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일본의 마스크 사정
형님께서 일본으로 마스크를 보냈다는 연락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살 수 있는 수량이 제한되어 있고, 최근 이태원 집단 감염으로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영국에 유학 중인 아이들에게 보내기도 부족할 터인데, 그 마음 씀씀이가 진심 고마울 따름이다. 미리 사 두었던 부직포 마스크 몇 통과 미국산 부직포 마스크를 수입하는 거래처에서 선물 받은 50매로 버티고 있었는데, 고기능 마스크라니 더 기대가 된다.
마스크에 거부감이 없는 일본인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일본 사람들은 마스크를 많이 써왔다. 반 정도의 일본인들이 꽃가루 알레르기(花粉症, 가훈쇼) 환자이기 때문이다. 그 주범은 일본 삼림의 약 70%에 심겨 있는 삼나무(杉, 스기)다. 나라 시대인 8세기부터 배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삼나무를 많이 심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봄만 되면 눈이 충혈되고, 재채기를 하는 등 고통을 겪는 이가 많고,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관서지방에서는 중국으로부터의 황사, PM 대책으로도 마스크를 많이 쓴다.
일본에서 KF94는 의료용이라는 인식
마스크의 품질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은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한국 정부가 공급을 관리하는 마스크가 고성능(KF94 등)이며, 조기 종식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코로나 긴급사태 선언에도 불구하고 부직포나 거즈 재질의 일회용 일반 마스크를 사용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매스컴을 통해 비말로 전파되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서는 일반 마스크라도 착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고성능 마스크 N95(*미국 노동안전연구소 NIOSH 인증, 염화나트륨(NaCl) 포집 효율 85% 이상)는 의료용으로 인식되고 있고, 쉽게 구할 수도 없다.
코로나로 6배나 뛴 마스크 가격
코로나 사태로 마스크 값이 약 6배나 올랐다. 수요가 급증했는데도 불구하고, 먼저 사태를 겪은 중국산 공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대기업 샤프전자가 급거 마스크를 생산 설비를 도입 시장에 참여했다.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50매 들이 부직포 마스크 3만 통을 3,278엔(한화 약 3만 8천 원)에 추첨 판매했다. 한 장당 소비자 가격 10엔(한화 약 115원)이던 부직포 마스크를 여섯 배나 높은 가격에 판매했는데도 수십만 명이 참여했고, 이번 주에 3차 추첨이 진행된다고 한다. 가전제품 전문회사인 샤프전자 사내에서도 ‘마스크가 창사 이래 최고의 히트상품’이라는 웃지 못할 농담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로 바뀐 생활 트렌드
코로나로 주변이 많이 바뀌었고, 바뀔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니 집에서 쿠키를 만드는 엄마들의 수요가 늘어나 마트에는 밀가루 재고가 없다.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낫또(청국장)도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 질 좋은 와규(和牛)를 파는 야끼니꾸 재료점은 40분간 줄을 서야 고기를 살 수 있다. 아직 식당들이 문을 열지 않아 외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체온계, 방호복뿐만 아니라 10여 년 전에 일본으로 수출했던 가정용 무연그릴도 다시 공급해 달라는 요청도 들어온다. 이번에 코로나가 잡히더라도 가을에 다시 재발하여 최소 3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은데 코로나가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길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 트렌드도 많이 바꿔 놓았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해외유입을 원천 차단한다는 미즈기와(水際)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4월 2일부터 한국, 중국 등 일부 국가 체류자의 중장기 비자를 무효화했다. 일본인과 그 배우자, 영주권자를 제외하고는 출국하면 중장기 비자를 가지고 있더라도 재입국할 수 없는 것이다. 출장 갈 일이 있어 법무국에 확인해 보니 언제 풀릴지 아직 아무런 지침이 없다고 한다. 무역을 하는 이가 국내외 출장을 가지 못하니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안타깝다. 한국 출장 때 간간히 공수해오던 전통 고추장도 바닥을 보여, 주말에는 신주쿠(新宿)의 한국 식품점에라도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