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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Jul 04. 2021

프로골퍼의 마음가짐과 통역사의 역할

프로골퍼는 대회 스폰서에 감사하는 마을을 잊지 않아야

오늘 김성현 선수가 일본 프로골프 메이저대회인 제88회 일본 골프선수권대회에서 22살 9개월이라는 최연소 기록을 경신하며 극적으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TV를 보면서 마음 졸이며 응원했는데 너무 기쁜 일이다. 우승 상금 2천만 엔(약 2억 원)을 획득한 것도 크지만, 5년간 시드권을 확보한 것은 대단한 성과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왕래가 자유롭지 않아 우리 선수들의 성적이 좋지 않았고, 김 선수도 힘들었을 텐데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런데, 우승 직후 생방송 인터뷰를 보면서, 프로 선수가 대회 스폰서와 팬들에게 감의 마음을 잘 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통역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아래는 인터뷰의 요약이다. Q)=아나운서 질문, A)=김선수 답변, (통역)=김선수 답변에 대한 통역 내용.


Q) 축하한다. 한국 메이저 KPGA 선수권대회 우승 후, 일본선수권도 우승했는데 소감은?

A) 기쁘다. (한국의 스폰서인) 웹케시社 강 회장님(?)께 감사한다. (이후 열린 시상식의 인사 시간에는 메모를 보며, “대회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는 인사도 추가했다.)

(통역) 대회를 열어 주신 일본 프로골프협회, 스폰서께 먼저 감사드린다. 또, 궂은 날씨에도 갤러리 해 주신 팬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Q) 우승의 원동력은?

A)(일본 투어에 참가 중인) 한국인 선배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준 덕분이다.

(통역) 팬 여러분들의 성원과 골프계 선배님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


Q) 향후 일본에서의 계획은?

A) 이번 시합을 끝으로 한국에 귀국했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도전할 계획이다. 결과에 따라 계획이 달라질 수 있다.

(통역) 일단 귀국하고, 이미 계획되어 있던 미국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도전할 계획이 있다.


Q) 향후 일본에서의 어떤 활약을 하고 싶은가?  

A) 미국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

(통역)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Q) 마지막으로 소감 한마디?

A) 가족들에게 영광을 돌린다.

(통역) 대회 관계자와 팬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우승의 기쁨을 가족과 함께 하겠다.


방송 해설자들도 김 선수 실력을 극찬


김 선수의 답변이 뭔가 부족한 것 같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인터뷰를 보는 내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정치적으로 한일 관계가 미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방송 해설자들도 김 선수의 체격 조건, 드라이버 비거리 등의 장점을 얘기하면서 앞으로 가 더 기대된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아직 어린 선수이고, 큰 대회 역전 우승 직후라 경황이 없는지, 인터뷰의 답변이 너무 다듬어지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대부분의 프로 선수들은 형식적이더라도 팬들과 대회를 열어주고, 비용을 지원해 주는 스폰서에게 먼저 감사를 전한다. 한국의 스폰서와 일본 투어에 참가 중인 한국인 선배님들의 도움으로 일본 최고 역사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한다면, 일본 골프협회나, 스폰서, 팬들의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많은 비용을 들여 대회를 개회하는 이유는 기업의 광고 선전 목적이 가장 크다. 스폰서는 일반 대중이 잘 모르는 외국선수가 우승했을 때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 외국 선수의 우승이 그리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단지 말을 직역해서 옮긴다고
통역이 아니다.


그런데, 김선수의 이러한 실수를 커버하려고 노력하는 분이 통역사였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여자 통역사는 김 선수의 답변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협회나 대회 스폰서가 불편하지 않도록 적절히 의역과 첨삭을 했다. 늘 강조하지만, 단지 말을 알고, 직역해서 옮긴다고 통역이 되는 것이 아니다. 통역사는 화자가 두서없고, 틀린 말을 하더라도 의역, 첨언 등을 하며 화자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도록 정제되고 완성된 문장으로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어느 중소기업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비즈니스의 경험도 없고, 그 업무의 내용도 모르는 학생을 통역으로 고용했다가 상담에서 낭패를 봤다는 사례는 통역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프로 선수는 대회 스폰서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일본 남자 프로골프 투어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침체 원인 중의 하나는 스폰서들의 이탈로 시합 수가 줄어든 것이다. 스폰서의 이탈 원인은 프로암에 초청하는 폰서의 내빈을 프로선수들이 잘 배려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되었다. 프로암에 초청되는 내빈들은 스폰서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손님이다. 그래서, 스폰서는 프로선수들이 내빈들에 최대한의 성의를 보여주기를 주기를 바란다. 문제는 시합에 출전하는 프로 선수들이 프로암 대회에 초청된 내빈들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연습에 몰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스폰서들이 투어 개최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스폰서가 없다면 시합이 열리지 않고, 선수들의 출전 기회도 사라진다. 프로 투어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이런 점을 잘 알고, 시합에 최선을 다하며 스폰서와 팬들의 성원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김 선수의 우승을 다시 한번 축하한다. 김 선수는 골프의 기술뿐만 아니라 매니지먼트 능력도 매우 뛰어나 보인다. PGA 메이저에서도 우승했다는 낭보가 곧 들려올 것 같다. 김 선수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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