재활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천천히, 천천히, 한 걸음이라도 제대로 걷자. 



 

퇴원안내서에는 '퇴원일시, 개호택시 준비 유무, 준비할 복용 중인 약 수량, 퇴원절차, 기타 주의사항' 등이 기록되어 있다.   
'헬프마크' 배지를 붙이기로 했다. ‘겉으로는 표가 나지 않지만 도움이나 배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는 표시다. 의족, 인공관절, 지병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가방에 매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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