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읽기, 존경어, 일본어식 표현 등 외국인이 배우기 쉽지 않은 일본어
일본어는 우리말과 많이 닮았다. 어순이 같고, 같은 의미의 한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영어나 다른 언어에 비해 한국 사람들에게는 배우기 쉬운 언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일본어는 일본인에게 조차 쉽지 않은 어려운 언어인 것 같다. 교과서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일본어 특유의 언어 습관, 문법적 요소들도 많기 때문이다.
개인에 따라 읽는 방법이 다른 한자 이름
지금 일본의 수상의 이름은 스가 요시히데 (菅義偉) 씨다. 그런데, 지난 2010년 94대 수상을 지낸 간 나오토 (菅直人) 씨의 성도 스가 수상과 같은 한자 관(菅)을 사용하는데, 그의 이름은 ‘간’이라 읽는다. 94대 수상의 이름은 음독을 했고, 지금의 수상은 훈독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가 수상 취임 후 재무대신인 아소(麻生太郎)씨도 TV 인터뷰에서 간 수상이라 이름을 잘못 부르는 실수를 했다. 특히 사람의 이름은 한자와 읽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 서류의 이름 적는 란에는 한자 이름 위에 읽는 방법인 후리가나(ふりがな)를 적도록 되어있다. 같은 한자리도 개인에 따라 읽는 방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육용 한자에 해당하는 일본어 상용한자는 2,136자인데, 4,388가지 음훈(2,352음, 2,036훈)으로 읽는다. 일본어 한자 읽기, 일본인들에게도 쉽지 않다.
총 발음 102개뿐이라 외래어 표기 어려워
일본어 가나(仮名)는 한 음절을 한 글자로 나타내는 음절 문자(音節文字)다. 모음 5개, 자음 13개 등 총 46자로 이루어져 총 102가지의 매우 한정적인 음 밖에 낼 수가 없다. 닿소리, 홀소리를 조합하여 수많은 음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한글에 비해 그 수가 매우 적다. 그래서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일본인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영어를 일부러 가나식으로 발음하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면 맥도널드를 마쿠도나루도(マクドナルド)로 발음해야 알아듣는 식이다. 일본어는 가나의 수가 적어 비교적 쉽게 배울 수가 있기에 문맹률이 낮고, IT 기계화 작업은 쉬운 장점은 있으나, 말의 음절이 길어지고, 글로벌 언어를 발음에 가깝게 적을 수 없는 단점이 있어 보인다.
다양한 존댓말(敬語, honorifics)
일본어 존댓말은 주체(글 쓰는 사람, 말하는 사람 등)와 그 상대(읽는 사람, 듣는 사람)나 사회적 관계(위치, 권력의 대소)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다. 존댓말에는 상대방을 높이는 말인 존경어(尊敬語), 주체를 낮추는 겸손한 말인 겸양어(謙讓語)와 일상생활에서 상대를 불문하고 정중하고, 공손하게 사용하는 정녕어(丁寧語)가 있다. '천황께서 ~'라고 할 경우, '天皇が~'라고 하지 않고, '天皇陛下におかせられては~' 등으로 어렵게 표현한다. 일본인들이 배우도록 출간된 존댓말에 관한 책도 수없이 많다. 그러니, please sir/madam 등으로 존대하던 영어권 사람들에겐 더 어렵게 느껴진다.
이치, 니, 산? 히토츠, 후타츠, 밋츠?
옛날 일본에 히토츠(一つ), 후타츠(二つ), 밋츠(三つ)라고 수를 세는 방법[和語]이 있었다. 그랬던 것이 중국과 교역을 시작하면서 이치(1), 니(2), 산(3)이라고 수를 세는 방법「漢語」이 생겼다. 그래서 뒤에 따라오는 수사(數詞)에 따라 수를 세는 방법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방 두 개는 와고(和語)로 후타 헤야(二部屋)라고 읽고, 일박은 잇바쿠(一泊), 한 대는 이치다이(一台)라고 한어(漢語)로 읽는다. 앞에 오는 숫자에 따라 P, H, B 등으로 발음이 달라지는 것들도 많다. 동물 등을 셀 때는 잇 피키, 니히키, 산비키로 달라진다. 맥주의 경우도 잇파이, 니하이, 산바이, 골프채도 잇폰, 니혼, 산본 등으로 발음이 달라진다. 불규칙적으로 보이지만, 일본어의 숫자의 발음에는 1p, 2h, 3b, 4h, 5h, 6p, 7h, 8p, 9h, 10p 등으로 규칙이 있다.
주) 잇폰(一本), 잇피키(一匹), 밋츠(三つ) 등은 된소리를 쓰지 않는다는 한글의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지만, 사실은 잇뽄, 잇삐끼, 밋쯔에 더 가깝게 발음한다.
수수(授受) 동사
주고받는 것을 표현하는 수수 동사도 상대에 따라 표현이 달라진다. '주다'의 경우, 윗사람에게 사용하는 差し上げる(드리다), 정중어 あげる(주다), 아랫사람, 또는 동물에게 사용하는 やる가 있다. '받다'의 경우 또한 존경어 くださる(주시다), 겸양어 いただく, 아랫사람에게 사용하는 もらう, くれる 등이 있어 실례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고양이에게 먹이를 줄 때는 야루(やる)를 쓰지만 윗사람, 상사에게 무엇을 드린다고 할 때는 사시아게루(差し上げる)라고 해야 한다.
의지 동사(타동사), 무의지 동사(자동사)
①木の葉が落ちている ②木の葉が落としてある 우리 말로는 ‘나뭇잎이 떨어져 있다.’로 두 문장이 같은 뜻이다. 그런데, 일본어 의미에는 큰 차이가 있다. ①의 ‘ている’는 ‘그냥 나뭇잎이 떨어져 있다.’는 뜻이지만, ②의 ‘てある’는 ‘(누가 떨어뜨려 놓아)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저녁에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도 있다. ‘夕食つくってあるし、ビールも冷やしてあるし、お風呂も沸かしてあるし’는 ‘(누군가가 고생하여 만들어 줘서) 저녁이 준비되어 있고, (냉장고에 넣어 주었기에) 시원한 맥주도 준비되었고, (누군가의 수고로) 데워진 목욕물이 준비되어 있다’는 뜻이다. ‘ビール が冷えている’라고 하면 누군가 차게 하지도 않았는데도 맥주가 그냥 차게 되었다는 뜻이 되어 버린다. 저녁에 집에 퇴근했을 때 식사 준비가 그냥 되어 있는 것처럼 ‘ている’라고 하면 집안의 평화가 깨진다.
습관적인 과거완료 표현
찾던 지갑을 발견했을 때 일본어로는 “あった(있었다)!”라고 한다. 이는 ‘있다’는 뜻인 ‘ある’의 과거형과 같은 모양이다. 카페에서 친구 3명이 만나기로 했는데 한 명이 10분이나 늦게 들어온다. 이때 우리말로는 “A군이 (드디어 저기) 온다”라는 진행형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일본말로는 ‘오다’ ‘来る’의 과거형과 같은 “来た(왔다)”라고 한다. 현대 일본어 문법 책에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지만, 이는 ‘과거완료’ 형이다. ‘찾던 지갑이 여기 있었구나', ‘기다리던 A군이 이제야 왔구나’와 같이 계속해오던 행동이 완료되었다는 의미다.
이러한 사례 이외에도 복합 동사, 조사의 활용법, 일본식 표현 방법, 비즈니스 일본어 등 외국인들이 일본어를 공부하기가 쉽지 않은 어려운 것들이 많다. 그러나 앞으로 VR 등 급격한 IT 발전이 글로벌화와 더불어 일본어 학습에도 많은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