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동산 가격 등락의 주요인은 금융시장
달러당 235엔이었던 엔화 환율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1년 새 120엔대로 떨어졌다. 수출주도형 경제구조의 일본은 엔고 불황에 빠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하여 일본 정부는 5%였던 기준금리를 1987년까지 점차적으로 2.5%까지 낮추었다. 그러자 낮은 금리를 이용한 부동산 투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투자자는 개인보다는 법인 중심이었는데, 미주를 중심으로 하는 부동산 투자기관들도 일본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주요 거래 대상은 수익부동산보다는 전매 목적의 빌딩용지, 개발용지였다. 개인들은 땅값이 싼 대도시 외곽지역에 건설된 뉴타운에서 마이홈의 꿈을 실현하게 되었다.
1986년 일본의 부동산 평균 가격은 50년 전보다 1만 3천 배나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도매물가 상승률이 600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600배였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상승률이었다. 그래서 부동산은 소유하고 있으면 가격이 오른다는 '부동산 신화'가 생겨났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1990년 기준금리를 6%까지 다시 올리자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며 경제 전반의 버블이 깨졌다. 1990년대 초 연간 150만 호가 넘는 대대적인 공공주택 건설도 수급 불균형으로 이어져 부동산 가격 하락을 심화시켰다. 30년 장기 변동금리로 주택을 구매한 개인들은 반값이 된 집값에 망연자실, 자살하는 사람까지 생겼다. 부동산 버블은 금융완화 정책에 의해 생겨 났다가 금융긴축정책으로 붕괴되었다.
버블이 깨지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자 1990년대 후반부터 외국 자본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불량채권이 대량 발생하여 은행들도 대출을 줄였을 뿐만 아니라 대출했던 자금까지 회수하면서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결국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불량채권 문제는 서서히 해결되었다. 이에 따라 저가의 부동산에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에 많은 자금이 몰리며 2001년에는 부동산 펀드 비즈니스가 법제화되기도 했다. 기업들의 경영상태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기업의 신용보다는 부동산을 신용으로 하는 부동산 담보대출(nonrecourse loan)도 늘어났다. 이 시기에 미국에서는 IT 버블이 깨지면서 금융완화 정책을 펴게 되는데, 이에 따라 많은 자금이 전 세계 부동산 펀드로 몰리게 되었다. 정부는 계속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은행들은 불량채권 문제를 해결해 갔다. 2005년 3월에는 불량채권율을 3%까지 줄이며 은행들은 체력을 보강하게 되었다.
일본 내 부동산 가격이 계속 하락하자 기업들은 본업에 충실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보유한 부동산을 헐값에 매각하게 된다. 그러자,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이 땅들을 구매하여 아파트를 짓게 되었다. 결국, 글로벌 부동산 펀드와 저금리의 일본 내 자금이 부동산에 몰리면서 일본은 또 한 번 부동산 버블을 맞게 되었다. 투자자들은 1990년대 버블을 경험하면서 투자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했기 때문에 이 시기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버블이 아니라고 오판을 하게 된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리먼 금융 사태가 일어나서 또다시 위기를 맞게 되었다. 치밀하게 조사하고, 계산했다던 사전 원가계산서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기지는 못했다.
2012년 12월 2차 아베 내각은 아베노믹스라고 하는 전혀 다른 차원의 금융완화 정책을 들고 발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2014년 4월 소비세 인상과 더불어 기대했던 인플레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며 저조한 상태였다. 정부가 양적완화로 많은 자금을 투여했지만 기업들은 이익금으로 대출을 우선적으로 변제해야 하는 상황이라 이 혜택을 보지 못했다. 시중에 풀린 자금이 기업의 설비투자에 사용되지 않고 부동산과 주식 등 금융경제로 몰리면서 실물경제와는 다르게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기 시작했다. 반면, 아시아 주요국들은 급격한 성장세로 경기가 활황이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제국의 부유층은 자국의 경기 호황과 일본의 양적완화에 의한 엔저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값이 싸진 일본의 부동산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긴자(銀座), 오모테산도(表参道) 등 도쿄 시내의 고가 주택은 더욱 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현재 긴자의 땅값은 1980년대 버블기의 수준까지 오른 상태이다.
일본의 부동산 개발업자, 펀드들은 두 번에 걸친 버블 붕괴를 경험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자세로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2016년 마이너스 금리정책으로 대변되는 초저금리 시대가 열리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엔저 영향으로 글로벌 펀드 자금까지 늘어나면서 호텔 등 상업지 개발도 증가했다. 기업, 기관 투자자가 아닌 개인 샐러리맨 부동산 투자자가 등장한 것도 이 시기의 특징 중 하나이다. 그러나, 전문지식이 없는 개인 투자자가 너무 공격적인 투자를 하다 보니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엔저에 금융완화뿐만 아니라 도쿄올림픽 개최 결정도 개발의 계기가 되어 부동산 가격은 상승을 부추겼다. 전문가들조차도 "언젠가 조정시기가 오겠지만, 그것이 언제 일지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할 정도로 부동산 시장의 호황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2020년에 들어서면서 전대미문의 코로나 19 사태가 발생하며 향후 부동산 시장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코로나 사태는 버블 붕괴나 리먼사태 같은 금융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급격한 부동한 시장의 붕괴는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의 부동산 버블과 붕괴는 금융시장에 기인하였음을 알 수 있다. 금융정책, 금융시장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내린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실물경제가 매우 악화되어 있고, 미중 패권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대두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금융정책이 계속되면서 코로나가 종식되었을 경우 인플레도 예측할 수 있는 만큼 변수가 많은 것도 향후 시장 예측을 어렵게 만든다. 향후 일본의 부동산 시황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상존하지만 1990년대와 같은 급격한 붕괴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 이유는 첫째, 금융정책 면에서 미국 양적완화에 따른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전망이고, 초저금리를 주창하는 일본은행 구로다(黒田) 총재의 임기인 2023년까지는 저금리 정책이 변경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일본 부동산 시장의 강한 펀더멘털이다. 일본 국내 자금뿐만 아니라 글로벌 부동산 펀드가 도쿄에만 193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고, 아시아의 부유층들이 도쿄, 오사카(大阪)의 주택, 오피스에 많은 자본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의 부동산 가격은 세계 주요 도시 대비 아직도 낮은 수준이다.
백신 접종 일정이 구체화되면서 실물 경제가 좋아지면 경기는 폭발적으로 좋아질 가능성도 있고, 부동산 가격도 상승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포스트 코로나의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화도 함께 주시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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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주로 장기 금리, 주가 등의 '경제적 요인', '국제 정세', '국내 이벤트' 등 3가지로 본다.
2. 향후 일본의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주요 요인은 초저금리에 의한 부동산 구매의욕 상승, 코로나 19의 영향에 의한 경기 저조의 장기화, 저출산 고령화(少子高齢化)에 의한 인구 감소, 도쿄올림픽 연기에 따른 영향, 2022년 생산녹지 기간 만료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 등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