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안천인 Apr 28. 2020

일본 가이세키요리, 이타야

福井 会席料理 いたや

우리나라나 중국 음식과 달리 일본의 단품 요리는 양이 너무 적어서 왜 그런지 늘 궁금해하곤 한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연회용 코스요리인 가이세키 요리(会席料理) 때문이 아닐까? 요리가 나오는 순서가 미리 순서가 정해져 있고, 앞의 음식을 먹어야 다음 요리가 나온다. 예쁘게 조금씩 나오지만, 다 먹으면 결코 적은 양은 아니다. 어제는 처음으로 후쿠이시(福井市)에 출장을 다녀오면서, 오랜만에 가이세키 요리와 맛난 일본술에 흠뻑 취했다.

후쿠이는 호쿠리쿠 지방(北陸地方)으로 접근성 좋지 않다
후쿠이는 오사카의 동북쪽이고, 가나자와(金沢)의 서남쪽인 동해 연안의 다소 외진 항구 도시다. 일본은 北海道(홋카이도) 지역, 東北(도후쿠), 関東(간토), 中部(추부), 関西(간사이), 四国(시코쿠), 近畿(긴키), 沖縄(오키나와) 지역 등으로 구분하는데, 후쿠이는 중부지역의 호쿠리쿠(北陸) 지방에 속한다. 다소 애매한 위치에 있다 보니 동경에서 가는 방법도 비행기, 신칸센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모두 시간이 4~5시간 정도 걸린다. 비행기로 가면 시간이 절약될 것 같지만, 공항에서 거래선이 있는 후쿠이 공단까지는 대중교통이 없어 80km 정도를 택시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숙소는 아와라 온천(蘆原温泉)의 온천호텔
동경에서 신칸센으로 가는 방법도 두 가지다. 나고야(名古屋)를 지나는 오사카행 도까이도 신깐센(東海道新幹線)을 타거나, 가나자와(金沢)를 경유하는 호꾸리꾸신깐센(北陸新幹線)으로 가야 한다. 시간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동경에서는 약 4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비슷하다. 특히, 후쿠이는 일본술의 산지로도 유명하며, 온천도 많다. 밤늦게까지 거래선 분들과 식사와 술을 마시고,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서다 보니 제대로 온천을 즐기지도 못했지만, 天仁도 노천탕이 딸려 있는 아와라 온천(芦原温泉)의 호텔에 묵으면서 온천 기분은 냈다.

후쿠이의 일본요리 전문점 이타야(いたや)
후쿠이는 비교적 시골의 바닷가다 보니 옛 정서도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그래서 거래선 대표께서 처음 방문하는 天仁네를 지역의 정통 가이세키 요릿집 이타야(いたや)로 안내하신 모양이다. 이타야는 정통 일본요리 전문점으로 겨울에는 이 지방의 특산물인 게요리가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고풍스러운 실내 장식으로 조용한 분위기가 압도하는 곳인데, 신선하여 더 맛난 해산물과 함께 아주 즐거운 만찬이었다. 특히, 이 지방의 술[地酒, 지자케]이 압권이었다. 부드러운 맛, 강한 맛 등 종류를 바꿔가며, 권하시기에 흠뻑 취했다. 그날 마셨던 본(梵), 하나가키(花垣), 하코가쿠센(白岳仙) 등의 일본술은 참 맛 난 술이었다. 술이란 안주와 맞아야 하고, 누구와 함께 마시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 天仁의 지론인데, 역시 생선회와 일본요리에는 일본술, 오사케가 잘 맞는다.

가이세키(会席) 요리
가이세키 요리는 에도시대(江戸時代, 1603~1867)에 만담 같은 하이카이(俳諧), 렌카(連歌)를 연기하는 연회장인 ‘가이세키(会席)’에서 제공되던 요리를 일컫던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가이세키 요리는 일본 식사의 기본적 식단인 이치쥬산사이(一汁三菜, 국과 3찬(회, 구이, 조림))를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오토오시(お通し, 기본 요리에 앞서 나오는 간단한 안주), 튀김, 찜, 무침, 스노모노(酢の物, 식초로 양념한 요리)등의 슈코우(酒肴, 술안주) 등이 나오고, 마무리로 밥, 국, 쯔케모노(漬物), 디저트로 과일, 아이스크림 등이 나온다.

(가이세끼 요리의 나오는 순서와 의미)

1. 사키즈케(先付), 젠사이(前菜)
식전에 식욕을 돋우기 위한 요리로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이쁘게 멋을 내며 보통 3가지에서 5가지 요리가 나온다. 매실주 같은 가벼운 술과 함께 먹는다. 츠키다시(つき出し), 오토오시(お通し)라고도 한다.

2. 완모노(椀物) : 맑은 장국인 스이모노(吸物) 등 생선회를 먹기 전 속을 데우고 입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나오는 요리.

3. 무코우즈케(向付)
본격적인 요리의 시작으로 생선회가 스노모노(酢の物, 식초로 양념한 요리)와 함께 나온다. 흰 살 생선을 먼저 먹고 붉은 살 생선을 나중에 먹는다. 오무코(お向こう)라고도 한다.

4. 구치도리/구치가와리(口取り/ 口代り)
산, 바다, 밭의 진미를 한 접시에 담아 제공하는 요리. 계절감을 나타낼 수 있도록 담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맛(단맛, 짠맛, 진한 맛, 신맛 등)이 나는 음식들을 조화롭게 이용해 변화를 준다.

5. 하치자카나(鉢肴)
주로 제철 생선을 구운 요리가 나온다. 지역에 따라 지역 특산요리가 나오기도 한다.

6. 니모노(煮物), 시이자카나(強肴)
채소와 육류로 조린 요리.

7. 차왕(茶碗)
담백하게 조리거나 쪄서 만든 요리.

8. 고돔(小丼)
히타시모노(浸し物, 푸른 잎채소를 데쳐 간장으로 무친 것), 스노모노(酢の物, 식초로 양념한 요리), 아에모노(和え物, 무침)를 각각 작은 그릇에 담아낸다.

9. 토메왕(止椀)
마지막 음식이라는 뜻의 식사. 밥, 쯔케모노, 된장국 등의 나온다.

10. 미즈카시(水菓子) : 식사를 마무리하는 디저트. 과자, 아이스크림, 푸딩, 과일 등



매거진의 이전글 사와, 츄하이, 그리고 하이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