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조짐을 읽고 바로 대응할 수 있는 마케팅이 필요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변화가 일반화되었다. 코로나는 일 년 만에 뉴 노멀(새로운 표준)을 만들어냈다. 전례 없이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 이러한 불확실한 환경이 마케팅 이론도 바꾸려 하고있다.
"우리는 미래에 대해 두 가지밖에 모른다. 하나는 미래는 알 수 없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미래는 오늘 존재하는 것과도, 오늘 예측하는 것과도 다르다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의 말씀이다. 최근 열린 웨비나에서 해운업계가 글로벌 물류대란을 겪고 있는 원인에 대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전대미문의 사태였다"라고 말한다. 수급 밸런스를 중시하는 해운업계의 해명 치고는 너무 궁색하다. “변화는 항상 일어나고 있다”는 드러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많은 비즈니스맨들은 과거의 연장에 미래가 있다는 단순한 발상으로 시장을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미래는 지금 만드는 것
"오늘의 나는 전생에 내가 뿌린 업의 결과요, 지금 내가 짓는 복이 내생을 결정한다." 법정(法頂) 스님께서 오랜 전에 알려 주셨던 것이다. 이 말씀을 감히 경영학에 접목하면 드러커도 생각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미래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내일 무엇을 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을 만들기 위해 오늘 무엇을 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오늘의 행동이 내일을 만든다. 즉, 미래는 지금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경영, 품질관리 등 업무 전반에서 'PDCA 사이클'을 활용해 왔다. 계획을 세우고(Plan), 행동하고(Do), 평가하고(Check), 개선한다(Act)는 일련의 업무 사이클이다. 이는 미국의 통계학자 데밍(W.Edwards Deming)이 체계화시킨 이론이다. 시행착오를 통한 업무 개선 과정에 과학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ISO 9000 인증 절차에도 적용되는 등 업무 활용도가 매우 높았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은 과거의 경험, 데이터에만 치중하는 PDCA 사이클만으로는 경영관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과거의 데이터, 실적을 기준으로 신년도 사업계획, 중장기 경영계획을 수립한다. 그러나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 과거의 데이터를 얼마나 그 근거로 활용할 수 있을까. 올바른 계획을 세웠다고 하더라도 실행(Do) 단계에서 이미 환경이 변화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환경이 바뀐 이상 제대로 평가(Check)를 하더라도 계획에서 벗어난 결과가 나올 가능성 또한 높다. 그러니 당연히 올바른 개선(Acion) 책도 나올 수가 없다. 이제, 중요한 것은 계획에서 벗어난 변화를 빠르고 정확히 읽어내는 것이 되었다.
히타치 제작소 펠로우인 야노 카즈오(矢野和男)는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서는 영업 활동의 방법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PDCA 사이클로 ‘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생각으로 행동을 결정해 왔다. 그러나, 미래는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사고, 관리의 방법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해결 방안으로 PPP 사이클을 주창한다.
Predict(예측)→ Perceive(지각)→ Prioritize(우선화)
PPP 사이클이란 Predict(예측), Perceive(지각), Prioritize(우선화)를 말한다. 먼저, 과거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과거의 연장선에서 볼 때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한다. 그리고, 과거의 연장과 현실의 괴리(=조짐)를 특정한다. 이상한 조짐이 보인다면 그 대상(상품, 고객 등)에 대해 우선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PPP 사이클이다.
PDCA 사이클과 PPP 사이클의 큰 차이점은 PDCA 사이클이 계획대로 행동을 추진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데 비해 PPP 사이클은 변화를 읽고 데이터에 근거해 합리적으로 행동을 바꾸자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정적인 부분에서는 PDCA가 좋은 관리방법 이겠지만,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영업활동, 동적인 영역에서는 PPP 사이클이 매우 유효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