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안천인 Mar 19. 2021

선진국 대한민국에 2% 부족한 것들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교통문화 정책, 도로 공간설계를

일 년 만에 다녀온 내 고향 부산, 서울은 여전히 역동적이었다. 음식이 맛나고, 인정이 많다. 디자인 예쁜 옷도 많고, 봄 꽃들이 아름다운 곳이다. 늘 그리워하던 얼굴들도 만났고, 생미역, 봄 도다리 세꼬시, 제철 꼬막, 부산 어묵, 동래 산성막걸리 등 좋아하는 음식도 원 없이 먹었다. 코로나 여파인지 생기는 조금 적어 보이지만, 신선한 해산물과 채소가 가득 쌓인 수영 팔도시장에도 여전히 인정이 넘쳐흘러 사람 사는 곳임이 느껴진다. 코로나로 한국을 여행하지 못하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도쿄 신오쿠보(新大久保)의 코리아타운에 라도 찾는 것이 이해가 된다. 일본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단연, 다양한 종류의 맛난 한국 음식들이다. 그리고, 값싸면서도 뛰어난 디자인의 의류, 수준 높은 K POP, 드라마 등의 한류 콘텐츠다. 그래서, 일본의 젊은이들은 위안부, 징용공 문제 등 많은 정치 현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4차 한류 붐을 만들어내고 있다.

오랜만의 귀국이라 그런지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것들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들은 대부분 보행자의 안전은 무시한 채 너무 바삐 달린다. 운전자는 무엇보다도 보행자의 안전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 선진국일수록 언제나 자동차보다 보행자가 우선이다. 설사, 보행자가 법규를 위반하더라도 보행자의 안전을 먼저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교통 방법에 관한 교칙(交通の方法に関する教則)’으로 안전을 먼저 가르친다. 교칙 1조에 ‘자동차는 도로를 주행할 때 정해진 교통규칙을 지키는 것은 물론, 보행자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여야 하며, 이는 운전자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도 운전면허 시험을 볼 때 운전의 기술, 법규를 확인하기 전에 보행자, 다른 차량에 대한 배려, 안전부터 먼저 가르치고, 또 반복해서 교육해야 한다.

보도(歩道)가 평탄하지 않아 넘어질 위험이 있고, 지저분해 보인다. 보도블록이 깨지거나, 내려앉아 울퉁불퉁 높낮이가 다른 곳이 많다. 보행 공간의 설계 미비와 날림 공사가 문제점으로 생각된다. 도쿄의 경우, 휠체어로 시내를 이동하거나, 지하철을 타더라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도로에 계단이 있는 곳이라면 휠체어도 다닐 수 있도록 반드시 경사로가 만들어져 있다. 전철, 지하철 플랫폼까지는 엘리베이터로 갈 수 있다. 열차를 탈 때도 직원들이 플랫폼과 차량을 연결해 주는 패널[渡板, 와타리 이타]을 설치해 주기 때문에 휠체어로 지하철을 타도 불편함이 없다. 도로는 설계할 때부터 교통 약자를 먼저 배려해야 한다. 관급공사를 수주한 시공사도 공사를 대충 하지 않아야 하고, 지자체에서도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다.

아파트 단지와 달리 개인주택, 빌라 앞 등 마을의 쓰레기 버리는 곳이 깨끗하지 않다. 봉지가 찢어져 담긴 쓰레기가 흩어져 바람에 이리저리 뒹군다. 일본에는 쓰레기 배출장에 네트가 설치되어 있다. 쓰레기 봉지가 터져 내용물이 흩날리는 경우가 없으니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쓰레기 봉지를 덮어두는 네트를 ‘방조(防鳥) 네트’라고 부르는데 본래 까마귀, 들고양이들이 쓰레기 봉지를 뜯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방자치 단체에 신청하면 설치 비용을 지원해 준다.

이면도로에 주차된 차량이 많다 보니 통행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지저분해 보인다. 거주자 우선주차 제도를 시행한다고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모양이다. 일본에서는 660CC 이상의 자가용 자동차는 미리 주차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아예 구입, 등록할 수도 없다. 그러니 주택가, 이면도로에 불법주차를 할 이유가 없어 거리가 깨끗하다. 일본의 대도시의 경우, 어느 직장에서도 직원들의 무료 주차를 인정해 주는 곳은 없다. 자동차로 거래처를 방문하더라도 주차는 방문자의 몫이다. 도쿄 시내의 대부분의 가정에서 자동차는 보유하고 있지만, 자동차는 출퇴근용이 아니라 가정용, 주말 레저용으로 인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