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개인 연습은 ‘지슈토레*'라고 한다. 지슈토레는 '자발적 연습'이라는 뜻의 '자주트레이닝(自主トレーニング)'을 ‘지슈토레-닝구’로 읽고, 4개 음으로 줄인 일본어식 표현*이다.
天仁의 담당 간호사, 병실에 들어오는 당직 간호사, 재활치료사들은 天仁을 많이 칭찬한다. 이렇게 지슈토레에 열심이고, 뇌졸중, 재활 관련 도서를 많이 읽는 환자를 본 적이 없다고들 한다. 또, 개인용 지슈토레 도구를 이렇게 많이 준비해 놓고 노력하고, 이렇게 회복이 빠른 환자를 본 적도 없다고들 칭찬하기도 한다. 너무너무 고마운 말씀이지만 아직 보행 장애, 감각 밸런스 장애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더 많이 노력하고, 지슈토레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 일본 사람들은 말 줄이기를 좋아한다. 특히, 4개 음, 4자로 줄이기를 좋아한다. SMAP 출신 연예인 기무라 타쿠야(木村拓哉)는 '기무타쿠'로, 영어 리허빌리테이션(rehabilitation)을 줄여 재활은 '리하비리(リハビリ)', '실시간'은 영어 real time을 '리아타이(リアタイ)'로 줄여서 말한다.
마비되었던 운동기능이 빨리 회복되고 있는 것은 天仁이 다른 뇌졸중 환자들보다 비교적 젊고, 하체의 근력과 기본 체력이 어느 정도 남아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자동차를 없애고, 최근 5년 간 대중교통만 이용하면서 하루평균 1만 보 이상을 걸었다. 오래전부터 등산, 트레킹, 달리기, 골프, 야구 등 하체의 근력과 연관된 기초 운동은 비교적 많이 해왔다.
많이 좋아졌지만, 보행장애, 감각 장애는 개선해 나가야
그러나 개선해 나가야 할 문제도 많이 있다. 비교적 잘 걷기는 하지만, 아직 지팡이를 사용해야 하고, 왼발의 감각은 무디다. 걸을 때면 왼쪽 신발 안에는 깔창을 하나 더 깔아 둔 것 같고, 왼발이 땅바닥에 먼저 닿아 왼다리가 오른쪽 보다 1cm 정도는 더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왼발은 발가락을 주물러도 어느 발가락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위치감각이 덜 회복되어 발과 다리가 놓인 위치를 정확하게 감지하지도 못한다. 왼 손은 온도를 잘 감지하지 못한다.
天仁의 의지와는 다르게 움직이는 '외계인의 손 증후군'도 빨리 개선해야 할 과제다. 왼손의 행동을 오른손이 방해하기도 한다. 걷기 시작할 때나 뭔가 행동을 시작할 때, 손발이 의도보다 늦게 움직이기도 한다. 왼손, 왼발에 힘이 너무 과하게 들어가거나 전혀 들어가지 않기도 하고, 의도와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오작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왼쪽 팔다리는 두 가지 이상의 동작을 함께하는 더블 태스크(double task)도 자주 나타난다. 양손으로 신문을 잡고 펼치거나 양손으로 책을 펼칠 때, 왼손으로 병을 잡고 오른손으로 병뚜껑을 돌려 열 때,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자판을 타이핑할 때, 충전 중인 핸드폰을 코드에서 빼려면 쉽지가 않다. 이런 문제들은 피부 아래의 심부감각(深部感覺) 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재활훈련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다. MRI 재촬영 결과, 대미지를 입은 전두엽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진단받은 '근육통처럼 느껴지는 우측 팔다리 심부(深部)의 저림 현상과 감각 장애‘ 또한 해결해야 할 큰 과제다.
재활병원 입원 48일째, 법적 한도인 하루 3시간의 일대일 재활훈련을 받고 있다. 개인 휴식 시간에는 복도 걷기, 체간 쿠션에 앉아 책 읽기, 발바닥으로 테니스공 야구공 굴리기, 마비된 쪽 손으로 골프공 둘리기 등의 감각 기능 회복을 위한 운동을 해 왔다. 저녁 시간 침대에서는 친구 인제(仁濟) 군이 알려 준 수지침 혈자리를 자극하고 있고, 지난주부터는 보내 준 압봉을 붙이고 있다. 혈자리 자극의 효과인지 마비 측 팔다리의 운동기능이 더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것 같다.
상승이란 더하기가 아니라 서로(相) 곱하는(乘) 것
'개인 훈련, 지슈토레'가 편마비 회복에 상승효과(相乘效果)가 일어난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상승이란 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相) 곱한다(乘)’는 뜻이다. 병원의 재활훈련과 더불어 기구를 활용한 훈련과 걷는 것, 수지침 혈자리 자극은 각각 하나씩 더한 만큼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훈련이 곱해져서 몇 배가 좋아지는 상승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느낀다.
뇌졸중 관련 도서, 재활 전문 자료에 따르면 '재활치료의 골든타임은 3~6개월'이라고 한다. 이 기간 중에 손상된 뇌세포의 신경가소성 즉, 신경세포의 리모델링 능력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운이 좋아 급성기 병원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 응급상황을 넘기며 신경학적으로 안정되었을 때부터 바로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오늘로 발병 70일째, 가능한 한 많은 운동을 하고, 몸을 움직여야 회복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내년 2월 설에 비행기를 타는 것이 단기 목표이다. 월요일인 오늘은 개호지원 센터에 퇴원 이후의 재활 훈련이 가능한 장소와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주치의, 재활치료사, 간호스텝들과 의논하여 퇴원 날짜를 확정할까 한다.
・특이사항 : 손과 발을 제외한 우측 팔다리 심부(深部)에 근육통 같은 저림이 있어 11월 14일 NTT 관동병원에서 MRI 촬영. 결과는 새로운 경색이 생긴 것은 없어 우측 팔다리 저림은 뇌와 관계없는 것으로 판단됨. MRI 결과로만 보면 전두엽 우측에 손상이 있기 때문에 얼굴 안면의 우측, 좌측 팔다리에 마비가 나타나야 한다고 함.
지금의 최대 훈련과제는 복부, 고관절 등의 체간근육을 단련하여 몸의 밸런스를 강화하는 것, 손발의 감각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다.
식사, 재활 훈련 후 쉬는 시간에 78m인 병원 복도를 걷는다. 휠체어에서 보행기로, 이제는 노르딕 스틱으로 걷는다. 지난주에도 하루 평균 5천9백 보(약 60바퀴씩)를 걸었다.
인터넷에서 무료로 공개하고 있는 지슈토레 훈련 사이트도 찾았다. 재활치료사들께 혼자서 훈련하는 방법을 배우고는 있지만 사이트도 많이 참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