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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Jun 08. 2021

이중국적자 사소의 US 여자오픈 우승

일본 국적을 취득케 하려는 일본의 야망

어제 끝난 LPGA US 여자오픈에서 일본계 필리핀 국적의 사소 유카(笹生優花) 선수가 우승, 상금 백만 달러와 함께 5 시드를 확보했다. 사소가 작년부터 JLPGA 참가하고 있어 그녀의 뛰어난 기량을 알고 이기에 너무나 기쁜 일이다. 사실 사소는 월클이라 일본보다는 넓은 LPGA 무대에서 활약하기를 기대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도 빨리, 그것도 박인비 선수의 최연소 우승과 타이기록으로 LPGA 최고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것이다.


그런데, 사소의 우승 후 일본인들의 반응이 어떨지 내심 궁금했다. 사소는 일본과 필리핀의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고, 이번 대회에도 필리핀 국적으로 참가했기 때문이다. 사소는 일본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필리핀에서 태어나 4살 때 일본으로 왔다가 골프 훈련을 위해 다시 필리핀으로 건너갔다. 고등학교 때 다시 일본으로 스카우트 되어 와, 2019년 11월 일본 프로 테스트에 합격했고, 작년부터 JLPGA 토너먼트에 참가하여 벌써 2승을 거두었다. 그런데, 2018년 아시아대회에서는 필리핀 대표로 출전해 개인·단체 2관왕을 차지했고, LPGA 토너먼트에도 필리핀 국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우승 직후 핸드폰으로 '사소, 일본인 최초로 US 여자 OPEN 우승'이라는 속보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필리핀 국적으로 대회에 참가했는데, 일본인 최초라고? 이런 제목을 뽑았으면 어땠을까? 자랑스런 일본의 딸 사소, 필리핀 국적으로 US 여자오픈 제패’.


그런데, 가토 가츠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까지 사소 일본인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어제 정례 기자회견에서 "매우 기쁘다. 끈기 있는 경기로 훌륭한 역전 우승을 했다"라고 칭찬했다. 그는 사소가 대회 사상 최연소 타이기록으로 우승한 것을 거론하며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을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도쿄 주식시장 1부에 상장된 골프 정보 사이트 운영 기업 '골프다이제스트 온라인'의 주가가 한 때 전날 종가보다 10% 이상 오르기도 했다. 일본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이해는 된다. 지금까지 해외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일본의 여자 골프 선수는 1977년 US 여자 프로 선수권의 히구치 히사코(樋口久子) 선수와 2019년 브리티시 여자오픈 선수권의 시부노 히나코(渋野日向子) 선수 단 두 명이 전부다. 사소가 이번 대회에 필리핀 국적으로 참가했지만, 열등심 가득한 일본인들은 아버지가 일본인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사소를 해외 메이저 대회의 세 번째 일본인 우승자로 확정 지었다.


거의 대부분의 일본 언론들이 "일본인 최초로 US 여자오픈 우승"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나, 아사히신문은 일본인이라는 표현 대신 ‘일본세(勢)’라고 적었고,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経済新聞)은 '강한 아시아 증명, 필리핀이 키운 아소'라고 조금 다른 제목을 뽑았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최근 10년간 한국 선수의 우승 6회를 포함하여 아시아계가 8번 우승하는 등 아시아의 우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한다. 특히, 일본에서 활약 중인 신지애를 비롯해 박세리, 박인비로 이어지는 골프 강국 한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기사는 미야자또 아이(宮里藍)의 세계 랭킹 1위를 보고 자란 황금세대(1998년생), 밀레니엄 세대(2000년생), 신세기 세대(2001년생) 일본 선수들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이중국적을 가진 사람이 22세까지 어느 한쪽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정하고 있다. 교도통신 등 일본의 언론들은 사소가 도쿄올림픽에서는 필리핀 선수로 출전하지만, 장래에는 일본 국적을 선택할 것을 예상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문득 일제 강점기 때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을 제패했던 손기정 선수의 월계관 모습이 오버랩된다. 자국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부끄러움도 양심도 버리는 일본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프로골프계의 환경, 스폰서의 규모 등을 생각하면 2년 뒤 사소가 일본 국적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소는 타이의 패티 타와타나킷, 재미동포 노예림, 김아림 등과 함께 앞으로 세계 골프계를 이끌어갈 유망주다. 사소가 일본의 과한 욕심이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현명한 선택으로 자신의 뛰어난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일본 경제신문은 ‘사소 US 여자오픈 우승, 강한 아시아를 증명’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아사히신문은 사소를 일본인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일본세(勢)’라고 적고, 필리핀 국기 앞에서 우승컵을 치켜든 사진을 게재했다.
도쿄올림픽 일본 대표팀 코치 핫토리 미치코(服部道子)는 사소의 우승에 대해 “(일본인 사소가) 메이저의 벽을 허물었다”라고 평가했다.
올해 JLPGA에서는 99년생 이나미 모네(稲見萌寧) 4승, 98년생인 고이와이 사쿠라(小祝さくら)2승, 2000년생 후루에 아야카(古江彩佳) 등 젊은 새대가 맹활약 중이다


LPGA 홈페이지. 국적이 필리핀으로 나와 있다.  아직 LPGA 정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대회 성적 우수자로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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