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제4차 한류 붐, 강하고 오래 갈듯
3일 동안 '이태원 클라쓰' 16회분을 몰아 봤다. 자가격리가 없었다면 감히 맛볼 수 없을 기회였다. 드라마 몰아 보기는 ‘겨울연가(일본명, 冬のソナタ)’ 이후 처음이다. 당시 겨울연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비즈니스 미팅에서도 자주 화제로 등장해, 드라마의 내용을 알지 못하면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지금 일본의 한류 인기는 2004년 TV 드라마 ‘겨울연가’, ‘대장금’, 2019년 BTS, TWICE를 이후 ‘4차 한류 붐’으로 불린다. 이태원 클라쓰는 '사랑의 불시착'과 함께 2020년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류 드라마 중의 하나였다.
스마트폰의 보급에 따라 OTT 서비스가 정착되면서 일부 사이트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전체 콘텐츠의 반 이상을 점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치맥, 김치, 인스턴트 라면 등의 한류 먹거리까지 덩덜아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로 한국 여행이 어려운 일본인들이 도쿄 코리아타운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신오쿠보(新大久保) 코리아 타운에는 평일은 물론, 주말이면 20대 초반의 일본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한류, 한국 드라마는 다시 화젯거리가 되었다. 프로야구 본 경기를 보지 못하더라도 하이라이트는 봐 두어야 하는 것처럼 TV 드라마를 몰아서 볼 필요가 생긴 것이다.
콘텐츠 제작진께는 실례일지 모르겠으나, 오래전 한국 TV들은 일본의 콘텐츠를 벤치마킹하면서 성숙해 온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에 출장을 와서 TV를 보다 보면 일본에서 봤던 내용과 아이디어를 그대로 내보내는 프로그램이 종종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랬던 것이 2000년대 이후에는 그 사정이 반전되었다. 한국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일본에 비해 그 스케일, 그레이드가 다르다. 이제 일본에서는 한국의 TV 드라마뿐만 아니라 버라이어티쇼까지 거의 모든 콘텐츠를 OTT를 통해 모두 볼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이렇게까지 일본 사람들이 한류 드라마, 콘텐츠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뭐니 뭐니 해도 일본의 TV 드라마, 콘텐츠가 재미가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일본의 지상파 TV, BS 위성방송 등의 드라마 소재, 콘텐츠는 한국에 비해 매우 한정적으로 보인다. 아직도 요미우리 TV 등 지상파 5개 사가 모두 한국의 80년대 수사반장 같은 추리극을 매주 경쟁적으로 내보내고 있으니 시청자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다. 둘째, 한국의 두터운 배우층이 아닌가 한다. 한국에서는 제2의 욘사마, 지우히메가 속속 탄생한다. 이태원 클라쓰의 출연진만 보더라도, 주연 박서준은 차지하고라도 김다미, 권나라 씨 등의 신인 배우 등장과 탄탄한 연기는 일본인들에게 혼을 쏙 뺀다. 그 신선한 충격으로 열광한다. 일본에서도 신인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변화를 싫어하는 일본인들은 방송인들도 늘 '그 얼굴이 그 얼굴'을 고집한다.
한국의 드라마, 콘텐츠의 의상, 메이커업 또한 밝고, 화려해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일본 도심의 건물, 의류, 자동차의 색상은 주로 화이트, 베이지, 그레이칼라 등으로 차분하고, 파스텔톤의 칼라가 주류를 이룬다. 나쁘게 표현하면 우중충하고, 불투명하고, 축 처지는 색상들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색상은 색동저고리 마냥 밝고, 화려하고, 선명하다. 또, 이태원 클라쓰의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매우 개성이 있고, 독특한 것이 재미를 더해 주는 것 같다. 환경, 젠더, 인종 등의 면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가 뭉쳐 스토리를 탄탄하게 하고, 강한 팀워크를 만들어 낸다. 특히, 비즈니스 상 ’ 거절’의 표시도 ‘검토해 보겠다’는 식으로 불확실하게 표현하는 문화 속에서 자란 일본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흥미로운 캐릭터 일 것이다. BTS, CRUSH도 참여했다고 하는 OST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의 하나로 보인다.
만화, 애니메이션의 종주국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일본에서 한국의 웹툰까지 새로운 장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해외여행은 빨라야 2년 후에나 정상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코로나로 재택이 늘어나면서 OTT 산업의 발전도 앞당겨지고 있다. 일본에서, 제4차 한류 붐은 더 확대되고, 길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